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성묘길
민문자
성묘하러 가는 날 이른 아침이다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려서 늘 무심한 듯 대해야 하는
작은 아들애게 전화했으나 무응답이더니
반 시진이나 지나서 전화가 왔다
무거운 성묘용 떡 상자를 들고 가니 지행역으로 받으러 나오라 했더니
제 차로 나를 모시러 온단다
내 마음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불감청 고소원이라
오늘 나들이는 걱정 없겠다 싶었다
성묘용과 친척들에게 줄 선물용 떡 상자를 차에 싣고 동두천 지행역 근처에 사시는
큰댁에 들어가 형님 부부를 모시고 함께 선산을 잘 관리해 오는
철원 조카님 댁으로 가서 선물용 보따리를 내려놓고 나왔다
들기름 한 병과 단호박 두 개를 선물로 내주었다 해마다 오가는 정을 느낀다
남방한계선 초소에 이르러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선산으로 올라가
부모님 묘비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성묘를 했다
이제 구순을 바라보는 백발의 형님 부부와 우리 내외와 자손들
모두 뜻하는바 성취하고 건강 보살펴 주십사 조상님과 부모님께 간곡히 사뢰었다
돌아오는 길에 동두천에서 형님이 좋아하시는 메밀막국수로
점심을 넷이서 함께하고 문촌도 좋아하는
막국수와 순댓국을 포장했는데
나 혼자 지행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란다
섭섭한 마음을 안고 혼자 올 수밖에
그래, 너는 내가 낳았지만 내 아들이 아니지!
그런데 왜 무슨 미련이 있어 아직도 그 끈을 놓지못하니?
아직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으니 양쪽 손에 짐꾸러미를 단단히 잡고
개봉역에서는 택시를 잡아야겠다
(2025. 10. 5)
첫댓글 아공, 성묘길에서도 마음이 그러셨군요.
그래도 전철 타고 다니실 정도로 건강하시니 다행이라 여기고
마음 편히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성심을 다하니 하늘도 제 건강을 지켜주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