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는 바람에 나무가지 춤추듯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베란다 창틀에 매달아 놓은 풍경소리가 더욱 그립습니다.
요령처럼 청아한 그 소리 새벽잠 깨어나면 다녀가지 않은 샘가 두레박에서
마악 퍼올린 정안수 한사발 처럼 마음조차 정갈해지는 듯 싶었지요.
먼길 떠나시던 지인께서 법정스님 책 한권과 풍경을 주시며 인사동에서
구입했다 했는데.. 잠시 다녀올수도 있는데.. 깨져버린 풍경에 정이 들었는지
수이 맘이 내키지 않고, 이렇듯 늘 애닯아 하면서도 그냥 바라만 보곤 하네요.
어제는 이런저런 일들로 미루었던 지인과의 저녁약속을 위해
젊음이 가득한 사우동 거리로 나섰으나 한 참을 헤매였어요.
뭔가 먹으려하니..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어서...
결국.. 아귀찜...
기분이니까.. 하며 둘이서 한병시킨 술.
빈잔은 내 잔 뿐이라.. 아까우니.. 하며 마시다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그 짧은 길.. 심한 멀미에 정신못차렸습니다.
쪽잠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아직 여명도 오지않은 첫새벽.
멍ㅡ 하니 앉아 있으려니.. 저만치 테이블 위에 서너달 전에 사다놓고 읽다말다
접어둔 문재인의 [운명]이 눈에 뜁니다. 질곡의 지난 시간들과 꿰맞춰가며
몇페이지 읽다가 어딘가에 두고온 안경 탓하며 또다시 책갈피를 접고 맙니다.
블루마운틴을 진하게 내려와 마셔봅니다.
커피 특유의 쌉쌀한 맛과 진한 향이 참 좋습니다.
이 좋은기분ㅡ*
마할리아 잭슨과 노라 존스의 목솔이 담긴 CD를 cdp열어 tray에 넣고는
jazz의 몽환적인 선율과 깊은울림에 오래도록 심취해 있으려니..
어느새 서늘한 손 이마 만져준 듯 맑아지는 생각, 생각들..
문득, 식사중에 지인이 `인생이란 계절의 사계와 같다' 라고 했던 말이 생각이납니다.
난 어느 계절 쯤 와 있을까? 만개한 가을속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굵어진 나이테가 그 쯤 걸어 왔을 것 같은데.. 왜.. 마음은
감싸주던 잎들을 잃어버린 듯한 시린 겨울앞에 서 있는 느낌이 드는지..
나를 다 내보여 '친구야' 하고 부르던 이의 부제가 안타까워서 일까..?
마음의 상처 하나 자리하고 나니.. 요즘은 누구에게나 쉽게
'친구야' 하고 부룰수는 있는데 마음이 담겨지질 않아서인지 뒤돌아서면
잊혀지고마는 그런 관계만을 양산하며 살고 있는 듯 싶습니다.
나를 내보이지 않고서 상대 마음을 얻으려 하는 것, 잘못이란 걸 아는데
다시 상처 받을까봐 스스로 감정 다스림을 못할까봐..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면서
혼자만이 동떨어진 느낌으로 빈 하늘만 담고 서 있지 싶어요.
더러는 금새 잊혀지고말 허상 같은 관계들.. 그도 좋은 듯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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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이 가득했던 날.. 그래도 이곳이 있어 넋두리하듯이
마음 내려놓고 음악도 듣고.. 그렇게 머무르다 보니 어느새 진솔한
친구같은 감정이 되어 투명한 물속 색감 퍼지듯 퍼져나와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차 옵니다.
참 좋습니다.
시시콜콜 자잘한 감정들 내려놓을 수 있는 이곳이 있어서..
흔적은 없어도 읽어주는 그대.. 있어서......
茶 한 잔 놓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