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리문답 십계명 13
제7계명 도둑질하지 말라
지갑을 훔치는 자만 도둑이 아니라
이웃을 속여 이익을 도모하는 자 또한 도둑이다.
자신(5:살인)과 배우자(6:간음) 다음에 다툴 문제는 재물입니다.
이것 또한 보호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래서 누구도 이웃의 소유를 훔치거나 빼앗지 말라고 명령하십시오.
왜냐하면 도둑질이란 타인의 소유물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도둑질은 자기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웃에게 손실을 입히는 모든 거래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너무 보편적으로 만연해 있기 때문에 악한 일이지도 모르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나는 도둑이 아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모든 도둑을 교수형에 처한다면 아마 세상은 텅 비어 버리고, 급기야 사형집행인도 찾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대로, 금고나 지갑을 훔쳐야만 도둑질이 아닙니다. 더 넓은 의미로 도둑질은 자기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부당한 손실을 끼치는 모든 행위를 뜻합니다. 그래서 도둑질은 시장, 식료품 가게, 정육점, 술 창고, 작업장, 곧 거래가 이루어지고 금전이나 재화나 노동이 교환되는 모든 곳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태만하고 게으르며 양심 없는 피고용인(노동자)은 도둑이다.
가령 집 안의 남종이나 여종이 충실하지 못하여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그대로 보고만 있었다고 합시다. 혹은 그들이 태만하거나 게으르거나 또는 악의적으로 주인의 마음에 괴로움을 줄 정도로 물건을 낭비하거나 맘대로 소비했다고 해봅시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피치 못할 실수나 고의성이 없는 불의의 사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방자하고 경박한 이유로 생기는 것들에 대한 문제입니다.
또 연간 삼사십 굴텐 또는 그 이상도 슬쩍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고 해봅시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남들 모르게 가져가거나 절취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올가미에 목이 졸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아마도 당신은 ‘내가 왜 도둑이냐?’고 핏대를 올리며 소리치고, 아무도 자기를 향해 ‘도둑’이라는 비난을 입 밖에도 내지 못하게 만들 것입니다.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고 남을 속이는 자들도 도둑이다.
동일한 방법으로, 대충 일하면서 공돈이나 바라고 사기 치고 자기 일에 성실하지 못한 수공업자와 노동자들, 일당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계명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들은 좀도둑보다 질이 훨씬 나쁩니다. 좀도둑은 자물쇠와 빗장으로 막을 수 있고, 또 잡으면 다시 범죄를 반복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도둑들은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누구도 그들에게 쓴 소리를 하거나 감히 도둑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열 번 양보하더라도, 차라리 좀도둑에게 지갑을 강탈당하는 게 나을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나를 속이는 최고의 도둑은 내가 신뢰하는 이웃, 내 사랑하는 친구, 내가 믿고 의지하는 하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좀도둑보다 나쁜 것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절도하는 공공의 도둑이다.
더 나아가 이런 도둑은 모든 힘과 수단을 이용해 시장과 일상적인 일터에서 활개를 칩니다. 어떤 사람은 대놓고 결함 있는 상품을 팔고, 도량을 속이며, 위조 화폐를 유통시키고, 타인을 속입니다. 비밀스러운 속임수와 교활한 계획 아래 상거래를 하면서 타인의 이익을 탈취합니다. 또 어떤 자들은 고의적으로 탈취하고 속이며 남을 괴롭힙니다. 누가 이 모든 것을 다 형용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을까요? 간단히 말해 이런 것들은 최고의 장사치와 최대의 상인 조합들에게 볼 수 있는 흔한 일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삶의 자리를 곰곰이 돌이켜 보면, 도둑으로 가득 찬 거대한 마구간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도둑을 자리 도둑, 땅 도둑, 길 도둑이라고 부릅니다. 이 도둑들은 현금털이범이나 금고털이범들과 달리 귀족처럼 의자에 앉아 법을 지키며 존경받는 시민으로 칭송받습니다. 그러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절도하고 도둑질합니다.
좀도둑은 처벌받지만 공공의 도둑은 거리를 활보한다.
어쩌면 이런 진짜 큰 도둑에 맞서 싸우려면 작은 좀도둑들 쯤은 침묵하는 편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도둑은 황제와 영주들을 대동하여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 다니며 온 독일 천지를 매일 약탈합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큰 도둑들을 보호하는 우두머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는 로마의 청중들 한가운데 거룩한 의자에 앉아 온 세상의 재물을 훔치라고 오늘도 명령하고 있는 자 아닙니까?
간단히 말해 이것이 이 세계의 현실입니다. 공개적으로는 노략질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자, 그는 안전하고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도 비난받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며 낯선 이의 소유를 단 한 번 절취한 보잘것없는 좀도둑은 수치와 형벌을 받습니다. 큰 도둑은 경건하고 존경받는 것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아십시오. 이런 도둑이야말로 하나님 앞에서 가장 큰 도둑입니다. 하나님은 이들을 죄과에 합당하게 심판하시고 그대로 갚아 주실 것입니다.
이 계명의 요구는 이웃의 소유와 재화를 보호하고 촉진하라는 것이다.
위에서 본 대로 이 계명의 적용의 폭은 아주 넓습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사람들에게 이 계명을 강조하고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멋대로 행하지 못하게 하고 하나님의 진노가 눈앞에 있음을 항상 깨닫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모든 악당과 극악무도한 고리대금업자들에게도 설교해야 합니다. 사실 이 설교를 더욱 경청해야 할 사람은 재판관과 교도관, 그리고 사형집행인들입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진노를 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웃에게 해를 끼치거나 부당하게 이익을 탈취하는 행위, 부정한 상거래 행위와 이웃을 속이는 밀매를 심판할 뿐만 아니라, 이웃의 재산을 보호하고 이익을 증진시키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특별히 이런 일을 위해 보수를 받는 자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도둑이 망나니 손아귀를 피할 수는 있지만 하나님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을 경홀히 여기는 자는 혹시 교수대로 가는 길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오만불손하게 지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거리를 배회하는 방랑객이나 비렁뱅이로 전락하여 모든 고통과 불행을 겪게 될 것입니다.
자, 이제 당신의 필요와 배를 채워 주는 주인에게 돌아가십시오.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십시오. 거기서 도둑처럼 임금을 취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귀족처럼 기쁨으로 잔치를 벌이십시오. 많은 사람들이 주인에게 오만불손하며, 사랑과 봉사를 베풀지도 않고, 손해를 막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얻게 될지 잘 보십시오. 만일 이런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하여 집에 앉아 있으면 당신은 변하게 될 것이고, 그 틈으로 악이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이 때 하나님은 불행을 통해서라도 당신을 도우려 하실 것인데, 예를 들면 이웃에게 손해를 끼친 돈에 대하여 30배로 되갚게 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행한 대로 갚으실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독히 오만한 상인과 노동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들은 남의 것을 마치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소유권을 행사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소유할 수 있는 듯 행동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하고 싶은 대로 돈에 폭 빠져 살게 놔두십시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의 계명을 잊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행한 대로 갚으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녹색 교수대가 아니라 마른나무에 매달 것입니다. 그들은 명대로 살지 못할 것이고,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바르고 견실한 정부로 이 땅에 있다면, 오만한 도둑이 미연에 방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그런 오만한 자들이 나타나면 그 즉시 참수하여 본보기로 삼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이용하는 시장을 썩은 고깃간으로 만들며 도둑의 소굴로 만드는 상인들의 운명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날마다 가난한 자들의 것을 빼앗고, 세금을 높여서 등골이 휘게 만듭니다. 오만한 모습으로 제 맘대로 시장을 휘젓고 다닙니다.
그러고는 자기는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부르는 대로 자기 물건을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권리와 특권을 가지고 있다면 으스대며 활보합니다.
가난한 자들을 괴롭히고, 못 살게 굴며, 그들에게 인색한 저들을 한번 두고 봅시다. 우리가 신뢰하는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그분의 뜻대로 처리하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평생 긁어모은 돈을 앞에 두고 이렇게 축복하실 것입니다. ‘네 곡식은 곳간에서 썩을 것이고, 네 술은 지하실에서 부패할 것이며, 가축들은 죽게 될 것이다. 네가 굴덴을 속이고 사취했느냐? 그렇다면 모든 돈다발은 벌레 먹어 사라질 것이고, 이후로 기뻐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