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절 대승보살의 방편(2)
1 그때에 아난 존자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오늘 이른 아침에 사위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을 하다가, 중존왕보살이 어떤 여인과 한 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나이다."
그때에, 중존왕보살은 대중 가운데서 곧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 아난에게 외쳤다.
"존자 아난이여, 죄를 짓고도 능히 공중에 머물 수 있겠는가? 아난이여, 이 일을 부처님께 여쭈어 보라. 어떤 것이 죄요, 어떤 것이 죄가 아닌가를ㆍㆍㆍ."
그때에 아난은 근심스럽게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제 사죄하나이다. 이렇게 큰 보살에게 저는 범죄를 말하고, 또 그 허물을 찾았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제 뉘우치오니 허락해 주소서."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대승보살에게 그 허물을 찾지 말라. 아난아, 방편을 행하는 보살은 일체지의 마음을 성취하였으므로, 비록 궁중의 채녀와 더불어 오락을 하더라도, 마사 및 다른 장난이 일어나지 않고 보리를 얻는 것이다. 어째서냐 하면, 방편을 행하는 보살은 일체지의 마음을 떠나지 아니하므로, 뜻에 맞는 오욕을 보면 곧 그 속에서 오락하는 것이다. 너는 마땅히 이렇게 생각하라. '이런 보살은 능히 여래의 근본을 성취했다'고.
아난아, 너는 자세히 들어라. 무슨 까닭으로 중존왕보살은 그 여인과 한 상에 앉았던가? 아난아, 그 여인은 일찍이 과거 오백 세 동안 중존왕보살의 아내가 되었다. 그 여인은 본래 습기로 말미암아, 중존왕보살을 보면 마음에 애착이 생겨 놓지 못하는 것은, 이 중존왕보살의 위덕이 있고 단정하고 지계하는 힘이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보고는 즐거이 뛰면서, 외딴곳에 있어서는 이런 생각을 낸다. '만일 중존왕보살이 나와 한 자리에 앉아 준다면, 나는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리라'고. 중존왕보살은 그 여인의 마음에 생각하는 바를 알았다. 그래서 곧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바리때를 들고, 사위성에 들어가서 차례로 걸식하다가, 그 여인의 집에 가서는 그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는 이런 법문을 생각했다.
'안의 지대와 밖의 지대는 한 지대이다.' 그래서 지대의 마음으로 그 여자의 손을 잡고 한 상에 앉았던 것이다. 중존왕보살은 그때 그 자리에서 게송을 설했다.
범부들의 행하는 더러운 욕심은 여래께서 찬탄하지 않는 것이다.
더러운 욕심과 탐애를 여의면 인간 천상의 스승이 되리라.
아난아, 그때 그 여인은 이 게송을 듣고 마음에 매우 기뻐 그 자리에서 일어나 중존왕보살께 정례하고 곧 게송으로 대답했다.
나는 더러운 욕심 탐하지 않나니 그것은 부처님의 나무라신 것.
욕심과 애정을 모두 여의면 인천의 스승이 되는 것이지.
그리고 이어 '나는 먼저 가졌던 애욕의 마음을 이제 참회하고, 곧 좋은 욕심을 내어 보리 마음을 발하여, 일체 중생을 이익하게 하기를 원합니다.' 하였다.
아난아, 그때 중존왕보살은 그 여인을 권해서 보리 마음을 내게 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 버렸다.
아난아, 너는 그 여인의 복보를 관하라. 나는 이제 그 여인을 수기한다. 그 여인은 이 세상에서 명을 마치면, 곧 여인의 몸을 바꾸어 남자가 되어서, 장래의 구십칠 겁에 백천만억 무량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일체 불법을 구족하면 성불을 하되, 이름은 무구번뇌 여래일 것이다. 그 부처님이 성불하면, 그때에는 온 세상에 한 사람도 착하지 않은 마음을 가진 이가 없으리라.
아난아, 마땅히 알라. 방편을 행하는 보살이 섭취한 권속은,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그때 중존왕보살은 공중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정례하고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보살이 방편을 행할 때에, 비록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대비심을 일으켜 선법을 모를 때에, 범죄한 것 같거나 혹은 실로 죄를 범했거나 하면, 그는 백천 겁을 큰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보살은 이렇게 모든 악 및 지옥의 괴로움을 달게 받나니, 이러한 선근으로 한 사람이라도 버리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중존왕보살을 칭찬하셨다.
"장하다, 선남자야. 보살이 이러한 대비심을 성취하면, 비록 오욕락을 받더라도 중죄를 범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죄를 여의고 온갖 악도의 업까지도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2 부처님은 또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니, 과거 아승지겁을 지나 한 바라문이 있었으니, 이름은 수제라 했다. 사십이억 해를 숲 속에서 항상 범행을 닦았다. 한 번은 숲에서 나와 극락성으로 들어가다가, 그 성중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그때에 그 여자는 바라문을 보자 곧 욕심이 일어나, 얼른 바라문에게로 달려가 손으로 그의 발을 붙잡고 땅에 쓰러졌다. 그때 바라문은 여자에게 물었다.
'누이여, 무엇을 구하는가?'
'나는 당신을 구합니다.'
'누이여, 나는 성욕을 행하지 않습니다.'
'만일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나는 죽겠습니다.'
그때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나의 법도 아니요, 또한 나의 때도 아니다. 내가 사십이억 해나 범행을 닦다가, 어째 지금에 와서 파계하겠는가?'
그래서 바라문은 억지로 그 여자를 뿌리치고, 한 칠보쯤 걸어갔다. 그러자 다시 가엾은 생각이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비록 계를 범하고 악도에 떨어지더라도, 내가 마땅히 지옥의 고통을 받더라도, 나는 이제 이 여인이 고뇌를 받는 것은 차마 볼 수 없다. 이 사람으로 하여금 나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도로 여인에게로 가서, 오른손으로 그 여인을 붙잡고 말했다.
'누이여, 일어나라. 너의 요구를 들어 주리라.'
그래서 그 바라문과 여인은 십이 년 동안을 같이 살았다. 그 뒤에 다시 출가하여, 사무량심을 구족하게 성취하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때어났다.
너는 의심하지 말라. 그때의 바라문은 곧 내 몸이었고, 그 여인은 지금의 구이 부인이다. 나는 그때 그 여인의 욕심을 위하여 잠깐 대비심을 일으켰으므로 곧 십백천 겁의 생사의 고를 초월했다. 너는 이렇게 관하라. '다른 중생은 애욕으로 말미암아 지옥에 떨어지지마는, 방편을 행하는 보살은 애욕으로 말미암아 범천에 난다'고. 이것이 보살이 행하는 방편이다."
3 부처님은 또 지승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일 사리불이나 목건련 들도 방편을 행했더라면, 저 구가리 비구로 하여금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했으리라. 무슨 까닭인가? 내가 생각해 보니, 과거 구류손 부처 때에 한 비구가 있었으니, 이름은 무구라 했다. 빈 임야의 굴속에서 살았는데, 그 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섯 선인이 있었다. 어느 때, 갑자기 큰 구름이 일어나며 비가 퍼부었다. 어떤 가난한 여자가 길에서 비를 만나 춥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무구 비구가 있는 굴속으로 들어왔다. 얼마 있다가 비가 개이므로 비구와 여자는 함께 굴 밖으로 나왔다. 그때, 선인들은 이것을 보고 마음에 더럽게 여겨, 서로 이렇게 말했다. '무구 비구는 마음에 악한 생각을 품고, 부정한 짓을 했다'고.
그때 무구 비구는 선인들이 생각하는 것을 알고, 곧 몸을 공중으로 솟아 높이 올라갔다. 선인들은 무구 비구가 공중에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다시 서로 말하기를 '우리들이 본 바 경론으로는, 사람이 부정한 행을 하고는 이렇게 허공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요, 청정한 행을 닦아야만 능히 이럴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선인들은 무구 비구를 향하여, 오체를 땅에 던져 합장 정례하고 뉘우쳤다. 만일 무구 비구가 이러한 방편으로 허공에 올라가지 아니하였더라면, 이 오 선인은 현신으로 지옥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때의 비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미륵보살이다. 그러므로 사리불이나 목건련 들이 이러한 방편을 행했더라면, 구가리 비구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