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민진
재미 교포인 이민진 님이라는 분이 계셔.
우연히 유튜브에서 그 분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고
그 분이 쓴 <파친코>라는 소설이 읽고 싶어졌단다.
그 전부터 <파친코>라는 소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제목만 보고, 아빠의 관심사와 먼 이야기했구나, 하던 책이었거든.
그런데, 이민진 님의 인터뷰를 보고, 이 책을 자세히 찾아보고 관심이 생겼단다.
이 책은 슬픈 우리나라 역사의 단면을 담고 있었어.
얼마 전에 이규정 님의 <사할린>이라는 소설을 이야기했잖아.
사할린 땅에 어쩔 수 없이 가서 그곳에 정착해 생활하는 우리 민족의 이야기..
<파친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본 땅에 갔다가
영원한 이방인이 되어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단다.
그래서 <파친코>를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은 <사할린>도 자주 떠오르더구나.
지은이 이민진 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서울에 태어나 부모님의 결정으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했어.
미국에 이민을 간 다른 한국인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이민진 님의 부모님 역시 헌신적이었고,
그런 부모님 밑에서 이민진 님은 잘 자라서, 잘 나가는 변호사가 되었대.
그런데 건강이 악화되어 변호사를 그만 두고 글 쓰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만나서,
일본에 살고 있는 있는 한국인들을 부르는 자이니치라는 말을 알게 되었고,
남편 회사 때문에 4년간 일본에 살 기회가 생겨
그때 취재 및 탐사를 한 것을 바탕으로 <파친코>를 쓰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이 책은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것인데,
이미정 님이 우리말로 옮겨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었단다.
자, 그럼 오늘은 <파친코>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1. 선자 이야기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소설은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했단다.
어찌 보면 자조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했어.
이야기는 19세기말 부산 영도에서 시작한단다.
훈이라는 아이가 태어났는데, 언청이에 다리가 기형이었어.
훈이 부모님은 하숙집을 운영했는데,
하숙집에 잘 되어 집안은 넉넉했단다.
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혼하기 힘들었는데,
가난한 집에 착한 딸 양진과 짝을 맺을 수 있게 되었어.
둘은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았는데, 훈이의 장애 때문인지
아이들이 어렸을 때 모두 죽었어.
그렇다가 넷째 아이 선자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었단다.
선자가 열세 살이 되었을 때 훈이는 죽고 말았어.
비록 장애를 가진 훈이였지만, 선자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였단다.
훈이가 선자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해주었거든.
양진은 이제 어린 선자를 데리고 혼자 하숙집을 운영했어.
그로부터 3년 뒤 배이삭이라는 손님이 찾아왔어.
배이삭은 목사였는데 10년 전 자신의 형이 이 하숙집에 머물렀는데
착한 주인들이라면서 추천을 해주어
자신도 일본으로 형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잠시 이 하숙집에 머무르려고 왔다는 거래.
그런데, 그곳에 있으면서 백이삭은 어렸을 때 앓았던 결핵이 재발해서
잠시가 아니고 한 동안 머물러야만 했어.
죽음의 위기도 있었는데,
양진과 선자가 잘 보살펴주어 회복할 수 있었단다.
…
그때 선자의 나이 열여섯 살이었는데
6개월 전부터 알게 된 생선중매상 고한수와 사랑을 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임신을 한 것을 알게 되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단다.
어차피 고한수와 결혼하면 되니까 말이야.
선자는 자신의 임신 소식을 이야기하니, 고한수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
자신은 오사카에 아내와 아이가 셋이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선자를 사랑하니 선자와 뱃속의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며 했어.
그러니까 한수는 선자를 첩으로 생각한 것이야.
선주는 이 이야기를 듣고,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헤어져버렸어.
선자는 자신의 임신 소식을 엄마 양진에게 이야기하고
엄마는 자세한 것은 묻지 않고 선자를 그저 걱정했단다.
2. 오사카 이야기
죽음의 위기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와 건강을 되찾은 백이삭 목사.
우연히 선자의 사연을 듣고, 자신이 선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했어.
그것이 기독교의 희생 정신이고,
자신을 살려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어.
원래 백이산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병약해서 오래 살지 못할 거라 생각해고,
평생 결혼하지 않을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백이삭과 선자는 결혼을 하고,
백이삭의 형님이 살고 있는 일본 오사카로 갔단다.
이 때가 1933년이었어.
백이삭의 형님 백요셉과 아내 경희 부부는 백이삭과 선자를 환대해주었어.
선자의 과거를 알고 있지만, 형님 부부는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었어.
특히 경희는 일본땅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답답했는데,
말이 잘 통하는 선자를 동생처럼 대해주었고 금방 친해졌단다.
백이삭은 교회에서 평목사로 일하기 시작했고,
얼마 뒤 선자는 아들을 낳았고 이름은 노아로 지었단다. 백노아.
백이삭과 선자뿐만 아니라
아이가 없었던 백요셉과 경희도 모두 노아를 사랑으로 키웠단다.
…
시간을 흘러 1939년, 노아가 어느덧 여섯 살이 되었고,
그새 백이삭과 선자는 아들을 하나 낳았고 그 아이의 이름은 모자수였어.
1939년 일본은 전운이 감돌았고,
그에 따른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엄격하고 어둡고 그랬어.
백이삭이 다니는 교회에서 일하는 ‘후’라는 사람이 신사참배를 거부한 일이 있는데,
이 사소한 일로 ‘후’가 경찰서에 붙들려갔고,
후를 변호하려고 경찰서에 갔던 백이삭 마저 경찰서에 갇히고 말았어.
그게 끝이 아니라, 경찰서에 갇힌 후
백이삭의 소식은 전혀 들을 수 없었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어.
식구들은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았던 백이삭의 건강을 걱정했지만,
백이삭의 상황을 알 수 없어서 더 답답했단다.
백이삭의 뒷바라지를 하려다 보니 돈이 필요했고,
백요셉이 벌어오는 돈으로 부족해서
선자와 경희는 김치 장사를 시작했단다.
이 일에 대해 백요셉이 크게 화를 내면서 반대했어.
백요셉은 상당히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가장이었어.
그래서 경희는 집에서 김치를 만들기만 하고, 선자가 밖에서 김치를 팔았어.
그들의 김치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큰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창호라는 동포로부터
자신의 식당에 전속으로 김치를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
그래서 이제 안정적인 수입을 얻게 되었단다.
하지만 여전히 백이삭의 소식은 알 수 없었어.
3. 고한수 이야기
또 시간이 흐르고 1942년.
어느날 폐인이 된 백이삭이 돌아왔어.
죽을 것 같으니까 경찰서에 풀어준 것 같았어.
식구들이 열심히 백이삭을 간호하고 보살펴 주었지만
결국 백이삭은 죽고 말았단다.
백이삭이 죽고 2년쯤 지난 뒤에 고한수가 선자를 찾아왔어.
고한수는 일본인 장인어른과 함께 대금업을 해서 큰돈을 벌고 있었어.
사실 그동안 선자 식구들을 몰래 도와주고 있었어.
김치를 팔아준 김창호도 고한수의 수하였고,
김창호가 선자네 김치를 산 것도 고한수가 시켜서 그런 것이었어.
선자는 고한수의 도움을 거부하려고 했지만, 그의 도움을 마냥 피할 수는 없었단다.
전쟁으로 일본의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자,
백요셉은 나가사키로 돈 벌러 갔단다.
아, 하필 나가사키였을까. 그곳은 얼마 후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곳인데 말이야.
…
고한수는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얼마 안 있으면 큰 전쟁이 난다면서,
오사카를 피해 시골 농장으로 피해야 한다면서
선자 식구들을 설득해서 그들 모두 농장으로 이사 갔단다.
정말 전쟁으로 오사카는 폐허가 되어서 당분간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어.
전쟁이 끝나고 백요셉이 돌아왔는데,
나가사키 떨어진 핵폭탄으로 반신불구가 되어 돌아왔단다.
목숨을 건진 것이 다행이었는데,
이후 백요셉은 신경질을 자주 부르고 예민해져서 식구들이 무척 고생했단다.
특히 경희가 무척 힘들어했어.
….
고한수는 부산에 가서 선자의 엄마 양진을 모셔왔어.
양진과 선자는 수십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단다.
1949년, 그들은 다시 오사카로 왔어.
고한숙의 도움으로 다시 집을 지었단다.
그들은 조선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그쪽의 사정이 좋지 않아 일단 여기 있으라는 고한수의 설득에 머무르기로 했어.
선자의 아들 노아도 부쩍 커서 노아의 교육도 생각해야 하지 않냐고 했거든…
…
여기까지 <파친코> 1권의 이야기란다.
소설 속 시간의 흐름의 빠르게 전개되더구나.
뭐, 원래 시간이란 것이 엄청 빠르게 흘러가니까…
선자 식구들은 일단 일본에 머무르기로 결정을 했는데,
과연 조국에 돌아갈 수 있을까.
2권에서 그 뒷이야기들을 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책의 끝 문장: 김창호는 경희를 사랑하는 고통을 끝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책제목 : 파친코 1
지은이 : 이민진
옮긴이 : 이미정
펴낸곳 : 문학사상사
페이지 : 368 page
책무게 : 470 g
펴낸날 : 2018년 03월 23일
책정가 : 14,500원
읽은날 : 2021.07.11.~2021.07.12
글쓴날 : 2021.07.27,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