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0(수)
마카베오 하권 1장~5장
(2마카 1,32)
희생제물이 다 탄
뒤에 느헤미야는
나머지 액처를 커다란
돌들 위에 쏟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대로 하니 불길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제단에서 빛이
비쳐 오자 그 불길은
사그라졌습니다.
(2마카 1,36)
그 액체를 넵타르라
불렀는데 그것은
정화라는 뜻입니다.
묵상-
어려운 역사를 쉽고
간결하게 기록해놓은
마카베오 하권이,
예상과는 달리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보물찾기를 하듯이
곳곳에 숨겨놓은,
메시지들을 찾아
읽으면서, 몇가지
보물이 내 마음을 건드린다.
성전 정결 예식을 거행하려고,
페르시아로 끌려갈때
사제들이 몰래 제단의
불을 가져다가 물없는
저수동굴 깊숙한 곳에
감춰놓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든 그 불을,
느헤미야가 가져오게 한다.
하지만 불은 없고 액체만 있어서
그것을 떠와 희생 제물을 준비한다.
나무위에 그 액체를 뿌리라고 하자,
구름에 가렸던 해가 비치면서 큰 불이
일어나 모두 놀란다.
제물이 다 탄 다음 나머지 액체를
다시 돌위에 쏟으라고 명령하니,
불길이 인다. 그러나 제단에서 불이
비쳐오자, 그 불길은 사라진다.
그 액체는 바로, 정화라는 뜻이란다.
가르멜회 성인 십자가의 요한은,
정화에 대해 우리의 노력으로
순차적으로 죄와 악습이
씻겨지는 능동적 정화와
인간적인 힘이 아닌 하느님의
은총으로 회복되는 수동적 정화로
나뉘어 가르치고 있다.
우리가 원래의 나의 거룩한 상태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내가 할수 있는
정화의 범주가 있고, 뼈속까지 깊게
고착되어 있어서 하느님의 개입이
필요한 은총의 범주가 있다는 거다.
성인은 장작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정화의 여정에 비유하여 쉽게
설명했는데, 그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우리의 나약함의 상징인
죄와 상처와 악습들이 태워진다는
것이다.
타들어가는 장작이 우리 영혼이라면
얼마나 뜨겁고 고통스럽겠나.
그 정화의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대목(2마카 1,18-36)이 아닐까 한다.
오염된 성전의 정결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정화의 도구인 불을 찾았지만 액체밖에
없어서 그것을 제물 삼아 뿌려놓으니,
불길이 일었던 거다.
그런데 그 불길이 제단의 빛 앞에서는
자취도 없이 사그라든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또,
우리 인간의 헛된 야망과 열정이
과하게 드러날 경우, 그 불길이
나의 현재 신앙심인양 영적인
자부심을 갖게 하거나, 내 만족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신앙생활과 기도생활,
봉사 및 자선행위를 하면서, 속 사람이
아닌 불꽃같은 겉사람이 되어가게
하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모세가 하느님의 얼굴을 뵈러 갔을때
그 앞에서 불꽃을 품고 겉만 태워지던
떨기나무처럼 말이다.
그 광경을 묵상하며 내가 그런 떨기나무가
되어 겉만 열정에 차서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지 못하는게 아닐까 성찰했었다.
그런 불길마저도 제단의 빛이 비치면
흔적도 없이 사그라든다는 것,
심장에서 쿵소리가 날만큼, 울림이 컸다.
그런 존재가 나인데, 그러기에 주님의
정화의 불길에 내영혼을내어드리며,
내안의 성전을 회복시켜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액체라는 표현에서는 십자가의 성 요한이
말씀하신 근원적인 정화인 수동적인
정화의 여정에서는 거의 타들어간
장작에서 흘러나오는 진액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태어나 상실했던 나의 것들과
상처와 악습으로 오염된 내 영혼을,
기도와 성사생활과 보속의 행위, 그리고
회개의 삶을 통해 씻고 끊어내고 비우며
정화되고 원래의 거룩한 나로 변화되어,
하느님을 만나뵐 그때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겪는 온갖 고난과 고통,
피로와 병고 등이, 나를 태우고 속사람까지
정화시키는 불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조금 더 자신을 살피고 지켜내며 희생하는
삶이될것 같다.
주님,
우리 영혼의 정화과정을
묵상하게 해준 2마카서가,
은총의 선물로 다가옵니다.
작은 시련에도 불평하며,
주님께서 베푸시는
정화의 때를, 회개하는
삶으로 기워갚아드리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
용서하소서.
평생의 지향을 정화로 삼아,
다시 한걸음씩 내딛어 봅니다.
제안의 성전이 정결하게
회복되면, 다른 누구도
아닌 제 자신이 먼저 자유롭고
행복하다는 것을, 새롭게
상기하면서 주님께 청합니다.
나약한 저를 도우소서.
첫댓글 박지현 요셉피나님
묵상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