芳 台 山 꽃 향기가 풀풀 묻어날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산. 발 아래 첩첩산중 3둔4가리라는 그럴 듯 한 계곡과 언덕배기를 가진 곳으로 떠나기로 한다.
방태산의 이름 유래에 관하여 기록해 놓은 기록이 없다. 근처에 방대천이란 이름을 가진 하천이 있는데 이는 방태와 방대를 섞어서 사용을 했거나 아니면 한쪽의 이름이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
원주 휴게소에 도착을 한 것이 새벽 두시반 언저리였다. 오랜만에 하는 무박 산행인지라 적응이 채되지않은 몸은 비몽사몽을 왔다리 갔다리. 버스 블레이크가 작동하는 요상한 소리에도 놀래고, 휘청거리는 버스의 움직임에도 자꾸 놀랜다.
대구에서 버스를 탄 것이 자정무렵.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법원 근처의 풍경도 낯설었다. 칠곡 i.c 근처에서 일행을 다 태우고나서야 고속도로로 나섰다. 밤이 되어도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겨우 차안의 에어컨을 의지하고서야 그나마 견디기가 수월해졌다. 아내는 차가운 에어컨 공기를 견디지 못하고 어깨가 시리다고 한다. 희미한 조명아래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의 불빛, 나즈막한 소리로 소근거리는 대화.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온몸이 노출 되는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휴게소 식당앞 벤치 근처에다 준비해온 야참을 편다. 시래기 국에다 말아 놓은 밥 한덩이. 먹어야만 산다는 것이 어쩐지 구차해 보이기는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그 순간에도 모기떼는 노출된 다리와 팔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너른 주차장에 불켜진 차량은 딱 두대. 가로등 불빛이 일렁거렸다.
홍천IC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합강교) 근처에 도착을 하니 여명이 밝아온다. 내린천 근처 양측으로 지어진 집과 펜션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희미해질 때 어둠 속에 누워있던 북한강이 일어났다.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힌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청춘의 한자락을 같이 보낸 정태춘의 북한강에서 라는 노래가 떠 올랐다.
구불구불한 31번국도를 아슬하게 버스는 달린다. 현리(진방삼거리) 에서 418지방도로 들어서자 누워있던 산꾼들도 북한강을 따라 일어났다.
골안골 초입의 오류동 마을에서 418번 도로를 계속해서 따라가면 방동교에서 적가리골 진동2교에서 아침가리골 맞바우에서 연가리골을 만나게되고 더 진행을 하면 쇠나드리를 지나 설피밭, 진동2리가 나타나는데 더 넓은 점봉산의 품 안에 안기게된다.
방태산에는 3둔 4가리가 있다. 오지여행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단어이기도 한 3둔 4가리중 3둔은 홍천군 내면에 위치한 (방태산의 남쪽 사면) 살둔 (生屯), 달둔(達屯), 월둔(月屯) 세곳이고, 4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에 위치한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와 홍천군 내면에 위치한 명지가리를 일컫는 말이다.
둔은 뭐고 가리는 무엇인가? 둔전제라는 법은 변경 지역이나 군사적 요충지에 주둔한 군인들의 경비 조달을 위해서 만든 토지를 말한다. 무언지 모르지만 이쪽 지역에 지켜야 할 것이 있었나보다. 둔은 주로 산 기슭의 편평한 지역에 있었다. 가리는 밭을 갈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우리말인데 (아침가리의 한자 이름이 朝耕洞이다) 계곡 안에 자리잡은 경작지를 의미한다.
아침에는 밭을 갈고 오후에는 약초를 캐고 저녁에는 책을 읽는다.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살기 위해 밭을 갈아야했을 것이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해야 했을 것이다.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 중의 가장 최근까지 오지중의 오지로 남아있었던 곳이 바로 이곳.
인제, 홍천, 양양의 경계지점에 있는 갈전곡봉에서 갈려나온 산은 가칠봉, 응복산을 거쳐 월둔고개, 구룡덕봉, 방태산, 깃대봉을 거쳐 내린천으로 사라진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방태산 북쪽 사면을 이루는 계곡중 하나인 골안골로 들어가게 된다.
골안골의 초입인 오류동 마을에서 이곳 인제병원까지는 약 1.2km정도. 대형 차량은 진입이 조금 힘이 들기는 하나 들어올 수는 있다. 차량이 멈추자 서둘러 산으로 들어선다.
바쁠 것 없는 감포는 역시 맨 꼴등 출발이다.
누군가는 이곳을 "설악의 가야동에 비견되는 계곡이다" 라고 하였다. 가야동에 가보지 않았거나 이곳 골안골에 와보지 않았거나 둘중 하나이다.
골안골 계곡의 풍경은 황량했다. 태풍에 떠내려온 나무가지는 바위나 다른 나무에 걸려 썩기도하고 방치되기도 하였다. 무너진 흙더미와 돌무대기를 건너고 또 건넜다. 물론 이러한 것이 자연미 그대로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면 할말은 없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합수점까지는 오르막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가물고 더운 날씨 탓에 온갖 벌레들이 특히 많았다. 누군가 건드린 벌집 탓에 몇명은 벌에 쏘이기도 하였다.
합수점에서 바라본 우측 계곡 드러난 바위와 하단에 무너진 흙더미가 엉켜있다.
합수점에서 바라본 좌측 계곡 나무더미가 돌에 걸려있고 사람이 다닌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하다.
계곡 수량의 저하로 계곡을 흐르는 물의 양도 적었다. 산파리, 산모기 등 벌레의 개체수는 다녀본 산중에 최고였다.
계곡치기로 진행하다가 어느 지점에선가 능선으로 붙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은 없었으나 능선을 보고 무작정 쳐올렸다. 덕분에 만난 야생의 보물창고.
곰취, 단풍취, 떡취 여러종류의 나물종류와 약초 들이 가득하였다. 이런 곳에서는 산삼 밭을 만난다고해도 전혀 이상이 없을 그런 곳이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미산1리 잣바위 밑에는 産蔘加峴山西標라는 금표가 서있기도 하다. 이곳은 산삼이 나는 지역의 서쪽 경계지역임을 알리는 표시를 해두었다란 말씀.
동자꽃
옛날 어느 깊고 깊은 산중에 조그만 암자에 노승과 동자승이 살고 있었다. 어느해 겨울날 스님은 어린 동승을 홀로 남겨둔 채 시주를 하러 마을로 내려왔는데 마침 엄청난 눈이 며칠 동안 내려서 산을 오를 수가 없었다. 산밑 마을 에서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릴 뿐 달리 도리가 없었다. 한편 암자에 남은 동자는 스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굶어 죽었다. 날씨가 풀려 암지에 돌아온 스님은 동자를 잃은 슬픔을 억누르며 양지 바른 산자락에 동자를 묻어 주었는데 그 해 여름 무덤가에서 동승을 닮은 예쁜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이 그 꽃을 동자를 닮았다고하여 동자꽃이라고 불렀다.
엄청난 식물의 보고였다. 꽃이나 약초 사진 찍기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멋진 곳이 아닐 수 없다.
이질풀
이질과 설사에 사용한다.
풀들이 얼마나 울창하게 자랐는지 앞사람이 디디고 간 흔적이 아니었으면 길 찾기도 수월치 않았을 것 같았다. 누운 풀에서는 풀내음이 났다.
당귀
내 평생 이렇게 많은 당귀 꽃을 야생에서 볼줄이야. 헛웃음이 실실 나왔다.
산과 들에 자라는데 심기도 한다. 음력 2월과 8월에 뿌리를 캐어 그늘에 말린다. 살이 많고 야위지 않은 것이 좋다. (동의보감 탕액편)
올 봄 마당에 심어놓은 당귀 잎을 몇번이나 따서 쌈을 싸먹었다. 향긋하면서도 강력한 향을 가진 당귀 잎에 싸먹는 돼지고기 수육이야말로 천하일미.
말나리
참취꽃
녹음의 바다에 갇혔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푸르름이다. 눈길 주는 모든 것이 푸르게 보였다. 눈도 물들고 가슴도 물들고 마음도 푸르게 물이 들었다.
깃대봉 삼거리는 너른 헬기장이었다.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시고 계신 분들도 있었고 식사를 마치고 막 출발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한구석에 자리를 펴고 사가지고 온 주먹밥 한덩이를 꺼내 둘이서 나누었다. 여전히 햇살은 머리 위에서 빛이 났고 온갖 꽃들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매의 발톱
노루오줌풀
실패랭이
범꼬리풀
산긴꼬리풀이라는 이름을 가르켜주신 조샤프 님에게도 감사를
깃대봉 삼거리에서 배달은 석 사이에 있는 평전은 그야말로 야생화 천국. 온갖 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있었다. 한참을 사진 찍고 놀았다.
배달은 석. 높디 높은 이곳에 누가 배를 달았을까?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배를 떠올린 것이 나뿐 만은 아니었어리라.
꽃들이 피어있는 사이로 운해라도 불어오는 날이면 이곳에 서서 배를 모는 선장의 흉내라도 내볼 수 는 있지 않을까?
무리였을까? 일주일에 육일 근무에 하루 열두시간 이상 근무하는 아내의 체력으로서는 더이상 빨리 진행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따라오는 아내를 기다리며 조용히 서있었다.
그러자 바쁘게 걷던 나로서는 듣지 못했던 온갖 소리가 들려왔다. 곤충 들의 윙윙거리는 소리, 산새들이 우는 소리, 바람이 나무에 부딪히는 소리, 아내가 걸어오는 소리도 들려왔다. 산행내내 듣지 못했던 아내의 발걸음 소리를 내가 멈추고 나서야 조용하고 나서야 들을 수 있었다.
주억봉 정상은 바로 방태산 정상이다. 정상목 앞 너른 공터가 있다.
공터에서 사위를 바로보면 거칠 것이 없다. 먼저 눈이 가는 곳은 북쪽의 점봉산을 비롯한 설악산군이다. 연무 너머 아스라히 보이는 산들이 바로 그곳이리라.
남쪽 미산계곡 너머 개인산 방향은 온통 푸르름의 천지이다. 綠陰. 푸르름이 제 몸집을 자꾸만 키워 푸르디 푸른 계절. 그런 계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산길은 지당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혹자는 어디서 산행을 했는데 벌써 하산하세요?라는 다소 질투섞인 질문을 하였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이 얼마나 남았어요? 라고 하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진동골로 내려서는 하신길은 제법 경사가 심하다. 나무계단, 돌계단, 로프 등을 섞어서 만든 종합 선물세트 같은 내림길이다.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야만 급경사는 끝이 난다.
나무로 만든 울렁다리를 몇개 지난다. 나무 다리 옆에서 세수를 했다. 가볍게 손을 씻고 얼굴만 물에 축시었는데도 온몸이 알아먹을 만큼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방태산의 많은 계곡중 가장 뛰어나다고 손 꼽히는 곳이 적가리골이다. 1997년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문을 열면서 적가리골은 몇몇의 매니아 층에게서 많은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오기는 했다.
이단폭포 위쪽의 15미터 정도의 ?이가 있는 곳이 이폭포이고 잠시 소(沼)를 머물다 아래 짧게 떨어지는 폭포가 저폭포이다.
이폭포 저폭포를 흘러내린 물은 주차장 옆 계곡을 지난다. 산행을 마친 일행들은 너나 없이 계곡으로 뛰어들었다. 지금 이 계절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방태산 알탕.
시원한 계곡 물에 몸을 담그자 계곡아래까지 따라 온 당귀내음이며 꽃 내음이 온몸으로 퍼졌다.
물가에 누워 물소리를 듣고, 느끼고 있자니 너와 나의 구분도 없어지고 깨달음도 느낌도 없어 모두가 스스로 돌아가게 된다는 依自然하게 되나니
靑山도 절로절로 綠水도 절로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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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대 그리고 나 원문보기 글쓴이: 감포
첫댓글 사람 마음의 간사함은 산에 오를 때와 내려올 때의 희노애락 간격을 줄이지 못함에서 극명히 알수 있지요
이틀 동안 열몸살을 앓고 나니 이제 몸이 회복하려 하네요 방태산 꽃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