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자 : 2010년 6월 2일(수요일)
■ 날씨 : 맑음
■ 산행 길 :
성삼재▶작은고리봉(1,248m)▶정령치(1,172m)▶큰고리봉(1,305m)▶세걸산(1,220m)▶세동치▶부운치(1,115m)▶팔랑치▶바래봉(1,165m)▶덕두봉(1,150m)▶구인월마을회관
■ 산행거리 : 약 23km
■ 산행속도 : 보통
■ 산행시간 : 9시간 21분(휴식시간 포함)
■ 함께 한 사람 : 진주교도소 동료들과(4명)
■ 구간별 산행시간 :
08:55(성삼재)→09:25(작은고리봉)→10:37(만복대)→11:22(정령치)→11:46(큰고리봉)→13:40(세걸산)→13:57(세동치)→14:54(부운치)→15:32(팔랑치)→16:06(바래봉)→16:49(덕두봉)→18:16(구인월마을회관)
오늘은 지방선거일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나에게 투표권한이 주어진 이후 한 번도 투표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국민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국민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일면도 있겠지요. 물론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있겠지만 투표는 꼭 해야 겠습니다.
이번 선거는 이슈도 많고, 1인 8표를 투표하는 선거라 매우 복잡하며, 교육위원등 등장인물 마다마다의 인물됨을 유권자가 알기란 매우 힘들어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로또복권 번호 찍는 경우처럼 될 우려가 있어,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썼지만 어딘가 모르게 투표장을 나서는 저의 마음은 찜찜하기만 합니다.
새벽 일찍 투표를 마치고 지리산의 서북능선을 종주하기 위해 성삼재로 국도 3호선을 따라 나의 애차 무쏘 95연식을 이끌고 나아갑니다. 경호강을 따라 펼쳐진 웅석봉. 둔철산. 왕산. 필봉산을 가로 질러 이내 지리산의 품속으로 접어듭니다.
처음 계획은 동료들의 체력을 감안하여 정령치에서 구 인월 마을까지 진행 할 예정이었으나 최고 어른의 간곡한 명령에 의해 성삼재로 변경하였기에 각오를 다시 되새깁니다.
오늘도 성삼재는 변함없이 산객들을 맞아주며, 노고단은 구름을 입에 머금은 채 화엄사 방향에서 올라오는 이른 여름의 바람을 맞이하고, 반야봉은 초록빛으로 갈아입은 속옷차림으로 예쁜 엉덩이를 자랑합니다.
오늘 지리산의 서북능선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좌측으로는 남원 산내면이요. 우측은 주천면과 넓은 뜰을 지닌 운봉읍을 사이로 두고 인월까지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철쭉이 만발 할 때면 인산인해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터이지만 꽃이 사라 졌으니 사람도 떠났는가? 봅니다.
작년가을에 떨어진 낙엽을 밟는 나의 발걸음은 양탄자를 밟는 것처럼 가볍고 상쾌하지만, 내년을 약속하며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진 철쭉 중 아직 사라질 시기를 저울질하며 아직 꽃을 피우며 버틴 철쭉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서북능선은 철쭉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졌지만 철쭉의 개화시기 외에는 지리산 태극종주(태극종주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서북능선은 필수코스임)를 하는 산객들의 길이기도 합니다.
흔히들 지리산 3대 종주를 1. 성삼재-천왕봉-성삼재(56.2km) 2. 구례 화엄사-산청 대원사(43.1km) 3. 태극종주의 종류 중 구인월-산청군 덕산교(90km). 산청군 어천마을(80km). 남강(산청군 단성면. 100km) 진양호(사천시 금성교120km). 까지를 말하며, 비박으로 종주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박으로 종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도 무박으로 1번과 2번을 종주했지만 3번은 4구간으로 나누어 종주 한 적이 있으며, 조만간 3항도 무박으로 종주 할 계획입니다.
마루금을 지나 약 30분 만에 작은 고리봉에 도착하였습니다. 고리봉은 옛날 하동에서 섬진강을 따라 남원 오수정까지 오르던 배를 묶어놓았던 고리가 산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하여 고리봉으로 불려 졌다합니다.
다가가야 할 만복대가 아스란 히 다가오고 바래봉은 오늘산행이 결코 쉽지 않음을 나타내며 보일락 말락 손짓을 합니다.
때 지난 철쭉이지만 결코 밉지 않습니다. 그들은 세월에 순응했을 뿐이고 인간은 대부분 세월을 역행하려고 하는 마음이 앞설 뿐입니다.
지리의 만복을 모두 가지고 있다하여 붙여진 만복대! 그 명성만큼 정상석은 초라합니다. 오늘 나도 그 만복중 하나의 복이라도 구걸하여 얻어갈까 하는데 지리의 마고할미께서 주실련지는 모르겠습니다.
가야 할 길이 멀기에 부지런히 땀을 흐리며 발을 옮깁니다. 진한의 왕이 정씨 성을 가진 장군을 시켜 달궁을 지키고자 성을 쌍고 적을 방어했다는 전설을 사진 정령치에 도착하여 물 한 모금 틀어넣습니다. 시원한 물줄기가 목구멍을 타고 창자로 내려가는 시원함은 산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자산입니다.
백두대간 길과 지리태극종주길이 나누어지는 큰 고리봉에 도착하여 밥상을 차립니다. 민생고 해결이 인간사 최고의 일 순위 아니겠습니까? 맛있는 밥과 반찬에 매실주. 막걸리 한잔 곁들이니 값비싼 룸살롱이 부럽지 않습니다. 몇 년 전 내가 진행했던 백두대간 길님께 안부인사 올리며 세걸산으로 가쁜 숨을 토해 냅니다.
지리100리 주능선 중 최고의 전망대인 세걸산에서 가야할 길과 지나온 길과 지리주능선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흐름과 어쩜 그렇게 산행이 비슷할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사는 동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미리 머리에 도장을 찍습니다.
이제 서서히 육신은 지쳐 가지만 마음은 홀가분합니다. 역시 노동과 운동은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매실농사를 짓기 위해 퇴비나 비료를 지게에 지고 매실 밭까지 오르내리면서 하루를 보내면 얼마나 피곤하던지? 저녁이면 녹초가 되지요.
세동치 가기 전 세동샘에서 변강쇠와 옥녀가 먹던 물을 먹으니 피로는 달아나고 그 물에 머리를 적시니 세상사 다 내 것으로 보입니다.
남원시 산내면 부운마을과 남원시 운봉읍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부운치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그 힘으로 8명의 젊은 장군이 외적의 침입을 막았다하여 붙여진 팔랑치를 지나 지리의 최대 철쭉꽃 대 향연이 펼쳐지는 바래봉을 오릅니다.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흔적들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정말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양이며, 그 바리봉의 음이 변하여 바래봉으로 불려 졌다하니 그럴싸합니다.
이제 멀게만 느껴졌던 지리 태극종주와 지리 서북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덕두봉이 손에 잡힐 듯합니다. 동료한분이 어제 과음으로 힘들어 하지만 가야 할 길이며, 올라야 할 산이기에 투혼을 부추 킵니다.
드디어 덕두봉에 올라 오늘의 산행을 이야기 하며 조용히 하산 길로 접어듭니다. 서북능선의 시발점이자 지리태극종주의 시발점인 구 인월 마을회관의 간판이 내 눈에 마주칩니다.
서로를 격려해주고 서로를 얼싸 안습니다. 약 9시간 삼십 분 동안 지리의 서북능선을 친구로 삼았습니다. 그 친구 정말 괜찮은 친구였고, 다음에 술 한 잔 멋지게 해야 겠습니다.
(어떤 글들이 연상 되시는지요?)
(단비)
(이곳에는 아직 아카시아 꽃이.....)
(구인월 마을회관)
첫댓글 투표도 하시공 서북능선의 햇살부서지는 바람과 꽃향기도 보여주셔서 넘 감솨해여~
읽어 주시는 것만 해도 저는 영광입니다.
역시나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꽃이 늦게 피는 것 같습니다. 지리의 서북능선 시원한 산마루금 구경 잘하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구경한 지리의 서북능선! 역시 좋았습니다. 내내 건강 하십시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패왕아 .,.. 나이탓이다 ㅎㅎㅎ 잘지내지 ^^
아이구! 패왕님! 저를 고생시킬 일 있습니까? 저 보고 24시간 안에 종주하자구요? 난 안할겁니다.
30시간이면 나도 힘 한번 내 보겠습니다. 저도 힘 좀 모아서 혼자 살짝 해 볼 생각입니다. 남의 도움은 싫어하는 성격이라...... 아무튼 고맙습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철쭉이 꽃을 피웠네요, 다시가야할 서북능 즐감했습니다,
철쭉은 거의 지고 힘쎈 몇송이 만이 남았습니다. 지리는 사시사철 꽃 아니겠습니까? 겨울에도 꽃이 피는데...... 뭐! 설화라고 하더군요. 호호호
서북능선 이뿐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저의 글을 이쁘다고 하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음에는 색시하게 써 볼까요? 호호호...
수고 했습니다.산행기도 읽고 사진 기경도 잘하고 갑니다.
그냥 가시면 어떻합니까? 뭐 티켓이라도 끊어 주셔야지요. 그래애 저도 기경 멋지게 할것 아닌가요? 호호호홓.....
저도 함가고 싶군요..길을 잘 몰라가 ??잘보았습니다..
서북능선의 길은 낮에는 헷갈릴 이유가 없습니다. 많은 산행기 참고하여 곧 한 번 다녀오시죠?
지리 서북능선의 맹주 만복대 그리고 철쭉이 아름다운 바래봉, 장편의 글보니 가고 싶어집니다.
대장님! 요즈음 죄송할 뿐입니다. 주변정리 잘하여 곧 대열에 합류토록 하겠습니다.
지리산 각 지명에 얽힌 일화들을 완전히 꿰고 계시네요. 덕분에 좀 배웠습니다^^
일주님! 저는 아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사전에서 찾아 기록하고.....그나저나 매실 액기스 한병 보내 드려야 할텐데.....
조만간 한병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