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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즉통(不通則痛)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으로, 한의학에서 몸의 기(氣)가 바르게 통하고 피가 잘 순환되면 고통이 없고, 제대로 기가 흐르지 않으면 고통이 따른다는 말이다.
不 : 아닐 불(一/3)
通 : 통할 통(辶/7)
則 : 곧 즉(刂/7)
痛 : 아플 통(疒/7)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은 한의학에서 늘 하는 말이다. 통하면 안 아프고, 안 통하면 아프다. 병이 들었다는 것은 기(氣)가 막혀 통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기가 원활하게 흐르면 아픈 데가 없다. 흐름이 막히면 제때 뚫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옆으로 터지거나 넘쳐흐른다.
며칠 전 큰비에도 그랬다. 막혀서 안 통하면 마비가 온다. 마비 상태를 불인(不仁)하다고 한다. 막힌 것은 어질지 않은 일이다.
흔히 도인술(導引術)이니 추나요법(推拏療法)이니 하는 것은 막힌 기운을 강제로 끌고 당기고 밀어서라도 통하게 한다는 원리다.
통불통(通不通)에 따라 통불통(痛不痛)이 나뉘는 것은 육체만이 아니다. 사회의 기는 언로(言路)로 소통된다. 언로가 막히면 기의 흐름이 끊긴다.
달고 기름진 음식만 찾으면 성인병에 걸린다.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다 소통이 단절된다. 힘들어도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하다. 거슬려도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갈등이 사라진다.
세종 임금께서 병으로 누웠다. 내시들이 무당의 말을 듣고 성균관 앞에서 치성을 드렸다. 유생들이 들고 일어나 무당을 내쫓았다. 화가 난 내시가 임금에게 고해 바쳤다.
세종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말씀하셨다. "내가 늘 선비를 기르지 못함을 걱정했는데, 이제 사기(士氣)가 이와 같으니 무얼 근심하랴. 그 얘길 들으니 내 병이 다 나은 듯 개운하다." 오히려 이렇게 선비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주었다. 동각잡기(東閣雜記)에 나온다.
성종 때 일이다. 임금이 갑자기 승지와 사관(史官), 육조와 삼사(三司)에 붓 40자루와 먹 20개씩을 각각 내렸다. "이것으로 내 잘못을 써서 올려라. 신하가 감히 살펴 바른길로 이끄는 자를 직신(直臣)이라 하고, 아양을 떨며 잘한다고 하는 자는 유신(諛臣) 즉 아첨하는 신하라 한다. 너희는 나의 직신이 되어다오."
이익(李瀷)은 성호사설에서 이 일을 두고 이렇게 적었다. "임금이 바른말 구하는 정성이 이와 같으니, 받은 자가 침묵하려 해도 마음이 편안치 않을 것이고, 아첨하는 말을 하려다가도 마음이 부끄러울 것이다."
도처에 불통이라 안 아픈 데가 없다. 이해를 거부하고 오해만 탓한다. 듣지는 않고 제 말만 한다. 꽉 막힌 상태로 큰물이 지면 강물은 제 길을 잃고 마을을 덮친다. 흙탕물 천지가 된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通(통할 통)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甬(용, 통)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甬(용)은 管(관)과 같은 모양의 것, 桶(통) 등 甬(용)이 붙는 글씨는 속이 빈 것, 꿰뚫는 것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通자는 ‘통하다’나 ‘내왕하다’, ‘알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通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甬(길 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甬자는 고리가 있는 종을 그린 것이다. 通자는 본래 ‘곧게 뻗은 길’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로 甬자는 속이 텅 빈 종처럼 길이 뻥 뚫려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길이 뚫려있으니 이동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그래서 通자에서 말하는 ‘통하다’나 ‘내왕하다’라는 것은 길을 가는 데 있어 거침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通(통)은 쉽게 빠져 나가는 것의 뜻으로 ①통하다 ②내왕하다 ③알리다 ④알다 ⑤정을 통하다 ⑥통(편지 따위를 세는 단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통할 철(徹), 통할 경(涇), 이룰 성(成)이다. 용례로는 통하여 지나가거나 옴을 통과(通過), 소식이나 의지나 지식 등을 남에게 전함을 통신(通信), 통지하여 보고함 또는 그 보고를 통보(通報), 외국과 교통하여 서로 상업을 영위함을 통상(通商), 말을 서로 주고 받음이나 전화 등으로 말을 서로 통함을 통화(通話), 특별하지 않고 예사임을 통상(通常), 서면이나 말로 통지하여 알림을 통고(通告), 통행하는 길을 통로(通路), 여러 곳에 두루 통용 되거나 관계가 같음을 공통(共通), 특별한 것이 없이 널리 통하여 예사로움을 보통(普通), 막힘이 없이 서로 오가는 일을 교통(交通), 거침없이 흘러 통함을 유통(流通), 막히지 아니하고 서로 통함이나 뜻이 서로 통함을 소통(疏通), 하늘에 통하는 운수라는 뜻에서 매우 좋은 운수를 이르는 말을 통천지수(通天之數), 절친한 친구 사이에 친척처럼 내외를 트고 지내는 정의를 통가지의(通家之誼), 무엇이든지 환히 통하여 모르는 것이 없음을 무불통지(無不通知), 길이 사방 팔방으로 통해 있음을 사통팔달(四通八達) 등에 쓰인다.
▶️ 則(법칙 칙, 곧 즉)은 ❶회의문자로 则(칙/즉)은 간자(簡字), 조개 패(貝; 재산)와 칼 도(刀; 날붙이, 파서 새기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물건을 공평하게 분할함의 뜻이 있다. 공평의 뜻에서 전(轉)하여 법칙(法則)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則자는 ‘법칙’이나 ‘준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則자는 貝(조개 패)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則자의 금문으로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鼎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鼎자는 신성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則자는 이렇게 신성함을 뜻하는 鼎자에 刀자를 결합한 것으로 칼로 솥에 문자를 새겨 넣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금문(金文)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이 솥에 새겨져 있던 글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솥에는 어떤 글들을 적어놓았을까? 대부분은 신과의 소통을 위한 글귀들을 적어놓았다. 신이 전하는 말이니 그것이 곧 ‘법칙’인 셈이다. 그래서 則(칙, 즉)은 ①법칙(法則) ②준칙(準則) ③이치(理致) ④대부(大夫)의 봉지(封地) ⑤본보기로 삼다 ⑥본받다, 모범으로 삼다 ⑦성(姓)의 하나, 그리고 ⓐ곧(즉) ⓑ만일(萬一) ~이라면(즉) ⓒ~하면, ~할 때에는(즉)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많은 경우에 적용되는 근본 법칙을 원칙(原則),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을 규칙(規則),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을 법칙(法則), 법규를 어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규칙을 벌칙(罰則), 법칙이나 규칙 따위를 어김을 반칙(反則), 표준으로 삼아서 따라야 할 규칙을 준칙(準則), 어떤 원칙이나 법칙에서 벗어나 달라진 법칙을 변칙(變則), 변경하거나 어길 수 없는 굳은 규칙을 철칙(鐵則), 법칙이나 법령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헌칙(憲則), 행동이나 절차에 관하여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한 규칙을 수칙(守則), 기껏 해야를 과즉(過則), 그런즉 그러면을 연즉(然則), 그렇지 아니하면을 불연즉(不然則), 궁하면 통함을 궁즉통(窮則通), 서류를 모아 맬 때 깎아 버릴 것은 깎아 버림을 삭즉삭(削則削), 만물이 한 번 성하면 한 번 쇠한다는 물성칙쇠(物盛則衰), 충성함에는 곧 목숨을 다하니 임금을 섬기는 데 몸을 사양해서는 안된다는 충칙진명(忠則盡命), 만물의 변화가 극에 달하면 다시 원상으로 복귀한다는 물극즉반(物極則反), 사람에게 관대하면 인심을 얻는다는 관즉득중(寬則得衆), 공손하면 수모를 당하지 않는다는 공즉불모(恭則不侮), 그렇지 아니하면은 불연즉(不然則), 보기에 허하면 속은 실하다는 허즉실(虛則實), 궁하면 통한다는 궁즉통(窮則通), 가득 차면 넘치다는 만즉일(滿則溢),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圖謀)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선즉제인(先則制人), 죽기를 각오(覺悟)하면 살 것이다는 필사즉생(必死則生), 오래 살면 욕됨이 많다는 수즉다욕(壽則多辱), 달이 꽉 차서 보름달이 되고 나면 줄어들어 밤하늘에 안보이게 된다는 월영즉식(月盈則食) 등에 쓰인다.
▶️ 痛(아플 통)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자르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甬(용, 통)으로 이루어졌다. 바늘로 찌르듯 아픈 병, 신경통(神經痛), 나중에 넓은 뜻의 아픔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痛자는 '아프다'나 '슬프다', '괴롭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痛자는 疒(병들 녁)자와 甬(길 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甬자는 고리가 달린 종을 그린 것이다. 종을 치면 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게 된다. 그러니까 痛자는 종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듯이 온몸으로 고통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이다. 두통, 치통, 생리통과 같은 통증은 작은 부위에서 시작되지만, 우리 몸 전체를 괴롭힐 정도로 아픔을 준다. 痛자는 그러한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 그래서 痛(통)은 ①몸이 아프다 ②아파하다, 애석히 여기다 ③번민하다, 고민하다 ④슬퍼하다, 슬프다 ⑤간절하다 ⑥사무치다 ⑦괴롭히다 ⑧원망하다 ⑨높고 험하다 ⑩힘을 다하다 ⑪아픔, 고통(苦痛) ⑫원망(怨望), 원한(怨恨) ⑬몹시, 매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원통할 원(寃), 아플 동(疼)이다. 용례로는 소리를 높여 슬피 욺을 통곡(痛哭), 몹시 탄식함을 통탄(痛歎), 아픈 증세를 통증(痛症), 몹시 맵고 사나움을 통렬(痛烈), 아주 유쾌함을 통쾌(痛快), 몹시 뉘우침이나 뼈저리게 뉘우침을 통회(痛悔), 마음에 사무치게 느낌을 통감(痛感), 술을 흠뻑 많이 마심을 통음(痛飮), 피부 감각에서 아픔을 느끼게 하는 점을 통점(痛點), 원통하고 분함을 통분(痛憤), 가슴 아프게 몹시 한탄함을 통한(痛恨), 통렬하게 공박하는 것을 통박(痛駁), 피부 및 신체 내부에 아픔을 느끼는 감각을 통각(痛覺), 아픔을 못 견디어 지르는 소리를 통성(痛聲), 육체적 정신적으로 대단한 괴로움을 느끼는 일을 통고(痛苦),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을 고통(苦痛), 사물을 완성하기 직전에 겪는 어려움을 진통(陣痛), 머리가 아픈 증세를 두통(頭痛), 배를 앓는 병을 복통(腹痛), 허리가 아픈 병을 요통(腰痛), 분하고 억울함을 원통(寃痛), 슬프고 가슴 아파함을 애통(哀痛), 몹시 분하여 마음이 아픔을 분통(憤痛), 마음이 몹시 괴로우며 기분이 우울하고 구슬픔을 침통(沈痛), 몹시 마음이 아픈 슬픔을 비통(悲痛), 술그릇을 두드리는 아픔이라는 뜻으로 아내 상을 당함 또는 상처한 슬픔을 일컫는 말을 고분지통(鼓盆之痛), 성이 무너질 만큼 큰 슬픔이라는 뜻으로 남편이 죽은 슬픔을 일컫는 말을 붕성지통(崩城之痛),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이라는 뜻으로 임금이나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일컫는 말을 천붕지통(天崩之痛), 정신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슬피 통곡함을 일컫는 말을 실성통곡(失性痛哭)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