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 저녁, 같이 일하는 신애언니가 그녀를 불렀다.
“내일 오후 2시에 시내에 있는 *** 안경점 앞에서 보자. 파티가 늦게 시작하는 것 같아. 우린 준비를 해야 해서 4시에 가지만 9시에 파티가 시작해서 정리하면 12시는 되어야 한 대. 부모님께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그럼 내일 보자.”
“네, 신애언니.”
은아가 미소를 지었다.
****
영신은 지난번에 클럽에서 만났던 여고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나야.>
“응. 알아.”
<초대장이 다시 왔어. 그런데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못 가게 될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네가 갈래?>
영신의 눈이 커졌다.
“그래도.. 돼?”
<하지만 네 모습으로 가면 아마 통과 못 될 거야. 이번 주 토요일이 파티니까, 금요일 저녁에 우리 집으로 와.>
“알았어. 집 주소 좀 불러줄래?”
<응.>
영신이 노트에 주소를 적었다. 그녀는 기대감에 미소를 지으며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
은아는 토요일 아침에 엄마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엄마. 저 오늘 친구네서 자요.”
“친구 누구?”
“수연이. 여자 친구들끼리 파자마파티 하재요. 고 3 올라가면 시간도 없고, 마음에 여유도 없을 거라고.”
“부모님 계시고?”
“네. 일하는 아주머니도 계시고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 드릴게요.”
“그래.”
‘엄마.. 죄송해요..’
그녀는 거짓말이 마음에 찔렸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는 엄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시내로 향하며 그녀가 수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럼 정말 파자마 파티 할 테니까, 나중에 우리 집으로 와.>
“진짜?”
<야. 원래 거짓말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하는 거야~. 걱정하지 말고, 우리 집 어딘지 알지?>
“응. 고맙다.”
<조심하고. 이따 보자.>
“응.”
전화를 끊은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일이 잘 풀리는데?”
****
“나도 필요한 건가?”
정윤이 현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서우면 내 옆에 붙어 있던가.”
정윤이 눈을 가늘게 뜨자 현주가 피식 웃었다.
“장소는..”
“너무 많아서 나뉘어 갈 것 같아. 우리가 갈 곳은.. 여기야.”
현주가 정윤에게 태블릿 PC를 건네자 정윤의 미간에 주름이 만들어졌다.
****
영신이 여고생 집 앞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자 혼자 있었는지 모포로 몸을 감싼 여고생이 나왔다. 마스크를 하고 있는 여고생은 안색이 정말 안 좋았다.
“왔어?”
“응. 괜찮아?”
“응. 콜록. 콜록..”
여고생이 초대장과 약병을 내밀었다. 영신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초대장과 약병을 받았다.
“이건 뭐야?”
“약 효과는 5시간 정도야. 한 알 밖에 안 남았지만.”
“무슨 약인데?”
“신데렐라를 공주로 만들어주는 마법사 할머니같은 약이야. 네가 바뀌고 싶은 사진을 바라보고 약을 먹어. 그럼 그 모습으로 변할 거야.”
“그럼 이 약을 먹고 지난번에 변했던 거야?”
“콜록, 콜록.. 응..”
“몸은 왜 그래?”
“독감이야. 예방접종을 안 해서 그런지 너무 독하네. 너도 조심해.”
“응.”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
“고마워.”
여고생이 기침을 하며 문을 닫자 영신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초대장과 약병을 바라보았다.
****
“신애언니.”
“어서 와.”
40인승 버스가 그녀들 앞에 섰다.
“타자.”
“네..”
은아는 차에 올라 신애언니 옆자리에 앉았다.
“규모가 큰 파티인가봐요.”
“응. 나도 한 번 가 봤는데.. 되게 근사했던 것 같아.”
차가 출발하자 그녀는 처음 가 보는 파티가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차가 출발하고 얼마 후에 앞에서 남자가 일어나 안대를 하나 씩 주었다. 은아도 안대를 받았다. 은아가 옆에 앉은 신애언니를 바라보았다.
“이건 왜 하는 거예요, 신애언니?”
“장소가 어딘지 기억하지 못하게 하려고. 안대하고 한 숨 자. 그러면 도착해 있을 거야.”
신애언니가 안대를 하고 머리를 기대자 은아는 안대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자 험악하게 생긴 남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도 안대를 했다. 은아는 손을 더듬거려 신애언니의 손을 잡았다.
신애언니가 나직이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은아는 처음으로 오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
약병을 열고 한 알 남은 약을 꺼냈다. 그리고 알약을 먹은 영신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다가 멈추자 살며시 눈을 떴다.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그녀는 전혀 다른 여자가 되어 있었다.
붉은 립스틱을 바르며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날 풋내기로 보진 못 할 거예요. 어머.. 목소리는 안 변하네. 뭐.. 그래도 어울리는데?”
그녀가 방긋 웃었다.
****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올라가는 듯 버스가 움직이더니 이내 멈추었다.
“안대를 풀어도 좋습니다. 빨리 각자 자리에서 일을 시작해 주십시오.”
은아는 안대를 풀고 버스 유리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산속에 거대한 한옥저택이 있었다.
“얼른 내리자.”
“네, 언니..”
은아는 떨리는 손으로 의자를 잡고 일어나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린 그녀들은 취사도구들과 식재료가 담긴 바구니들을 들고 파티 장소로 향했다. 커다란 나무 대문이 열리자 넓은 우리나라 식 정원이 나타났다.
“한복입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은아의 중얼거리는 말에 신애언니가 피식 웃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예쁜 한옥저택 안으로 들어가 들고 있는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옷을 갈아입고 일을 시작합시다.”
은아는 옷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그들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잿빛 치마 위에
소매 폭은 좁고 허리 조금 위까지 내려오는 푸른빛의 저고리처럼 보이는 재킷을 입었다.
생활 한복같은 느낌이었지만 전통 한복의 선을 그대로 살리고 있었다. 머리가 긴 은아는 절반만 땋아 내린
머리위에 금색과 은색으로 만들어진 달맞이꽃 모양의 뒤꽂이를 해 주셨다. 신애언니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예쁜데? 조선시대로 온 것 같다.”
“왜 비밀파티인지 알 것 같아요. 이러고 파티 한다면 미쳤다고 하지 않겠어요?”
신애언니가 웃음을 터트렸다.
“일 시작하자.”
“네.”
두 사람은 파티 준비를 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저녁이 되자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류가 파티 준비 상황을 수호와 돌아보고 있었다.
“여기, 잔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네. 은아야~. 여기 잔 좀 더 갖다 놓아 줄래?”
류는 은아라는 이름에 순간 멈칫했다. 그러다 이내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네, 언니.”
안에서 은아가 잔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류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몸을 돌리자 파티 도우미 옷을 입고
잔을 들고 나오는 은아의 모습이 보였다. 류가 숨을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호도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류를 바라보았다.
“알고 계셨습니까?”
류가 대답을 하지 않아도 그의 충격 받은 표정으로 그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을 수호가 알아차렸다.
류는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되었다. 류가 수호에게 조용히 말했다.
“조용히 저 둘을 돌려보내.”
“알겠습니다.”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건물 곳곳에 있던 한지 등에 불이 들어오자 은아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황홀한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신애언니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이 다가와 류 옆에 섰다.
“이번 스태프들 중에도 쓸 만한 인간이 있는 것 같은데?”
류가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규칙이 있다는 걸 잊지 마.”
“알아~. 걱정하지 말라고.”
한이 류의 어깨를 감싸며 걸음을 옮겼다.
“우리 아버지한테 인사하러 가자구.”
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가 그녀들에게 가려고 하는데 한이 불렀다.
“알아서 잘 하겠지. 얼른 와.”
수호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한에게 대답했다.
“곧 가겠습니다.”
은아는 고개를 돌려 수호를 바라보았다.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수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려다 수호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후식파트에서 일해 주십시오. 저 분과 함께.”
수호가 신애를 가리키며 말하자 은아가 미소를 지으며 “네.” 라고 대답했다. 수호가 몸을 돌려 도우미들 대표 관리자에게 몇 가지 일러두고는 걸음을 옮기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
“저 사람 잘 생겼지?”
일을 같이 하게 된 여자가 은아 옆에 와서 말했다. 은아가 고개를 들어 조금 전에 그녀에게 말했던 남자가
달려가 두 남자 조금 뒤에 멈춰 그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한 쪽이 키가 조금 더 크고,
덩치도 좋아 보였다.
“어느 쪽이요?”
“사실은 둘 다 잘생겼어. 하지만 왼쪽에 있는 남자가 인기가 더 많아. 여자들한테 눈길을 안 주거든. 그 사람 이름이 ‘류’야.”
은아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영신이 울며 말했던 남자가 저 남자였다. 사진에서도
남자답고 멋졌지만 실물은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남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고개를 조금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머.. 여기 쳐다본다. 진짜 잘생겼지?”
여자가 수줍게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자 은아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진 속의 그 남자가 맞았다.
영신의 마음을 아프게 한 남자..
‘여기에 영신이 있었다면 참 좋아했을 텐데..’
은아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
류가 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준비하느라 수고 많았다.”
“원을 위한 파티입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그들이 오기 전에 마쳐야겠지.”
“네. 주위경계는 저희들이 할 것입니다. 원께서는 파티에서 원하시는 바를 취하십시오.”
“고맙다. 최근에 우리 종족들이 다시 행방불명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러오는 구나.”
류가 고개를 들어 원을 바라보았다.
“내 사람을 시켜 조사할 것이니 너도 항상 조심 하거라.”
“네.”
류가 고개를 다시 숙이고 방을 나왔다. 수호를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보냈어?”
“아직요. 후식 파트에서 있으라고 지시했습니다.”
“빨리 내 보내.”
“네.”
문이 열리고 한이 나왔다.
“수호야.”
그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수호가 몸을 돌려 한을 바라보고 조금 고개를 숙였다.
“아까 음료 파트에 있던 도우미들 말이야.”
류의 턱이 긴장감에 꿈틀거렸다.
“이따 내 방으로 보내.”
“한님.. 도우미들은 저희 초대 손님들이 아닙니다.”
“알아. 하지만 둘 다 내 마음에 들었단 말이야. 특히 긴 머리. 젊고 예쁘고 당차게 생겼어. 맛있을 것 같아. 이따 내 방으로 보내. 알았지? 류는 나와 함께 주변을 돌아보자고.”
수호가 시선을 들어 류를 바라보았다. 류가 턱에 힘을 주었다.
****
파티가 시작되자 은아는 입을 벌렸다.
“무슨 모델들이나 배우들보다 더 예쁘게 생긴 것 같지 않아요?”
“아무나 올 수 없는 파티거든.”
“그래요?”
“초대장을 받아야만 올 수 있어. 정해진 인원만.”
“그렇구나.. 전 평생 못 받을 것 같네요.”
“나도 마찬가지야. 우린 맛있는 거 먹고, 입만 다물면 30만원이 생기는 거니까.. 뭐.. 나쁘지 않지?”
“네.”
그 때 예쁜 여자가 다가와 은아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나 다과 한 접시만.”
“네.”
은아가 접시에 그 여자가 가리키는 것들을 담아 한 접시를 만들어 두 손으로 건넸다. 여자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자 은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정말 못 알아보는 거야?”
은아가 눈을 깜박이며 낯선 여자를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하지만..”
“맞아. 나 영신이야.”
은아가 놀라 입을 벌렸다. 눈으로 그녀의 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늘 나는 대모요정을 만났거든.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야.”
그녀는 정말 기분이 좋아보였다.
“오늘 그 사람을 만나서 다시 고백할 거야. 건투를 빌어 줘.”
그녀가 윙크를 하고 걸음을 옮기자 은아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이 돼? 전혀 다른 사람인데.. 하지만.. 하지만.. 목소리가..”
그녀는 뒷통수를 맞은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신애언니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는 사람이야?”
“네..”
“얼굴이나 몸매가 정말 근사한 걸? 그런데 누구한테 고백을 한다는 거야?”
“류..”
“응?”
은아가 고개를 돌려 덩치가 큰 남자와 걸어가는 남자를 턱으로 가리켰다.
“저 남자요.”
신애언니가 고개를 돌려 류와 한을 바라보았다.
“아.. 저 남자.. 인기 엄청 많지만 여자한테 관심이 없던데.”
“그래요?”
“응. 이 파티 관리자 같은 사람이야. 얼굴 잘 생겼지, 키도 크지, 몸도 좋지, 거기에 매너도 좋으니까 여자들이 엄
청 달라붙는데도 모두 거절이야.”
“이유가 뭘까요?”
“글세.. 하지만 오히려 아무도 옆에 두지 않으니까 여자들이 더 난리를 피우는 것 같아. 그 옆자리를 차지하고 싶
어서.”
그녀는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 한이 고개를 돌려 은아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류가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돌렸다. 은아가 인상을 찡그렸다.
“엑. 느끼하게.. 왜 웃어.”
은아는 뭐가 뭔지 모를 이 파티에서 영신이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
****
한이 웃으며 류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어차피 파티인데 즐겨야지. 자넨 어떤 타입이 좋아?”
“도우미들은 안 돼. 건드리지 마. 다시는 파티를 열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도우미들을 왜 그렇게 보호하려는 건지 난 그게 더 궁금한데?”
류가 싸늘한 표정으로 한을 바라보았다.
“일 년에 한 번 원을 위한 파티야. 원의 명성에 누가 되는 짓을 할 생각이야?”
한이 그를 바라보다 이내 사람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자네의 단점이 뭔지 아나? 자넨 항상 너무 진지해. 농담이라구.”
류가 턱에 힘을 주었다가 걸음을 옮기자 한이 피식 웃었다.
****
건물 안에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원이 손을 들자 옆에 있는 자가 고개
를 숙였다. 원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그 자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하자 그가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
다시 파티 장에 돌아온 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복을 입고, 달맞이 꽃 뒤꽂이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천상 선녀 같았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다.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의 향기를, 그녀가 전해주는 따스한 생기를 빨아들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자 그는 손끝까지 저려왔다. 수호가 다가오자 류가 표정을 숨기고 저릿한 손을 꽉 쥐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가까이 오는 것 같습니다.”
“원과 일행을 먼저 출발시키도록.”
“네. 그들은..”
수호가 류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뒤에서 대기해.”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원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류가 걸음을 옮겨 은아와 함께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는데 그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비명을 지르는 혼란한 상황이 시작되자 은아와 신애는 당황한 듯
시선을 움직였다. 신애가 은아의 팔을 잡았다.
“얼른 빠져나가.”
“네.”
신애가 안으로 들어가자 은아는 순간 영신을 떠올렸다. 영신을 찾으러 몸을 움직이는데 류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은아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따라 와.”
“네?”
류가 그녀를 데리고 혼란한 파티장에서 빠져나와 뒤편으로 가자 수호가 차를 대기하고 있었다.
“얼른 타. 그리고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마. 알았어?”
은아가 몸을 돌리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난 못 가요.”
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른 안 가?”
그가 화를 내며 그녀를 차에 태우자 문을 닫으며 수호를 바라보았다.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오르고
바로 출발했다. 그는 몸을 돌려 다시 파티장으로 향했다. 그는 원이 파티장을 나간 것을 확인했다.
류가 고개를 끄덕이자 안에 있던 그들이 한 곳에 모였다.
“수색대는 이미 처리했습니다.”
“우리 쪽에 피해없이 마무리 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 그들과 대적하지 말고 이곳에 있는 우리 종족의 데리고 무사히 피하도록.”
“네!”
그들이 자신들의 종족을 데리고 파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고 은아의 모습이 다시 보이자
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가 은아에게 다가가려는데 한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들이 다시 오는 것 같은데.”
“너도 빠져나가.”
“그럼.. 부탁한다.”
한이 근처에 있는 여자의 손목을 잡았다. 그 여자가 고개를 돌려 한을 바라보다 그 옆에 있는 류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류..”
류가 그녀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은아에게 걸어가 그녀 앞에 멈추었다.
“왜 다시 돌아왔어. 얼른 안 가?”
“친구를 찾아야 해요.”
“친구? 같이 있던 여자 말인가? 그 여자도 내가 안전하게 내보낼 테니 얼른 나가.”
“아니 신애언니 말고 영신이요.. 그럼 언니를 부탁 할 게요. 전 영신이를 찾아볼게요.”
은아가 시선을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차에 오르는 변한 모습의 영신이 보였다. 은아가 숨을 멈추고 그 곳을 향해 달려가려고 하자 류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가야 해요. 저 차에 지금 영신이가 타고 있다고요.”
류가 한과 함께 차에 올라타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영신아..”
류가 차에 올라 한의 옆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저 여자는 당신이 말하는 친구가 아니야.”
“아니에요. 영신이가 맞아요. 오늘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뭐?”
“저도 몰라요. 무엇 때문인지 오늘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파티에 왔어요.”
차가 출발하자 그녀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한테 다시 고백하기 위해서요.”
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당신.. 누구예요?”
은아가 그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수호는 다시 들어와 그들을 바라보았다. 류가 수호에게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수호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 류는 그들이 가까이 오는 소리에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를 데리고 뒷문으로 빠져나가
탈출용으로 준비해 놓은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들어 그녀의 머리에 씌워주고 자신도 썼다.
그녀를 태우고 자신도 올라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은아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재킷을 살짝 잡자
그가 턱에 힘을 주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허리를 잡게 했다. 그리고 그가 출발했다.
****
파티장 안으로 들어온 정윤과 현주는 벌써 빠져나가고 일반인들만 남은 어수선한 파티장을 바라보았다.
수색대로 보내진 헌터들의 시신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경찰들이 들어와 일반인들을 밖으로
안내했다. 밖으로 안내되던 신애가 경찰을 잡았다.
“은아가 안 보여요.”
정윤이 고개를 돌려 신애에게 다가갔다.
“누구요?”
“오늘 저랑 같이 도우미로 온 여학생이에요.”
“이름이 뭐라고요?”
“조은아요. 밖으로 나가라고 했는데 나갔는지.. 안 보여요.”
정윤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 여자를 보내고 현주가 정윤을 바라보았다.
“설마 그 꼬마 아가씨야?”
“응..”
“어쩔 거야?”
정윤이 인상을 찡그렸다.
******
오토바이가 멈추자 오토바이에서 내린 은아는 헬멧을 벗고 류를 바라보았다.
“신애언니랑 영신이는요?”
“일단 들어가서 말하지.”
류가 걸음을 옮기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급 주택을 바라보다 계단을 올라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류가 수호를 바라보았다. 수호가 류에게 다가가 조그맣게 말을 하자 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갈아입을 옷 좀 부탁해.”
“네.”
수호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은아는 류의 앞으로 다가가 섰다.
“신애언니랑 영신이요..”
“신애라는 여자는 집으로 귀가했다는군.”
“영신이는요?”
“집으로 돌아가.”
“제발 찾아주세요. 아저씨를 만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맞아.. 아까 같이 있던 남자랑 같이 갔잖아요. 그러니까..”
수호가 옷을 갖고 내려와 그녀에게 내밀었다.
“저 방에서 갈아입고 나오시면 댁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안 가요. 영신이를 다시 보기 전까지는..”
류가 수호에게 시선을 주었다.
“집으로 돌려보내.”
“네.”
류가 나가자 은아가 그를 따라가 그의 소매를 잡았다.
“울면서 힘들어하는 영신이한테 다시 고백하라고 말한 건.. 저예요. 만약 영신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류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어린 풋내나는 것들이 올 곳이 아니었어. 아무 일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하라고. 그리고 당신 친구인 그 여자는.. 이미 죽었을 거야.”
은아의 눈이 놀람으로 커지고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류가 몸을 돌려 건물을 나가자 은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를 수호가 조용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한참 후에 수호가 조용히 말했다.
“일단 댁에 가셔서 기다리세요.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방에 들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수호가 앞장을 서자 은아는 비틀거리며 집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
****
수연의 집이 아닌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이 시간에 왔어?”
“응. 잠자리가 바뀌니까 잠이 안 와서.”
“못 말려.. 얼른 들어와.”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끌어당겨 안고 멍하니 있었다. 마치 조금 전의 일이 꿈처럼 느껴지고, 현실성이 없었다.
“영신이가 아닐 거야. 전신성형 수술을 받았다면 모를까. 하지만 전신성형하고 오기엔 방학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어. 아마 영신이를 아는 사람이 우릴 놀리려고 그런 걸 거야. 그럴거야. 말이 안 되잖아.. 말이..”
은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가 고통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떻게 해.. 맞는 것 같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가.. 영신이가 맞는 것 같고..
왜 영신이를 데리고 갔는지도 모르겠고, 이미.. 그런 말을 왜 한 건지.. 모르겠어. 그 사람들은 뭘까? 갑자기 들어
온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뭐고, 왜 도망치듯 나온 거지? 그보다.. 류라는 사람.. 나를 아는 것 같았어. 어떻게
나를 알고 있지? 왜 살려준 걸까..”
그녀는 대답해 줄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중얼거리다 몸을 감싸듯 쥐었다. 무서웠다. 영신이가 아니길.. 영신이라면 제발 살아있길 숨죽여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
수호와 류가 한에게 갔다. 한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았다.
“동행했던 여자는 어딨어?”
“무슨 소리야. 벌써.. 끝냈지.”
류가 그를 바라보았다.
“시신을 봐야겠어.”
류가 한을 지나쳐 안으로 들여가자 한이 그의 어깨를 잡고 막았다.
“류. 지금 뭐하는 거야?”
“뭔가 이상한 걸 못 느꼈어?”
한이 인상을 찡그렸다.
“어떻게 알았어? 따라와.”
한이 걸음을 옮겨 계단을 올라가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영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여자가 잠들어 있었다. 류가 인
상을 찡그리자 한이 설명을 했다.
“침대에 눕히고 키스를 했는데 갑자기 숨을 거칠게 쉬는 거야. 그래서 고개를 들었더니 몸이 변했어. 저런 건 처음이라 나도 내키지가 않더라고.”
“원래 우리가 기를 빨아들이면 기절하잖아.”
“그렇지.. 하지만.. 벌써 2시간이 지났다고.”
“깨워.”
“안 일어나. 코마.. 상태인 것 같아.”
류가 한을 바라보았다. 한이 두 손을 들어 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이야. 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류와 수호가 깊은 잠에 빠져있는 영신을 바라보았다.
****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은아는 여전히 이상하고 무서운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옷걸이에
걸려 있는 그의 집에서 입고 온 옷이 그것이 꿈이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엄마 일 다녀올게.”
“응.”
“나오지 말고 더 자.”
“응..”
그녀는 이불을 더 끌어당겨 안았다. 눈을 감으면 다시 악몽을 꿀 것 같아서 두려웠다. 현관벨소리가 울리자
은아가 일어났다. 문을 열자 정윤과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선생님..”
“이 분은 형사님이셔.”
“어떻게..”
그가 쇼핑백을 건넸다. 은아가 안을 보고 눈이 커졌다.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쇼핑백 안에는 그녀의 옷과 소지품이 들어있었다.
****
“난 박근식이라고 해. 어젯밤에 신고가 들어온 현장에서 네 물건이 나와서.”
근처 커피숍에 마주앉아 있는 정윤 옆에 있는 남자가 말을 꺼내자 은아는 고개를 숙였다. 정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아야.. 너를 혼내려고 온 게 아니야. 단지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물어보려는 거야.”
“네..”
은아가 대답했다.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지?”
은아가 마른 침을 삼켰다.
“같이 아르바이트 하는 언니가 소개시켜 줬어요.”
“그 사람 이름은?”
“박신애언니요.”
“그 분도 같은 말을 했어.”
그녀가 고개를 들어 형사를 바라보았다.
“언니는.. 괜찮아요?”
“응. 널 걱정하고 있어.”
“전.. 저는 괜찮아요..”
은아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거기에서 본 건 없어? 주최하는 사람이라던지.”
“봤어요. 고급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들이 있었거든요.”
“그 고급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들에 대해 자세히 말해 볼래?”
“얼굴은 잘 못 봤어요. 하지만 한 남자는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좀 느끼하게 생겼어요.”
은아는 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지만 수호나 류에 대해서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뭉뚱그려서 설명했다. 근식이 스케치북을 그녀에게 건네자 정윤이 근식을 바라보았다.
“그림을 잘 그린다면서. 본인의 기억을 직접 그리는 편이 제일 정확하거든. 한 번 그려볼래?”
그녀는 떨리는 손을 들어 한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 그리지 못하고 그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하자 정윤이 그녀에게서 스케치북과 연필을 가져갔다.
“적당히 하자.”
정윤이 근식에게 조용히 말하자 근식이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 사람이 제일.. 중심인 것 같았어요.”
정윤이 몽타주를 바라보다 근식과 조용히 시선을 교환했다. 근식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빠져나오게 됐지?”
“누군가 담을 넘어와서 몸싸움이 벌어지더니 이내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파티장이 어수선해졌어요. 뭔가 이상함을 느낀 아저씨들이 자신의 차에 태워주셨어요.”
“어떤 아저씨들?”
“잘 모르겠어요. 파티에 참석했던 아저씨들 같은데 저를 시내에 내려주고 가셨거든요.”
“고맙다. 또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연락 줘.”
근식이 자신의 명함을 은아에게 내밀고 먼저 일어났다. 정윤이 근식을 내보내고 은아를 바라보았다.
“딸래미.. 잘못했지?”
“네.. 잘못했어요.. 엄마한테.. 말씀하실 거예요?”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집에 바래다줄게.”
“네.”
은아와 정윤이 일어나 커피숍을 나왔다.
****
정윤은 은아를 집 앞에서 내려주고 현주와 근식에게 갔다. 세 사람은 조금 전에 그린 몽타주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우두머리 격인 녀석인데..”
“맞아..”
“다른 놈은? 그 놈이 있었을 텐데..”
“류..”
“응.”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파티에 참석했던 아저씨들이 빠져나가면서 태워줬대. 다행이었지.”
“하아~. 그렇네.”
정윤이 한 숨을 내쉬자 현주가 그를 바라보았다.
첫댓글 글도길고 너무재밋게 읽고 잇어요!
감사합니다~. 피드백이 없어서 별로인가. . 싶어 시무룩하던 참입니다.^^;; 곰탱아알러뷰님의 소중한 댓글에 힘이 납니다. 앗! 부담드리는것은 아니고요. .^^
넘 재밌어요.다음편이 궁굼해요^^
오밤순님~~ 감사합니나~~^^ 내일은 오전 9시쯤 올릴 예정입니다. 낼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9.23 22:2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9.24 06:08
너무 재밌게 보구있어요^^ 앞으로도 흥미진진한 글 계속 부탁드려요~
I love you baby 님 반갑습니다. 끝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