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후보가 왜 이렇게 많아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시장터에 나가면 널려있는 게 물건과 사람이다. 장사를 하려면 팔 물건이 있어야 하고 파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사는 사람이 더 많아야 그래도 수지를 맞춘다. 사려는 사람은 모두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판에 물건만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아무리 손뼉을 치며 손님을 부른들 누가 흥정이라도 해보자고 해야 흥이 날 게 아닌가.
흥정을 하다보면 에누리도 해주고 덤도 줘 보내는 게 시장터의 풍속이다. 그러자면 시중에 돈이 풍부하게 돌아야 한다. 경기가 좋다는 것은 돈이 잘 돈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사람이 있어야 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수 있지 않겠는가. 경기가 없으면 시장에 사람이 나오지 않고 돈도 돌지 않기 때문에 쓸쓸한 바람만 날릴 뿐이다. 먼지만 날리는 시장터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은 그런 의미에서 경기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노랫가락이 흐르고 술 먹은 장꾼들의 넉살소리가 흥겨우면 장사가 잘 되는 것이고 여기저기서 쌈질하는 소리만 들리면 살벌해지면서 장사는 떡 쪄먹은 장터가 분명하다.
그런데 항상 붐비고 흥청거리는 장터가 하나 있다. 이른바 정치장터다. 정치판의 장터는 불경기를 모른다. 넘쳐나는 게 사람이다. 팔 사람도 있고 살 사람도 줄을 섰다. 요즘 정치인 줄 세우기가 유행이란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아닌데 “앞으로 나란히” 팔을 뻗어 앞 사람의 어깨에 달듯 말듯 하는 모습을 보면 저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인가 한심스런 생각부터 든다.
더구나 금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고 해서 야단들이다. 때마침 대선 전에 있을 마지막 재 보궐선거가 눈앞에 닥쳤기 때문에 저마다 그 결과를 놓고 이해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재 보궐선거에서 절대 우위를 지탱해온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만만찮은 상대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가 하면 김대중 전대통령의 아들이 부정비리로 처벌받았던 전력도 무시한 채 출마하여 ‘정치세습’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의 정치인맥을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국민을 맥 빠지게 하는 것인지도 생각하지 않고 ‘내 새끼, 내 자식’이니까 감싸기만 하는 통에 이 나라의 정치는 멍들고 있다. 역사관도, 사생관도 없는 정치인들이 오직 돈과 인맥만 추구하게 된다면 나라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것을 잘 아는 국민들이 이성으로 투표에 임해야 할 터인데 지연과 인정에 끌려 부패 인사를 밀어줄까 걱정이다.
때마침 대선 8개월을 앞두고 처음으로 도입된 대통령예비후보 등록이 4월23일부터 시작되었다. 선거는 아직 멀었는데 정식후보 등록일 하루 전인 11월24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국회의원은 말할 나위도 없고 군의원이나 도의원에 입후보했다가 낙선한 사실을 명함에 커다랗게 찍어가지고 다닌다. 하물며 대통령이야 꿈의 자리다. 돈 한 푼 들지 않는 예비후보로 등록이라도 해놓으면 족보에 기록될 수도 있다. 신문에 이름도 난다. 입신양명을 꿈꾸는 이들이 이 호기를 놓칠 것이냐.
오피스텔 추첨을 해도 수만 명이 줄을 서는 세상이다. 밤샘을 해가며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용역인원까지 고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감생심 대통령후보로 등록하는데 누구보다도 빠른 게 좋다. 그래서 등록개시하자마자 15명이 달라붙었다.
요즘 신문에 오르내리는 유력인사는 그 중에 없다. 다만 민주노동당의 노회찬과 심상정이 그나마 알려진 이름이다. 언젠가 한번 대선후보로 나왔던 허경영이 이번에는 열린우리당 간판을 걸고 등록했으며 서상록은 한나라당이다. 시민당은 최용기를 내세웠고 무소속이 무려 10명이다. 안광양 최상면 임천규 정한성 이나경 조화훈 박노일 김성부 하종극 심만구 등이다.
앞으로 남은 7개월 동안 또 어떤 명문 집 자손이 예비후보로 나설지 아무도 모른다. 예비후보가 되면 선거 사무소를 낼 수 있고 10인 이내의 선거사무원을 둘 수 있으니 돈만 있으면 ‘대통령 예비후보’ 명함을 2만매 이내에서 돌리고 다녀도 무방하다. 간판, 현판, 현수막도 1개씩 게시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해서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새로 도입된 제도에 의해서라고 하더라도 정식후보로 등록할 가능성이 없는 후보도 상당수 있을 것 같아 남 보기 민망하다. 대통령의 위상을 권위주의 시대처럼 ‘산천초목을 떨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중이떠중이 떠들고 다닐 것을 생각하면 지각 있는 국민들만 곤혹스럽다.
구한말 동학혁명 당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고 외쳤다고 한다. 민주화된 나라에서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은 깨끗하고 올곧은 정치풍토를 조성하는데 이바지 하겠다는 확실한 결의를 먼저 표명하는 것이 옳은 순서다.
첫댓글 정식후보로 등록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등록하였으면 합니다.전대열 회장님의 좋은글 감사합니다
허허허 고등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개나 소나 이러다 11월 말쯤이면 한 이삼백명 안되겠습니까??
지돈가지고 지가하겠다는데 뭐라하거없지...돈과 부정으로 기를쓰고 있는 ㅁ ㅂ 이도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