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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평택에 이은미가 왔다. 완숙하고 깊어진 목소리로 새 미니앨범이 내고, '소리 위를 걷다'라는 제목의 단일 콘서트 전국 투어중이다.
한 가수가 단일콘서트를 80회까지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그녀가 은근히 자신을 과시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까, 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역시 이은미, 2000석 가까이 되는 객석이 가득 차서 그 이름이 가볍지 않음을 증명했다.
대개 30~50대까지 높은 연령의 사람들이 와서 정열적인 관람매너를 볼 수는 없었지만, 워낙 콘서트를 많이 해 본 가수라 수줍은 관객을 리드하는 데도 탁월했다.
천천히, 아주 조용히 그녀에게 동화되어가는 관객들의 숨소리가 낯설었던 공연, 나 역시 그 속에 소리들과 섞였다.
공연 시작전에 스크린에 띄운 영상, 티비에서 했던 인터뷰 장면을 보여주어서 덜 심심했다.
기다리는 동안 셀카, 뒤에 보이는 것처럼 관객이 좀 늙은 편...^^
드디어 이은미의 등장, 오픈닝곡은 'time & life'재즈풍의 선율에 가수의 강한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곡. 다행히 이틀동안 듣고 간 터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노래가 끝나고 인사를 나누면서 이은미는 잘 모르는 곡을 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을 꼬집었고, 이후 부터는 잘 알려진 곡과 신곡을 겹쳐서 불러주었다.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는 이은미의 친절한 부탁때문에, 사실은 찍을 수 없었는데, 아쉬운대로 한컷 찍어보았다. 기술 부족...저 아래 검은 옷을 입은 형체. 이은미다.ㅜ.ㅜ
가수 인생 20년이 되었다는 그녀는 초반에 자신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가수가 될 수 있게 된 계기 등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감회롭게 들려주었다.
무대 한쪽에 실제로 자주 갔던 바의 모습을 재현하고 그곳에 앉아 데스페라도와 또 한곡의 팝송을 불렀다.
그렇게 2곡의 노래를 하고 짧지만 깊이있는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며 관객과 소통하려고 애쓰는 그녀가 좋아졌다.
요즘 사람들이 음반을 사진 않는다며 비판을 하다가도 '다음 앨범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근근히' 자신의 앨범과 티켓을 사준 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않았다.
'20년동안 따라다니는 팬 가진 가수 봤어'라는 말로, 자신의 음악인생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었던 그녀. 요즘, 판치는 비주얼 좋은 댄스가수들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자기의식과 자기탐구가 치열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평생을 변하지 않는 색깔로 유지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러는 동안 숱한 좌절과 패배, 숱한 사랑과 이별, 숱한 번뇌 속에서 자기를 버리기도 하고 이겨내기도 하며 그녀역시, 그렇게 섰을 것이다.
세 번째 사랑과 이별했을 때 동네 포장마차에서 바닥까지 떠밀린 마음을 소주로 달래면서, 포장마차의 비닐을 치는 빗방울 소리에 맞춰 한 취객이 부르던 노래, '무정블루스' 그녀가 부르니 더 이상 트롯이 아닌 것 같다는.
모든 노래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한 곡 한 곡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하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이 진실로 통했다.
마지막으로 열광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고싶어서 혹은 서비스차원에서 그녀는 아바의 명곡을 몇 곡 불러냈고, 귀에 익숙한(?) 멜로디에 따라 모두 일어나 손을 흔들고 함께 놀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앵콜송으로 '애인 있어요'를 부르고, 막이 내렸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니. 이게 왠걸, 눈이 내리는 것이 아닌가. 흥분된 마음은 도저히 진정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몇 몇의 지인들과 통화끝에 집앞 후배의 술집에서 소주를 먹고 겨우 집으로 갔다.
그렇게 진한 하루가 ...졌다.
콘서트장에서 구입한 앨범과 책, 미끈한 시집을 한 권 횡재했다.
단 돈 오천원에,
이은미의 목소리와 더불어 시들이 담긴 책을 살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예전의 시인들과 최근 활동하는 시인들도 눈에 띄어서 반가웠다. 참고로 요즈음 읽었던 김경주의 시가 유일하게 두 편이나 있다는...^^ 이렇게 이은미와의 만남이 지나갔다.
2009. 11. 16.
별리 |
첫댓글 ㅎㅎㅎ 사진은 죄다 허공으로 날리셨남? 그러나 보지 않아도 보이는 그 장면들...소주 한잔까지.
사실 공연 시작하면서 이은미씨가 제발 사진을 찍지 말라고 당부하더라구요. 그래서 찍지 못했습니다. 공연에 심취한 탓에 찍지 못한 이유도 있구요.^^
저도 이은미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시간을 맞추지 못해 많이 아쉬었는데 참 좋은 시간 가지셨겠어요. 부러라~! 크~~~! 진한 음악과 함께 하신 시간이셨겠어요.^ ^
요즘 너를 통해 얻는 또 하나의 행복..너를 통해 만나게 되는 내가 몰랐던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유경 선생님..김경주 시인..류 연복 판화작가님..아~아~ 행복 만땅^^
사진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나도 그녀 한번 보고 싶습니다 진짜로 부르는 "애인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