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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울지마라 Don’t cry for me, my love-5)
"지금 곧 린다와 함께 KJ로 가서 이경철을 소환해 와! 임의 동행으로... 영장은 없어. 알았나?"
그들을 출동하게 한 후 박샹반장은 지금까지 생각한 추리과정을 백지에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 비상라인의 전화벨이 울렸다.
"뭐라고? 이경철이 베티와 함께 종적을 감췄다고? 언제부터? 알만한 주변 인물들을 샅샅이 조사하여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해 돌아와서 곧 보고해!"
그는 전화를 끊고 나서 긴장하기 시작하였다. 뭔가 새로운 사건이 터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시각 지향과 함께 호텔을 나서 든 제임스는 에버타냐로 부터의 전화를 받았다.
"제임스! 이경철이 2일 전에 베티와 함께 은행에서 미국달러 1만불을 인출하여 쟈카르타를 떠났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가르시아도 잠적하여 행방이 묘연합니다. 지금 공항과 호텔 식당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에버타냐. 그들의 종적과 현재 위치를 가능한 한 빨리 확인하여주십시요. 저는 뱍샹반장을 만나 다나의 살해과정과 수사기록을 봐야 겠습니다. 가르시아를 찾아 미행하도록 하고 계속 연락해 주십시요."
"예. 그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오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제3국에서 파견된 인물들이 신속히 움직이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아무래도 지향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지향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고 또한 김철호와 그 가족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판단한 제임스는 지향에게 소향과 함께 있기를 바랐다. 그는 급히 차를 김철호의 집으로 돌렸다. 다행히 김철호와 그 가족들은 안전하게 집안에 있었으며 집 외부에는 3명의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김 사장님. 밖에 경찰은 당신이 경비를 부탁하였습니까?"
"아닙니다. 조만수씨가 반둥경찰에 부탁한 것으로 압니다."
"잘 되었군요. 당분간 외출을 가능하면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는 조만수가 지시한 일이라서 일단 안심을 하였다.
"장지향씨. 당신도 이곳에 함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도 소향씨도 안심할 수 있으니까. 알았지요.?"
"예. 알았어요. 조심하세요."
그는 일단 그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3명의 경찰을 한 곳에 모으고 뭔가 지시를 하였다. 경찰들이 제 위치로 돌아가자 그는 자동차에 올라 빠르게 어디론가 달려갔다.
지향은 소향과 두 조카 그리고 제부가 평안을 찾은 듯하자 조만수가 준 비상전화 번호로 전화를 하였다. 조만수로 부터 사건 개요를 듣고 싶었다, 아무래도 그도 이 사건에 깊이 개입되어 있음을 감지하였고 한국말로 시원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쉽게 그와 연결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 장지향이예요."
"아. 장 작가님. 그렇잖아도 어디에 계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지금 어디계십니까?"
"김철호 사장 집이어요. 잘 있어요. 이번 일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아요. 저 좀 만날 수 있어요?"
"예. 그럼요. 아무리 바쁘더라도 장지향님이 만나자면 달려 가야지요. 집으로 갈까요.?"
"아니예요. 여기서 말하기는 곤란하고, 소고호텔 라비에서 만날 수 있겠어요? 그 곳은 제가 갈 수 있어요. 30분 후에 만나요."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해서 오십시요.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장지향은 흰색 실크 브라우스위에 여름용 청색 점퍼를 입었다. 그리고 청바지를 입었다. 청바지에는 아무래도 운동화가 좋을 것같아 한국에서 가져 온 나이키 테니스화를 신었다.
밖은 해가 지면서 남긴 붉은 노을로 상쾌하고 맑아서 기분을 한결 좋게 만들었다. 그녀는 소향에게 조만수의 비상전화 번호를 적어주며 행선지를 알려주었다. 급한 일이 있으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휴대폰이나 조만수의 휴대폰으로 전화하라고 하였다.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 밖으로 나가 건너 편에 항상 기다리고 있는 택시에 탓다.
반둥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회사들 앞에는 택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한국사람들을 포함한 외국인 집이나 회사 앞에는 빈 택시가 항상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자주 이용한다는 것을 택시기사라면 다 알고 있었고 팁도 후하였기에 다른 곳을 헤매는 것보다 훨씬 수입을 올리기에는 수월하였기 때문이다.
지향은 집을 출발한 그녀가 탄 택시 뒤를 5분 전부터 따르는 회색 토요다 코롤라가 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호텔 라비에 들어서자 창가의 탁자에 앉아있던 조만수가 한 손을 번쩍 들었다.
"쉽게 오셨습니까? 우와~ 청순한 젊은 여성같은 매력이 넘쳐 흐르는군요."
"예. 고마워요. 만나주셔서. 그런데, 너무 비행기는 태우지 마세요. 어지러워요. 이곳은 몇 번 택시로 와 봤던 곳이어서 쉽게 올 수가 있었어요."
그는 지향을 반기며 맞아주었다. 그리고 탁자위에 언제나 얼음을 채운 채 놓여있는 시원한 오렌지 쥬스를 그녀의 컵에 가득 채웠다.
"어서 드십시요, 더우실텐데..."
"고마워요."
지향은 그를 만나자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어지며 편안해 짐을 느꼈다.
"조만수씨를 만나니 안심이 되며 편안해 지네요 ㅎㅎㅎ. 그리고 고마워요. 제 동생 집을 경찰이 경비를 서게 해 주셔서."
"당연한 일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자 국민을 보호하여야 하는 것은 한국대사관이나 영사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중 하나이니까요."
"그래도 미리 보살펴 배려해 주시는 따스한 마음에 감동할 정도예요."
"아하~ 감동할 정도입니까? 감동하시지는 않고...?"
"ㅎㅎㅎ 아니예요. 감동하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정말이예요. 이국 땅에서 한국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았는데 어찌 감동하지 않겠어요."
"좋습니다. 그 정도면 저도 기쁨니다. 장지향님을 위한다면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정말이세요?"
"예. 정말입니다."
"그러면, 제가 궁금한 것 몇가지 물어도 되겠네요."
그는 장지향의 크고 까맣고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매혹적인 입술에 빠졌다.
"지금까지의 사건에 대한 대략을 제임스와 에버타냐 장군에서 들었어요. 그런데 아직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왜 KJ가 그리고 KJ안에서 이런 살인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예요. 그것들에 대해서 좀 납득가게 말해주세요. 제임스는 더 이상 말해주지 않았어요."
"우선 제임스와 어떤 관계인지 먼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래야 저도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아~ 미국에서 단지 저를 도우러 온 사람이예요. 인도네시아어를 하신다 하였고 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인데 제가 걱정하는 것을 알고 와 주었어요."
지향은 굳이 그와의 은밀한 관계라는 것을 들어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이 다른 매력적이고 관심이 가는 남자를 만나고 있는 여자의 심리일 것이다.
"으흠~ 그런 사이라면 됐습니다.”
그는 오렌지 쥬스를 다시 컵에 채워 한꺼번에 벌컥 벌컥 마셨다. 그의 목젓이 쥬스를 삼킬 때마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을 지향은 보고 있었다. 이렇게 쥬스를 시원하게 목으로 마셔 넘기는 남자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는 쥬스를 다 마시고 빈 컵을 탁자에 두고 다시 지향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KJ는 첨단소재를 한국정부의 자금지원 아래 은밀히 개발하고 있는 회사이지요. 한국정부가 공개적으로는 할 수가 없는 비밀소재입니다. 지금 거의 완료단계에 있는데 제3국이 이를 알고 정보를 입수하려 공작을 하고 있습니다. 제임스를 포함해서 입니다. 저는 그들로 부터 그 설계도를 보호하려고 왔습니다. 두 건의 살인사건도 그 건과 깊은 연관이 있는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은 이경철과 3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알게되어 동거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녀는 컴퓨터전공이고 회사의 경리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회사 창립과 함께 그 일을 맡아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대외비 서류나 업무에 접근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경철도 컴퓨터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의견은 달랐지요. 이경철의 계획에 박은정은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이경철은 다나와 박은정의 불륜관계를 알고 그것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나는 박은정으로 부터 정보를 들은 후 박은정이 살해되자 괴로워하다가 에버타냐의 지시로 제3국 인물을 추적 쟈카르타까지 같다가 그곳에서 역습 당하였습니다. 여기까지 저희의 추정이며 지금 우리도 UMVC(Ultra micro voice catcher)로 이경철의 종적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제3국의 인물과 접선을 위하여 동북쪽에 있습니다."
지향은 그의 진지한 설명과 스파이 소설같은 다이나믹하며 위험한 일에 자기도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넋을 잃고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오히려 박진감있는 감미로움으로 들렸다. 남자로서의 자신감과 힘을 느꼈다. 그녀는 007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제임스 본드의 여자로 착각까지 할 정도였다.
"장지향 작가님. 저도 문학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이런 직업이 아니었으면 시인이 되었을 겁니다."
그가 갑자기 지향의 소설속을 깨고 분위기를 바꿨다.
"어머. 그러세요. 지금 시를 쓰셔도 좋은 글이 탄생할 것 같은데요. 멋진 소설도 쓰실 수 있을거예요."
"정말입니까? 장 작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차후에 자주 만나 배웠으면 합니다. 괜찮을까요?"
"그럼요. 먼저 큰 도움을 주셨는데 보담하는 뜻으로라도 힘껏 도울께요. 저도 든든한 보디가드같은 조만수씨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여 주시니 고맙습니다. 온 힘을 다하여 장지향님을 보호하고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오해하지 마시고 들어주십시요."
"어머. 뭔데요? 걱정되네요."
"제임스에 대한 정보를 오늘 오후 재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에서 팩스로 받았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아~. 그러세요. 어서 보여주세요."
조만수는 주저하며 주머니에서 팩스전문을 꺼내 지향에게 건냈다. 지향은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냉정을 잃기 시작하였고 배신에 의한 흥분으로 분노가 일었다. 마지막 부분은 특별히 볼드글자로 강조하여져 있었다. 그녀는 지독한 배신에 대한 충격으로 그 내용의 진위를 따져 볼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조만수에게 배신에 대한 분노의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애써 참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그녀가 미세한 떨림으로 주시한 부분은 '기타-2000년부터 사업투자 이민으로 캐나다 거주, 혼인빙자 금품 갈취에 의한 사기로 기소중지 현재 한국에 입국할 수 없음. ' 이것이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그 내용을 읽고는 잠시 고개를 숙여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하였으나 곧 팩스전문의 종이를 여러번 구겼다가는 다시 잘게 찢어 옆 좌석에 둔 핸드백을 열고 쏫아 넣었다. 그리고는 강하게 지퍼를 잡아당겨 핸드백을 봉했다.
지향은 조만수가 왜 그런 자료를 조사하도록 하여 자기에게 보여주었는지 를 생각할 겨를없이 제임스의 거짓 행동과 그에 의한 사랑의 배신과 불신으로 받은 갑작스러운 그리고 지독스러운 충격적인 감정에만 빠져 버렸다. 그는 어떻게 미국 정보국과 접선하게 되었는지도 나중에 알려준다 고만 하였다. 뭔가 비밀을 가진 사람이 맞는 것 같았다. 지향은 곧 바로 배신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랑은 이렇게 갑자기, 예고없이 믿음과 신뢰에 대한 시련을 가져다 주는 것인지 지금 그녀는 몰랐다.
“간단조회 자료입니다. 더 상세한 것들을 조사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면 제임스의 신분을 알만 하지 않겠습니까. 이곳에 왜 왔는가도 알 수 있을겁니다. 직접 말하지 않는다 하여도. 이제는 장지향 작가님을 더 이상 이용하실 수 없을겁니다. 제임스는 미국정부의 의뢰를 받아 3PUT를 입수하려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장지향은 놀랐다. 이럴 수가 있는가? 그러면 싱가폴에서 전화하기 이전에 이미 어떤 밀약을 하고 나를 만나러 한국에 왔단 말인가? 어떻게 한국을 입. 출국할 수가 있었단 말인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충격에 가슴이 떨리고 머리가 어지러움을 느꼈다. 지향이 혼미한 상태로 쇼파에 기대자 조만수가 지향의 머리를 받아 가슴에 안았다. 지향은 조만수의 가슴에 묻혀 울음을 참았다.
뱍샹 반장은 이경철과 베티가 퍼깐바루의 한 여행자용 모텔에서 묵고 북쪽으로 떠났음을 확인하고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들을 쫏아야 하는가? 그는 결국 그들을 추적할 것으로 결정하였지만, 사실은 살인용의자를 추적 체포한다는 것 보다는 뭔가 좀 더 굵직한 음모가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더 짙었기 때문이다. 진급하려면 돈이나 빽없이는 한없이 기다리다 정년퇴직이나 사고 내지는 낙하산 인사에 밀려 자퇴하는 경우가 허다 하였다 . 뱍샹은 이 기회가 진급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고 그 기회를 스스로 만들겠다고 각오도 하였다. 그는 그 생각이 굳자 지체없이 행동에 옮겼다. 그는 믿을 수 있는 부하직원과 둘이서 닷지 찝차를 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그들의 다음 행선지는 거의 짐작이 되었다. 그는 곳 곳 지역의 예하 경찰 강력반에 무전으로 연락하여 그들을 발견하면 확인한 후 직접 자기에게 보고하고 다음 지시를 받아서 행동하라고 지역 담당관들에게 연락해 두었다.
그 시각 에버타냐 장군도 퍼깐바루에서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장군님. 베티란 이름의 여성과 데이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코리언이 오늘 아침 아보깔라 모텔을 빠져나가 북쪽으로 갔습니다.”
“그래! 그 다음 섹트를 통과하면 다시 보고하고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확인만하고 놓치지 말고 섹트끼리 연결해 놓도록 해.”
그는 전화를 끊자 바로 제임스의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제임스. 이경철의 종적을 확인하였습니다. 현재 퍼깐바루를 통과하여 계속 북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잠깐만, 지금 뱍샹반장에게서 새로운 정보를 받았습니다.”
제임스는 휴대폰을 닫고 유선전화의 에버타냐에게 말하였다.
“에버타냐!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가르시아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싱가폴에서 놓쳤습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를 발견하는 것은 쉽습니다.”
“장군님. 저하고 갈 곳이 있습니다. 좀 와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