우리말의 “고”자, 한자의 코비(鼻)자, 스스로 자(自)의 어원
'코'의 옛말은 '고뿔(감기)'에서 보듯, '고'이다. 한자는 '비(鼻)'로 본래 자(自)가 코를 그린 상형자였다. 뒤에 '스스로' 등의 뜻으로 가차되자 '코'의 뜻으로는 비(畀)를 더한 鼻 자를 새로 만들어 보충하였다. 코(自)로 공기를 끌어들여 몸에 공급한다[畀]는 뜻이므로 畀는 발음도 담당하는 회의 겸 형성자라 설명한다.
코는 숨을 쉬는 신체기관이다. 숨은 어떻게 쉬는가? '스스로, 저절로' 쉬는 것이다. 하여 '자(自)' 음은 '저절로'의 생략형이다. '저절로, 스스로'의 뜻으로만 유추되어 쓰이게 되자, 새로 '비(畀)' 음을 추가하여 만들었다고 봄이 더 합리적이다.
'고'는 '스스로, 저절로' 숨을 쉰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하여 '고르다'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때로 거친 숨을 '(저절로, 스스로) 고르게 하다'는 뜻이다.
코를 '골다'의 표현은 코를 '고르다'의 준말로 보아야 한다. 코를 고는 행위는 숨을 고르게 하기 위한 자연스런 현상으로 쓰이다가 점차 코를 울리고 드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행위로 쓰였다고 보여 진다.
비(鼻)의 '비'음은 '비르숨(비롯함)'의 생략형이다. 숨이 비롯되는 곳이란 뜻이다. 오늘날의 보편적인 '비로소'의 뜻은 '비르숨'에서 변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흔적으로 '비르서, 비르소, 비르수' 등의 옛날 말이 있기 때문이다. 하여 비(鼻)가 비조(鼻祖)에서 보듯, '처음, 시초' 등의 뜻으로 유추되어 쓰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