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클리앙)
2024-03-22 11:30:24 수정일 : 2024-03-22 11:35:12
돌팔이 정부
며칠 전 어느 의대교수님이 사직서를 내면서 했던 표현입니다. 그분의 글을 읽다보니 전공의와 전문의가 떠난 병원을 지키며 한 달을 버텼는데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그 답답함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밤새 수술하는 일이 다반사라 몸이 힘든건 참을만 하지만, 미래가 없다며 떠난 전공의, 전문의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 힘들답니다. 수술이 약속된 환자들까지만 다 수술하고 떠나겠다며 이렇게 까지 상황을 악회시킨 정부를 돌팔이 정부라고 일갈합니다.
조기발견된 암환자들을 바로바로 수술하는 좋은 기록을 가진 병원에서 이제는 기약없이 수술을 미루어야 하니 현장에 있는 의대 교수들의 마음이 어떨까 싶습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욕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의사를 비난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니 오히려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수술하는 역할에 자부심을 갖던 의사들의 마음은 또 다른 측면에서 괴로웠을 겁니다.
오늘 정부는 의대증원 내용을 확정짓고 발표했습니다.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돌아올 명분도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여전히 전공의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정부를 보니, 고구마가 목 뿐만 아니라 온몸의 혈관을 메운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의대정원 문제는 여러 면에서 볼 수 있겠습니다. 장기적으로 의사를 늘려야 하는 문제를 핵심으로 볼 수도 있고, 의료현장의 열악함과 의료수가 문제를 중심으로 볼 수도 있고 지방 의료 문제가 핵심일 수도 있고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공으로 밀어부치는 정부가 문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의대정원 문제 뿐만아니라 더 큰그림을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해 보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돌팔이 정부라서 그렇습니다.
R&D 예산 삭감도 그렇습니다. 이 땅의 모든 과학자들이 고통을 당하는 중입니다. 개인과제를 하는 교수들의 연구비는 일괄적으로 10% 삭감되었고 큰 과제를 하는 분들은 최소 25% 삭감되었습니다. 막상 3월이 시작되어 줄어든 연구비로 어떻게 살림을 꾸려야 할지, 다들 난리입니다.
그러면서도 윤통은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면 2045년까지 100조를 투자한답니다. 양아치들의 표현에 따르면 돈지랄입니다. 물론 또 어느날 말을 바꿀지 모릅니다. 줬다가 뺐었다가, 병주고 약주고, 뭐 하자는 겁니까? 나랏돈을 자기 돈처럼 굴리는 모양을 보니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정부가 5년, 10년, 20년 장기계획을 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정부정책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돈먹는 카르텔이 있다면 과감히 예산을 삭감하고 수술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물어봅시다. 정말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체계적으로 화성 탐사 계획을 세우고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R&D 예산을 과감히 삭감한 건가요?
아니잖아요. 이렇게 말했다가 저렇게 말했다가... 어느날 누군가 윤통의 귀에 카르텔 운운했더니, 갑자기 30% 깎아라 그런거 아닌가요? 그게 아니라고요? 다 계획이 있었다고요? 네 그럼 예산삭감 결정 과정이 어떻게 된건지 한번 제대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돌팔이 정부라서 그렇게 졸속으로 정한은 분명해 보입니다. 왜냐구요? 카르텔을 명분으로 예산삭감을 계획도 없이 졸속으로 집행했다는 증거는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한국연구재단 연구비를 가지고 연구하는 모든 교수/연구자들의 예산이 일괄적으로 깎였는데, 그러니까 우리모두가 다 카르텔 범죄자라는 건가요? 심지어 회의비로 점심식사 한번 해도 소속 기관 밖의 외부참여자가 있어야 하고 회의 내용을 기록해야 해야 연구비 집행이 가능한데 누가 누구를 카르텔이라고 합니까? 막대한 활동비를 영수증 처리도 없이 집행하는 자들이 과학자들에게 카르텔 운운하면 곤란합니다.
더 웃긴건 올해 시작하는 교수/연구자들의 예산은 그대로입니다. 내년에는 예산이 오른답니다. 그러니까 교수/연구자들이 2023년에는 범죄자였다가 2024년에는 아니었다가 2025년에는 훌륭한 연구자들로 신분이 바뀌나 봅니다.
예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겠다면 5년이나 10년 계획을 잡아서 점진적으로 줄이는 걸 계획이라고 합니다. 몇년 전에 협약을 맺으면서 5년 예산을 연도별로 세우고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계약에 위배되는 연구비 삭감을 통보하는 건 말도 되지 않습니다.
부동산 정책도 심각해 보입니다. 주욱 정상 궤도로 가고 있던 공시가격 현실화도 폐지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PF 문제가 심각한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돌팔이 의사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돌팔이 의사한테 가면 병이 낫는게 아니라 더 병이 들게 됩니다. 실력도 없고 전문성도 없고 그래서 낫지도 않고 돈만 날리게 만드는 그런 의사들을 돌팔이라고 했습니다.
딱 그렇습니다. 돌팔이 정부입니다. 전문가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과학정책을 세우고 R&D예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결과가 잘 나오는지 감독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교육정책이나 의료정책, 부동산 등등 우리나라에 훌륭한 전문가들 많습니다.
그런데 왜 돌팔이가 될까요? 꼭대기가 돌팔이라서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 이건 뭐, 국민과 소통을 하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를 하나, 보고서는 좀 제대로 읽나 모르겠습니다. 요즘 언론에는 윤통이 격노했다는 뭐 그런 표현이 종종 나오더군요. 상감마마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직언을 하여 대노케 하였으니 죽여주시옵소서~ 뭐, 그런 장면이 그려집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입대하여 해병대에 간 청년이 죽었습니다. 상관의 무리한 지시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그 상관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도록 정부는 엄청 애를 쓰는 것 같습니다. 수사 중인 전 국방부장관은 출금금지를 풀고 호주대사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돌팔이 정부가 이런 일들을 참 전문적으로 잘 합니다. 그 방면의 전문성을 알아주어야 겠습니다.
장관도 지시를 받은 일이라는 의심이 있기에 심각한 사안입니다. 왜 지금까지 수사를 미적대었냐며 공수처를 비난하지만 생각해 봅시다. 공수처가 용산에 맞설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지금은 공수처장도 공석인데요.
돌팔이 의사를 만나면 병이 낫는게 아니라 악화됩니다. 멀리보고 국민을 설득하고 의지를 모아 나아가야 합니다. 정부가 마구 밀어부치면 당장 뭔가 집행되겠지만 이 거대한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그렇게 뿅뿅뿅 변하지 않습니다.
백보양보해서, 의대정원을 당장 내년부터 2000명 증원해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이 맞다고 해도 이런 방식이 강압적 조치는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협박이라도 해서 정책을 밀어부치겠다는 레토릭이었다면 이제는 풀어야죠. 니들이 내 말을 안들었으니 어디 당해봐라. 이런 식은 곤란합니다. 동네 얘들 싸움도 아니고 대통령이 그렇게 옹졸해서는 안됩니다.
돌팔이 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예측이 안된다는 겁니다. 갑자기 무슨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예측이 안되면 계획을 세울수가 없습니다. 계획을 세울수 없이 응기응변으로 대응하면 그냥 돌팔이가 되는 것입니다.
갑작스런 의대정원 증원, 갑작스런 R&D 예산 삭감, 상감마마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하는 죄인들이 몸둘 바를 모르겠사오나 나라를 위한 충심으로 돌팔이되심을 지적하오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근데, 통촉해 주실까요?)
답이 없습니다. 총선이 코앞입니다. 나의 한 표를 행사하는 수밖에.
출처 :https://www.facebook.com/share/rYAw7pnEoy8zn781/?mibextid=oFDknk
첫댓글 댓글 중---
MegaHg
솔로몬의 지혜의 에피소드 중
아이를 반 갈라서 나누어 갖자던 가짜 엄마,
그것이 윤석렬+국짐 정권의 민낯입니다.
하우디5
정부의 대처방안이 잘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국가가 준 권한으로 사람 생명을 다루는 아주 기초적인 기본권 수행해야 하는 의사가 밥그릇을 지키려는 이유만으로 이런 사단을 일이킨건 지탄을 받아야 합니다.
집단 행동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의사 집단은 하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의사도 그냥 이익집단이 되어 버린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