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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당선소감 올립니다.
돌샘 아재영
문학미디어 회원님들 안녕하세요? 제1회 대구 매일 시니어 문학상 공모전에서 저의 작품이 수필부문 우수상에 선발되었습니다. 그것은 박명순 회장님의 알뜰하신 배려와 문학미디어에 관계하시는 여러 교수님들의 지도와 동료 여러 회원님의 아낌없는 보살핌과 편달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개인영광이라기보다 우리 전 회원님들의 영광으로 돌리겠습니다.
저가 산수(傘壽)의 나이라 공모전 참가는 일체 하지 않다가 대구에서 하기에 가르치는 교수남이 전원 내보란 권고에 못 이겨 출품이나 한다는 생긱으로 참가했습니다. 본래 '외도 (外道)’란. 제목으로 원고지 12매 정도로 써서 두었던 작품을 제목을 ‘미미한 삶에도 새바람이’란 제목으로 바꾸고 내용을 늘렸더니 원고지 27매가 되더군요. 원고지 20매-30매란 규정에 딱 맞더군요.
저희가 공부하는 회원만 해도 쟁쟁한 분들이 많은데 대구는 물론 전국에서 응모하니 몇백 명 될테니입상은 바라지도 않았지요, 의무수행 한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출품했습니다. 7월 7일이 발표일인데 보통 입상자에겐 발표 전에 통지가 오는 것 같아 6일까지도 아무연락이 없기에 낙선했다고 생각했지요,
7월7일 아침을 먹고 나니 대학 동기 친구가 전화했기에 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보니 신니어 문학상 수필부분 우수상에 너와 같은 이름이 있는데 너지,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누구에게 한 대 크게 얻어맞은 듯 기분이 찡 하더군요.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고 얼떨떨합니다. 오늘 시상식에서 응모자가 1800여 명이라 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항시 여러 동료님들의 아낌 없는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작품이 변변치 못하나 여러 회원님들에게 힘과 참고가 될까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문학미디에어 카폐에 올립니다.
미미한 삶에도 새바람이
외도(外道)는 호기심을 불러온다. 그것은 안하던 짓을 엉뚱하게 하면서 새롭기 때문이다. 외도라 하면 얼른 떠오르는 것이 사랑의 외도가 아닌가 하고 귀가 솔깃하다. 그러나 가던 길을 바꾸는 것은 다 외도이니그 종류가 다양하다. 어느 외도든 새 길이기에 더욱 호기심을 유발하며 관심을 끈다. 이 세상에 남자라면 절세가인이 5월 신록 속에 호젓한 계곡이나 호반을 산책하자고 하면 뿌리칠 사람이 드물 것이다. 그것은 여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리라. 인간은 누구나 다 감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랑의 외도가 아니라도 외도는 남몰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만큼 은밀하고 긴장감이 돈다. 가던 길이 아니니 새로운 길이라 더 조심스러워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사람이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답답할 때도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매일 먹으면 싫증이 난다. 사람은 항상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삶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이 따라주지 않고 새로운 길은 낯설기에 길을 잘못 들까 하여 함부로 외도하기란 어렵다.
나는 젊을 때 가는 곳마다 유혹을 많이 받았지만 사는 데 급급하여 외도는 한 번도 못 해 보았다. 노래 부르는 곳에 가면 기타 치면서 노래를 잘 부르고 싶고, 춤추는데 가면 절세가인(絶世佳人)의 섬섬옥수(纖纖玉手) 잡고 춤을 추고 싶었다. 스키 타는 곳에 가면 언제나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기차 타고 떠난 애인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스키를 빌려 타고 뒤쫓아 가서 알프스 산을 넘어서 가고 있는 기차 위에 날아올랐다. 애인을 만나 다시 사랑을 하는 영화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 의 멋진 명장면을 상상하면서 스키를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외도를 하지 못했다.
퇴직하고 환갑 진갑 다 지나 때 놓치고 청춘도 사라진 후 어릴 때 짝사랑했던 애인을 못 잊고 만나 뒷북치면서 외도한 적이 있다. 가까이 따라가면 피해가기만 하던 행운이 내게도 왔다. 만시지탄(晩時之歎)으로 욕심 없이 만나 회포(懷抱)는 풀었으나 탄로가 났다. 은밀하게 극비로 만나 잘 이루어진 외도가 그분으로부터 큰 선물이 택배로 연속 오는 바람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 1차 선물은 발신지와 이름도 없이 받을 사람 주소와 성명만 써서 보냈다. 무슨 귀한 선물이기에 포장이 화려하고 야무지다. 내겐 이런 선물을 보낼 사람이 없는데 가슴이 방망이질한다. 무슨 선물이기에 이렇게까지 포장을 했을까? 겉포장을 벗기니 예쁜 보자기로 싼 포장상자가 또 있었다. 저 안에 무엇이 있을까? 더욱 궁금했다. 보자기를 풀었다. 나도 아내도 긴장하며 포장을 열었다. 종이상자 안에 하얀 모조지를 깔고 비닐로 싼 내용물은 녹용 네 제가 피가 굳지 않았다. 금방 잡은 듯하다. 안에는 편지 한 통, 내용에 두 제는 재영 것, 두 제는 사모님 것이라 적혀있을 뿐이다.
나도 집사람도 눈이 휘둥그레지며 소스라지게 놀랐다. 아무도 우리에게 이런 선물을 보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서울 다녀온 직후에 곧 선물이 도착했기에 집사람은 나를 의심하는 듯 뚫어지게 노려보며 “웬 선물이냐?” 하고 따질 기세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당하니 할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시간은 초를 다툰다. 위급하면 통한다더니 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 고등학교 친구가 서울 근교에서 사슴 농장을 하는데 그 친구가 내게 녹용 네 제를 선물로 보내준다고 하기에 돈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십만 원 주고 왔다고 둘러댔다.
임기응변으로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꾸며 집사람을 속여 아슬아슬하게 잘 넘겼다. 그제야 아내도 안심한 듯 즐거운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평생 보약이라고는 사물탕 한 제도 먹지 못했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무사히 넘어갔지만, 등에는 식은땀이 촉촉이 젖었다. 사람이 거짓말은 참 못할 짓이다. 그러나 누가 녹용을 보냈을까? 생판 모르는 사람이 보낼 리도 없으니 짐작 가는 곳이 있었다.
이번 서울 갔을 때 길동무인 짝사랑 그녀와 노래방에 간 적이 있다. 둘이 노래를 부르다가 그녀는 내 어깨에 팔을 올렸다.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남자가 뭐 이러냐? 내 남편은 보약이며 음식을 잘 챙겨주었더니 돼지 같다.” 한다. “나는 일제치하에 났는데 내 어머니가 젖이 부족하여 젖배를 골아서 뼈가 여자 같다.” 하고 우리는 서로 쳐다보고 웃었다. 그 일이 있었던 후 보약이 왔기에 길동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르랴? 그녀한데서 온 것이었다.
녹용도 다 먹고 이젠 안심하고 있었는데 2차 선물 택배가 또 왔다. 포장을 뜯으니 홍삼 네 제였다. 이 홍삼이 녹용보다 비싸단다. 편지에는 전과 똑같은 내용이다. 이번에도 예고 없이 기습공격을 연속 받고 보니 아무리 궁리해 봐도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는데 시간은 초를 다투며 흐른다. 내 집사람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를 노려보며 “어서 진실을 밝혀라.” 하는 기세로 나를 압박했다. 다급하니 이판사판이란 생각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하고 정면 돌파를 하기로 결심하고 결국 내 입으로 녹용까지 진실을 실토했다. 결과야 어찌되었던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이젠 아내의 처분만 남았다.
그러나 그녀와 만남은 내 인생의 황금기로 어느 드라마에 나오는 명장면처럼 내 삶의 한 단편으로 예술 같은 삶이라 하리라. 길동무와 첫 만남은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었던가, 시도한 지 반 세기 만에 꿈같은 만남이었다. 혼자 좋아하며 그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못했던 내가 장장 아홉 시간 말을 끊지 않고 팔공산 공산 폭포에서 오월의 실록을 안고 우리는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언제나 시련 속에만 살아왔던 내게도 어찌 이런 능력이 있어서 영광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생각할수록 기적이요 꿈같다. 청춘이 다시 온 듯 즐겁고 행복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였을 뿐, 남가일몽이었다. 인생 마지막 고종 명(考終命)을 잘해야 할 때, 이혼까지 당할 수모(受侮)를 겪을 위기를 맞았다. 나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같이 아슬아슬한 찰나였다. 안절부절못하며 이젠 아내의 처분만 기다리는 한심한 신세가 되었다.
그녀와 내가 불윤을 저지른 것도 아니요, 손 한 번 잡지도 못했건만 아무도 믿어줄 사람 없고, 증명할 방법도 없었다. 아이들과 며느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내 형제들까지 다 알게 되면 얼굴 들고 나갈 수도 없다. 오만 생각이 다 드는데 숨 막히는 정적만 흐른다. 내 인생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하니, 담담하게 마음이 바뀌면서 곧 닥쳐올 마지막 운명을 조용히 기다렸다. 아내 도 여러 가지로 착잡한 심경인가 보다. 심각한 듯 굳은 표정으로 굳게 담은 입에선 아무 말이 없었다. 정적이 얼마 동안 더 흘러갔다.
천우신조(天佑神助)인가? 집사람은 내 손을 들어주었다. 처음에는 선물을 받고 의아한 표정으로 몹시 못마땅한 눈치였으나 나의 진실 실토와 길동무의 투명하고 지혜로운 처사에 감동한 듯 내 손을 잡아주었다. 진실은 언제나 통하나 보다. 집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보약을 감사하게 먹었다. 내가 별일 아닌 것을 괜히 섣불리 거짓말을 했다면 아내가 또 속지는 않았으리라. 혹독한 매를 맞을지라도 정면 돌파한 것이 행운이 왔다.
얼마 후에 서울 갔다가 3차 선물을 또 받았다. 내 등산복 한 벌만 받은 줄 알고 집에 와서 선물 보따리를 아내에게 주었다. 풀어보고 깜짝 놀란다. 여자용 상위 한 벌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더욱 놀랐다. 이번에는 가위로 오리고 난도질하거나 내동댕이치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리라 생각했다. 아내는 한참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더니 옷을 입어본다. 품과 길이가 자로 잰 듯 맞고 색상도 맘에 쏙 든다며 좋아한다. 그 옷이 누가 산 것인지 다 알면서도 이젠 아내도 능청을 떤다. 나는 한술 더 떠서 이런 애인은 많을수록 좋지 않소, 했더니. 아내는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젠 그분에 대한 글 교정까지 다 해준다. 봄가을 산행이나 야외에 갈 때 집사람은 꼭 그 옷을 입었다. 그러나 그 옷은 언제나 새 옷 같고 품위가 있어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나는 집사람이 한없이 고맙고 행복하다.
나는 그녀와의 외도 성공으로 많은 것을 얻고 깨달았다. 길동무와 만났던 날 나는 승무, 국화, 초혼, 해, 진달래, 산유화 등 긴 시들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청산유수로 낭송했다. 길동무는 문학에 소질이 뛰어나니 시와 수필을 쓰라고 권하며 애송하던 시집을 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칭찬은 나에겐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듯 큰 힘이 되었다. 그녀를 만난 후부터 나는 중앙도서관 시 창작반과 수필 창작반에 등록하고 문학의 꿈을 키우며 시집으로 공부했다. 또 서실에 등록하여 예술의 꿈도키웠다. 늦바람이 나도 톡톡히 났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 하더니 내가 바로 그쪽이다. 콩 심은데 콩 났고, 팥 심은데 팥 났던 내 성격은 과학교사요 화학교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문학 공부를 시작한 후부터 하나 더하기 둘은 셋도 되고 넷도 되고 열도 된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그래서인가 수필부문에 곧 등단하고 수필집도 냈다. 서예도 초대작가와 추천작가를 땄다. 이 소식을 길동무에게 전하고 싶다. 그녀가 이 소식을 들으면 누구보다도 가장 기뻐하리라. 그녀는 양으로 음으로 내게 큰 선물을 주었으며, 정신적으로도 지혜와 용기와 큰 깨달음을 주었다. 또 문학과 예술의 꿈을 심어주고 아낌없는 격려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분이기 때문이다. 감사인사와 보답도 하고 싶다. 그러나 그녀는 헤어지던 날 갖고 있던 양산을 나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자꾸 만나면 무얼 해. 이젠 만나지 않을래. 이 양산은 내가 아끼고 애용하던 것이야. 나의 사랑과 체취와 내 마음이 담겨 있어." 했다.
그녀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너에게 주니, 내가 그리울 때 이 양산을 생각하고 잘 간직하면서 펴보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꿈을 포기하지 말고 꼭 성공해서 건강하게 잘 지내.” 하고 서울 역 플레이트 홈에 서서 내가 탄 기차가 출발하여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 이후 그녀의 소식은 묘연하다. 나는 우울할 때면 그녀가 준 양산을 펴본다. 그녀가 활짝 웃으면서 나타나 “내가 네 곁에 있는데 왜 우울해 힘내어.” 하면서 항상 격려하고 힘을 실어준다. 내가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서 용기와 힘을 주고 내 인생에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이 되곤 한다. 그래서 나의 꿈은 꺾이지 않는다. 내가 죽기 전 까지 그녀를 위한 명시 한 편과 명 수필 한 편을 써서 세상에 기리 남겨 보답하리다.
첫댓글 참으로 기쁘고 경사스럽습니다.
그동안 갈고 닦으신 문학의 길이
이렇게 좋은 결실을 맺었으니....축하드립니다.
더욱 주옥 같은 작품으로 한국문단의
거목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선생님....축하합니다...^^
이재명 선생님, 매일신문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품 잘읽어봤습니다.
선생님 멋쟁이세요.
이은혜님, 박재명님,안광석님,베틀산 선녀님 감사합니다.
큰 상 축하드립니다.^^
다시 읽었습니다.
참으로 와닿는 작품이구요.
순수함에 빠져듭니다.
저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