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산하(山河)와 더불어 온통 울긋불긋 봄을 희롱(戱弄)하는
화초(花草)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오월(五月)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하고 먼저 가신 어버이를
생각하며 불효(不孝)의 한(恨)스러움을 위로하고자 읊조려 보는 두편의
시(詩)가 있다.
천리(千里)라 내 고향(故鄕)은 첩첩 산골 저 쪽인데,
돌아가고 싶은 마음 언제나 꿈속이네.
한송정(寒松亭)가에는 외로운 달빛이요,
경포대(鏡浦坮) 앞에는 한 떼의 바람이라.
모래밭의 갈매기는 모였다가 흩어지고,
물결 위의 어선들은 오락가락 하는데,
어느 때 다시 고향 길 밟아,
색동옷 입고 춤추며 부모님 곁에서 바느질할까?
『千里家山萬疊峰한데 歸心長在夢魂間이네.
寒松亭畔雙輪月이요 鏡浦坮前一陣風이라.
沙上白鷗恒聚散하고 波頭漁艇每西東한데
何時重踏臨瀛路하야 綵舞斑衣膝下縫고?』
조선조(朝鮮朝)의 대학자이신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어머니
신 사임당 (申師任堂)이 읊은 “사친(思親 : 어머니 그리워)”이라는
시(詩)의 전문(全文)이다.
늙으신 어머니를 임영(臨瀛 : 강릉)에 두고 온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리고
가슴속 깊이 사무쳤는데, 이러한 심경(心境)을 진솔(眞率)하게 표현(表現)한
시(詩)이다. 가끔 꿈에서 어머니를 뵙게 되고, 아울러 달빛 외로이 감돌던
한송정(寒松亭)과 세찬 바람이 불던 바닷가 모래 위를 갈매기가 날고
고기 배들이 바다 위를 떠돌던 어렸을 적 강릉(江陵) 경포대의 풍경(風景)과
색동저고리를 입고 어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던 그 때를 회상(回想)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어렸을 때처럼 언제쯤이나 어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면서 어머니를 다시 모실 수 있을까를 염원(念願)하는
지극(至極)한 효심(孝心)이 배어있는 훌륭한 시(詩)이다.
慈母鶴髮在臨瀛 백발의 늙으신 어머님은 강릉에 계신데
身向長安獨去情 내 몸은 서울로 향해 홀로 떠나는 심정
回首北村時一望 머리를 돌려 북촌을 때때로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 흰 구름 나는 아래 저무는 산만 푸르네.
이 시(詩)는 읍별자모(泣別慈母 : 눈물로 어머니와 이별함)라는
시(詩)의 전문(全文)이다.
신사임당은 시댁(媤宅)인 파주(坡州) 율곡리(栗谷里)와
수진방(壽進坊 : 청진동)에서 살았다. 이 때에 홀어머니를 강릉에 두고
서울로 가게 되어 대관령(大關嶺)을 넘을 때 말 할 수 없는 애틋한
그 심경을 토로(吐露)하였다.
유난히도 오월의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부끄러울 정도이나 햇살은 그 어떤 편견(偏見)도 없이 온 누리를
따사롭게 비추어 주고 있다.
옛 성현(聖賢)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햇살을 “애일(愛日)”이라 했고
그런 햇살이 나날이 다시 비춰짐을 하늘의 큰 은혜로 알고 살아갔다.
특히 “애일(愛日)”은 부모님께 효도(孝道)할 수 있는 날이 지속되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그런 해(日)를 사랑스럽다고 표현한 것이다.
매일 매일 같은 모습으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저 사랑스러운
햇살 덕분에 부모님이 살아 계시고 내가 효도(孝道)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왔구나.” 하는 마음에 하루해를 아껴가며 부모님과 조상들께 정성을
다하였던 것이다.
조선조(朝鮮朝) 중종(中宗)때의 문신(文臣)인 농암(聾巖) 이 현보(李 賢輔)
선생께서는 어버이를 위하여 “애일당(愛日堂)”이라는 정자(亭子)를 지어놓고
매양 좋은 때와 좋은 절후(節侯)에 늙으신 어버이를 모시고 동생들과 함께
이 애일당(愛日堂)에 모여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희채(戱綵 : 어린아이처럼
재롱떠는 일)하며 어버이를 즐겁게 해 드리기를 삼십여 년이나 하였다.
한편 채의오친(綵衣娛親)이라는 고사(故事)가 있는데 이는 중국 고대 주(周)
나라의 노래자(老來子)가 그의 나이 70세임에도 불구하고 늙으신 부모님
앞에서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떨며 응석을 부려가며 어버이를 기쁘게 해
드렸다는 일화(逸話)에서 나온 말이다.
이렇듯 우리의 선현(先賢)들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버이를 생각하며 섬기기를 지극 정성으로 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입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자(孔子)께서도 어버이께 효도한다는 것은 단지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 어버이를 편하게 해 드리는 것 그 자체가 나를
편하게 하는 것이라고. 이 얼마나 위대한 가르침인가?
첫댓글 좋은 가르침 잘 보았습니다...........^^
어머니?..란 말은 ?..언제들어도 가슴이 뭉클...살아 계실때...효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