嵯峨鷄立嶺(차아계립령) 우뚝 솟은 저 계립령이여! 終古限北南(종고한북남) 예로부터 남북을 가로막았네 北人鬪豪華(북인투호화) 북인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다투는데 南人脂血甘(남인지혈감) 남인들은 기름과 피를 짜는구나 牛車歷鳥道(우차력조도) 우마차가 험난한 길을 지나가니 農野無丁男(농야무정남) 들판에는 장정 남자가 없네 江干夜枕藉(강간야침자) 밤이면 강가에서 서로 베고 자노니 吏胥何婪婪(이서하람람) 아전들은 어찌 저리도 탐학한가? 小市魚欲縷(소시어욕루) 시장에선 생선을 가늘게 회치고 茅店酒如泔(모점주여감) 모점에는 술이 뜨물처럼 하얀데 醵錢喚遊女(갹전환유녀) 돈 거두어 노는계집 불러오니 翠翹凝紅藍(취교응홍람) 머리꾸미개에 연지를 발랐네 民苦剜心肉(민고완심육) 백성들은 심장을 깎는 듯 괴로운데 吏恣喧醉談(이자훤취담) 아전들은 방자히 취해서 떠들어 대네 斗斛又討嬴(두곡우토영) 또 두곡의 여분까지 토색을 하니 漕司宜發慚(조사의발참) 조사는 의당 부끄러울 일이로다 官賦什之一(관부십지일) 관에서 부과한 건 십분의 일인데 胡令輸二三(호령수이삼) 어찌하여 이분 삼분을 바치게 하나? 江水自滔滔(강수자도도) 강물은 스스로 도도히 흘러서 日夜噓雲嵐(일야허운람) 밤낮으로 구름과 남기를 부는데 帆檣蔽峽口(범장폐협구) 돛과 돛대가 협곡 어귀를 가리어 北下爭驂驔(북하쟁참담) 북쪽에서 내려와 다투어 실어가니 南人蹙頞看(남인축알간) 남인들의 얼굴 찡그리고 보는 것을 北人誰能諳(북인수능암) 북인들이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감상〉 이 시는 세곡선(稅穀船)의 운반을 소재로 하여 북쪽에 비해 피해를 당하는 남쪽 지방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시격(詩格)』에 김종직의 문재(文才)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젊어서부터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이 높았고 시를 더욱 잘 지었는데, 정심하고 넉넉하며 세속의 구덩이에 빠지지 않아 근대의 시조(詩祖)로 추앙된다. 성종이 친서로 칭찬하기를, ‘문장과 경제(經濟)가 아울러 훌륭하다 말할 수 있겠다.’ 하였다 (自少以文章名世(자소이문장명세) 尤長於詩(우장어시) 精深醞藉(정심온자) 不落俗人窠臼中(불락속인과구중) 推爲近代詩祖(추위근대시조) 我成廟御書褒之曰(아성묘어서포지왈) 文章經濟(문장경제) 可謂雙美(가위쌍미)).” 이 외에도 『성소부부고』에는 김종직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점필재(佔畢齋)의 글은 요체는 깨달았으나 높은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으니 최립(崔岦)이 그를 가장 업신여겼다. 그의 시는 오로지 소식(蘇軾)·황정견(黃庭堅)에게서 나왔으니, 고전을 비평하는 사람이 작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우리 중형은 일찍이 그의 시를 말씀하기를, ‘학 울자 맑은 이슬 내려 맺히고, 달 뜨자 큰 고기 뛰어오르네’라 한 구절은 결코 성당(盛唐)의 시에 뒤지지 않으며, ‘가랑비 오는데 중이 장삼을 꿰매고, 찬 강에 나그네는 배 저어 가네’와 같은 구절은 심히 한담(閑淡)한 맛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대체로 맞는 말씀이다 (佔畢齋文(점필재문) 竅透不高(규투불고) 崔東皐最慢之(최동고최만지) 其詩專出蘇黃(기시전출소황) 宜銓古者之小看也(의전고자지소간야) 仲兄嘗言鶴鳴淸露下(중형상언학명청로하) 月出大魚跳(월출대어도) 何減盛唐乎(하감성당호) 如細雨僧縫衲(여세우승봉납) 寒江客棹舟(한강객도주) 甚寒澹有味(심한담유미) 斯言蓋得之(사언개득지)).” 〈주석〉 〖可興(가흥)〗 남한강 상류 창(倉)의 소재지. 〖站〗 역마을 참, 〖嵯峨(차아)〗 우뚝 솟음. 〖鳥道(조도)〗 좁은 산길. 〖干〗 물가 간, 〖婪〗 탐하다 람, 〖縷〗 잘게 썰다 루, 〖泔〗 뜨물 감, 〖醵〗 추렴하다 갹, 〖翠翹(취교)〗 고대 부인의 머리꾸미개 장식의 하나. 〖凝〗 엉기다 응, 〖紅藍(홍람)〗 국화과로, 이것으로 연지를 만듦.
〖剜〗 도려내다 완, 〖斛〗 휘(10말) 곡, 〖討〗 찾다 토, 〖嬴〗 남다 영, 〖漕司(조사)〗 부세(賦稅)의 독촉 징수와 출납(出納)·상공(上供) 등의 일을 관장한 기관임. 〖噓〗 불다 허, 〖嵐〗 남기 람, 〖帆〗 돛 범, 〖檣〗 돛대 장, 〖峽〗 골짜기 협, 〖驂驔(참담)〗 서로 따름. 〖蹙〗 찡그리다 축, 〖頞〗 콧마루 알, 〖諳〗 알다 암 |
첫댓글 학문의 깊이에 갈채를... 너무 어려워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