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모친 대축일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루카2,16~21)
오늘은 새해의 첫날이면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천주의 모친’, ‘천주의 성모 마리아’,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공식 호칭은
431년 에페소 공의회가 믿을 교리로 반포하였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구원경륜을 전례력 안에서 기리고 있습니다.
성탄대축일, 성가정 축일 그리고 오늘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순서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성탄 때 예수님께서 태어나셨고,
그와 동시에 예수 마리아 요셉은 성가정을 이루고,
이 성가정의 핵심 인물인 성모님이 오늘 ‘천주의 모친’으로 부각됩니다.
천주의 모친이라는 호칭은 성모 마리아의 아들 예수님께서
참 인성과 참 천주성(신성)을 갖춘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고백하는 칭호입니다.
이 호칭은 성모님의 호칭이지만 성모님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예수님을 위한 칭호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는 성모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호칭임에 틀림없지만
그 이전에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고백하는 호칭입니다.
예수님은 처음부터 하느님의 성자이고 영원한 말씀이시며 천주성을 갖추신 분이고,
아울러 마리아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은 천주의 모친이며 하느님의 어머니이십니다.
이 칭호는 아드님 성자 예수님의 천주성을 천명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의 내용은 이스라엘인들이 신년 축제가 끝날 때
사제들이 백성에게 복을 빌어주는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런 말로 백성들에게 복을 빌어주라고 하십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6,24-26).” 성서에서 말하는 복이란 하느님에게서만
그리고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온갖 좋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모든 축복은 하느님께로 부터만 나옵니다.
아무도 자기 자신을 축복할 능력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복 많이 받아라.’ 라고 인사를 나눌 때
대부분 ‘재물 복’이나 ‘건강 복’ 같은 세상 복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좀 더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지는 가장 큰 축복은
‘지금 현재’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4년 갑진(甲辰)년을 맞아 내가 존재를 상실하거나 망각하지 않고 생생하게 현존하면서
나에게 와 있는 새해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 1차적으로 가장 큰 축복입니다.
내가 오늘 당연한 사실로 맞고 있는 2024년 새해는
‘2023년에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이 하늘을 우러러 소원하던 내년’이었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새로운 1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이며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지는 한 평생이라는 시간은 그리 많은 시간이 아닙니다.
시간은 남에게 빌려 줄 수도 없고 빌려 쓸 수도 없습니다.
돈으로 살 수도 없고 팔수도 없습니다.
시간은 저축할 수도 없지만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습니다.
시간은 황금이라고 옛사람들은 말했지만 시간은 황금 이상의 것입니다.
천만금을 주더라도 일초의 시간도 살 수가 없습니다.
시간은 생명이요, 그리스도의 성혈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하겠습니다.
비록 올 한 해 동안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항상 꽃가마의 꽃길은 아닐지라도
성모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에게 그 인생길을 넘어갈 수 있는 은혜와 힘과 용기를 주실 것입니다.
천주의 모친 성모님께서는 우리 일상의 희로애락과,
그리고 고통과 유혹 등 모든 사정을 곰곰이 생각하시면서
우리를 위해 늘 전구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시어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올 한 해도
희망찬 축복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갑진년 새해에는 성모님과 함께 다시 한 번 힘찬 출발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고
좋은 일과 일용할 양식이 많이 생기는 더욱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또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