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정권 퇴진 국민총궐기'에 참석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정상윤 기자
낮 체감온도가 9.6도까지 뚝 떨어진 27일, 서울 도심은 '문재인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함성으로 뒤덮였다. 쌀쌀한 날씨가 무색했다. 시민들은 '여적(
與敵) 행위'를 성토했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각각 심의·의결한 것을 개탄하는 외침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있을 수 없는 행위"라는 분노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한국교회연합·애국시민단체연합·문재인여적죄공동고발국민운동본부·대한민국국군예비역총연합설립추진회 등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규모 공동 집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권 퇴진 국민총궐기'란 집회의 이름이, 주장을 요약해준다. 이들은 "문재인이 △국가해체 △경제파탄 △영토포기 △국군무력화 △법치파괴 △언론탄압 △한미동맹 파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전날, 우파 지식인 320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낸 '대통령 퇴진 요구' 성명이 거리에서 증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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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진 날씨 탓에 겨울 외투와 마스크·목도리를 착용하고 시청광장~대한문 앞~광화문 동화면세점 일대 거리로 쏟아져나온 참가자들의 손에는 '문재인 out'이라고 적힌 손피켓이 들려있었다. 곳곳에는 '언론사망·안보사망·경제중태·교육사망·여론조작·간첩준동' 등의 조기도 나부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하는 일이 이적 세력과 뭐가 다른가. 정말 이래도 되나고 묻고 싶다"며 "대한민국의 생존 한미동맹을 파괴하고 경제마저 파탄내는 문재인은 북한으로 물러가야한다"고 외쳤다.
참가 단체들은 여러 스펙트럼으로 다양했고, 그들의 결집은 거대했다. 기존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던 태극기혁명본부, 박근혜대통령석방운동본부 등 외에도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등 크고 작은 단체 수백여 곳이 참여했다. 이날 덕수궁 대한문 앞 외에도 서울역 광장,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도 '문재인 퇴진'을 외치는 집회가 동시에 개최됐다.
▲ 도태우 변호사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퇴진 국민총궐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어떻게 패전국이나 할 법한 항복 선언을"대한문 앞 설치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민중홍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은 "문재인·김정은의 종전선언·평화위장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꼬집으며 이번 집회의 동기를 설명했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항복선언'과 다름없고 '남북군사 합의서'는 '국군무장해제'라는 것이다.
민 사무총장은 "이는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하고 안보주권을 포기한, 패전국이나 서명할 수준의 항복문서"라며 "문 대통령이 '북과 남, 8천만 겨레 손을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겠다'고 말한 능라도 선언에서 새 조국은 북조선 인민공화국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첫 연사로 나선 도태우 변호사는 '국제범죄형사법'을 언급하며 "김정은이 대한민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즉시 전쟁범죄·반(反)인도 죄목으로 체포해 처벌해야한다"고 소리 높였다.
도 변호사는 "6.25를 일으켜 수백만을 죽이고 아사로 다시 수백만을 죽이고, 2천만을 상시적 노예상태로, 20만명을 정치범수용소에 가둬 짐승 이하의 삶을 살도록 하는 김정은은 국제범죄자"라며 "김정은은 지금도 납북자들의 생사확인조차 거부하고 있는 현행범인데, 이런 자를 미화하고 대변인 노릇을 자처하는 문재인은 반역자임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퇴진 국민총궐기'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심재철 의원 "대한민국 삼권분립 다 무너져"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민국 삼권분립은 이미 다 무너졌다. 문 정권은 40명의 검사를 동원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행정을 비롯한 사법부마저 장악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지금 남은 것은 그나마 입법인데, 그마저도 야당밖에 남아있지 않다"며 "이외에 경제도 몰락하고 있다. 우리가 이리 고생하는 것이 먹고살자고, 자식에게 부강한 나라를 물려주자고 하는 것 아닌가. 문 정권은 도대체 어쩌자고 이러는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안보·북핵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인 김태호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남북군사합의서 내용을 보면 말끝마다 '우발적 충돌방지'가 들어있는데 우리가 대체 언제 도발을 했나"며 "이제껏 우발적 충돌은 없었으며 모두 북한이 치밀하게 계획한 도발이었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전 원장은 "1940년대부터 영월발전소 폭파기도·6.25도발· 김신조 일당 청와대 습격·판문점 도끼· 아웅산 테러 등등 북한이 저지른 만행은 헤아릴 수도 없다"며 "그런데 뭘 마치 우리도 책임이 있는 것처럼기술하고 있다. 상호 정찰도 하지마라, 무력증강도 하지마라. 이게 바로 우리가 해당 합의서를 '이적성 문서'라고 외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규탄했다.
▲ 문재인정권 퇴진 국민총궐기 참가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유럽 가서 대북제재 완화 요청한 文, 퇴짜맞은 격"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성과와 관련해서도 이를 꼬집는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유럽 순방의 성과가 높았다고 언급했지만 이날 집회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 국가원수 자격으로 아시안정상회의에 가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를 완화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강한 제재로 나타났다"며 "문이 김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건가. 이는 대한민국 대통령일 수 없다"고 외쳤다.
그는 "이 정부가 싸울 수 없는 까닭은 바로 적이 누군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은 대선 때부터 주적이 누구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못했다. 도대체 이런 대통령을 여러분의 표로 뽑은 적 있습니까"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오영국 대구태극기집회 대표 역시 "대통령이 유럽순방에서 외교참사를 당하고 왔다"며 "그러면서도 쓰레기같은 언론을 믿고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며 "수백만을 죽인 북한 김씨 일가를 대한민국에 초청한다고 한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나"고 소리쳤다.
▲ 문재인정권 퇴진 국민 총궐기 참석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우리도 할일 많은 사람들"... 언론에 각 세운 시민들이날 집회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참가자들이 언론사 및 1인 미디어 카메라를 향해 "우리도 생업 바쁘고 할일 많은 사람들"이라고 외치는 풍경이었다. 그간 일부 언론에서 '태극기 집회'를 '직장에서 퇴직한, 시간적 여유가 많은 연로한 세대들의 사랑방' 등으로 다소 폄하한 것에 대한 반어법으로 해석된다.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언론에 대한 불신을 다양한 표현으로 쏟아냈다. "노조에 장악된 언론방송" "거짓왜곡보도 중단하라" "1인 유투브 막는 독재 정권" "우리가 한가하다고?" 등의 현수막 및 피켓들이 거리를 메웠다. 이들은 정권 규탄 외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석탄', '민노총 고용세습' 등에 대한 문제도 지적하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체 및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5시경 '문재인 정권 퇴진 국민총궐기'를 마무리하고 대한문 앞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거리 행진에 나섰다. 경찰 추산 약 2천여명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