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
원제 : Branded
1950년 미국영화
감독 : 루돌프 마테
출연 : 알란 랏드, 모나 프리맨, 찰스 빅포드
로버트 키스, 피터 한센, 톰 튤리
서부 영화 중 불멸의 걸작 중 한 편으로 기억되는 '셰인'의 남자주인공, 알란 랏드, 그는 셰인으로 좀 더 큰 스타가 되었지만 이게 세월이 지나고 그의 영화이력에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가 되었습니다. 과연 '셰인' 이외에 그는 어느 작품에 출연했을까요? 고전영화를 적당히 좋아하는 분들의 경우라면 아마 그의 제 2작, 3작을 쉽게 떠올리지 못할 겁니다. 너무 '셰인'이 압도적 대표작이 된 것이죠. 그만큼 그 외의 영화들이 한계가 명확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알란 랏드는 우리나라에서만 개봉작이 25편이 넘는(대부분 주연), 동시대 활동한 배우 중에서는 개봉작이 꽤 많은 배우에 속합니다. 말론 브란도 보다도, 험프리 보가트 보다도 그는 우리나라에 개봉작이 더 많습니다. 저도 간간이 그의 출연작을 소개하는데 오늘은 그가 '셰인'보다 앞서 출연했던 서부극인 '낙인'을 소개합니다.
'낙인' 이라는 제목으로 보면 낙인찍힌 남자, 즉 누군가에게 안좋게 인식된 남자처럼 느껴지는데 그런게 아니라 사전적인 그대로의 '낙인' 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문신' 이지요.
시작부터 흥미진진할 듯한 분위기로 문을 여는 영화입니다. 수십명은 될 듯한 총을 가진 남자들이 곳곳에서 조심스럽게 모여듭니다. 이 장면을 보면 마을에서 편가르기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는 듯 하지만 사실은 단 한 명의 남자를 잡기 위해서 입니다. 그 표적은 초야(알란 랏드) 라는 이름의 총잡이, 대체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일까요?
초반부의 이 장면은 사실 맥거핀에 가깝습니다. 초야는 마을 노인을 인질 삼아서 유유히 탈출하는데 성공합니다. 그가 탈출하기를 바라는 레프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를 이용해먹기 위해서죠. 텍사스에서 큰 목장을 경영하는 레이버리(찰스 빅포드)는 25년전에 아이를 잃어버렸습니다. 그 아이의 한쪽 어깨에 무슨 표식 같은 것이 선천적으로 있어서 어깨를 보면 자기 아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거액의 보상금이 걸렸고. 그런 점을 활용하여 초야를 설득해 그의 어깨에 같은 모양의 문신을 새기고 그를 가짜 아들로 들여보내서 한탕 챙기려는 것이 레프의 계획입니다. 단지 보상금이 아닌 목장을 꿀꺽해서 초야와 나눠가지려는.
초야도 처음에는 레프의 말에 동의하고 같이 한탕 하러 들어왔지만 레이버리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과 특히 여동생(가짜지만) 루스(모나 프리맨)에게 반하여 마음이 돌아섭니다. 즉 우리의 주인공은 악역인듯 시작되었지만 중간에 선역으로 돌변한다는 것이죠. 이런 것은 그 당시 할리우드 영화의 보편된 공식입니다. 선역만 맡는 주인공은 늘 그렇다는 것.
일종의 가짜 아들과 관련된 출생의 비밀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에서 정말 닳고 닳을 정도로 써먹지요. 이게 언제부터죠? '꼬치미'라는 드라마 부터인가요? 아주 오래전 '파도여 안녕'이라는 만화도 있었고.
물론 이 영화에서 레이버리의 진짜 아들도 등장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초야는 단지 마음이 변하여 사기를 안치고 떠나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실제 아들까지 찾아서 데려다주려고 하지요. 그야말로 정의의 사도로 변하고 잠깐 오빠와 여동생인줄 알고 만났던 루스와는 어느덧 둘다 사랑이 꽃피우고 있죠. 너무 속보이는 작위적 설정. 초야가 루스를 사랑하게 된 건 그렇다 쳐도 오빠인 척 사기치려고 접근했다가 개과천선해서 떠나려는 남자를 사랑한다...아 물론 알란 랏드가 매력적인 외모이긴 하죠.
내용은 다소 흥미로울 수 있지만 영화는 곳곳에서 허점 투성이입니다. 25년전에 아이를 유괴한 건 초야를 꼬드긴 제프 였지만 그는 25년 동안 대체 뭘하고 있었을까요? 진짜 아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도 너무 뻔히 아는데. 진짜 아들을 데리고 오는 과정부터 이야기가 느슨해지고 상황 설정이 좀 엉성하여 영화도 느슨해지는 느낌입니다. 후반부에는 그냥 허겁지겁 끝낸 느낌이고. 역시 '셰인' 이전의 알란 랏드의 레벨은 주연급 배우는 맞았지만 타이론 파워나 로버트 테일러 급 보다는 하위급이라는 게 다시금 느껴집니다.
루돌프 마테 감독은 연출보다 촬영으로 더 유명한 인물입니다.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만 5번이나 올랐죠. 감독으로는 평범했습니다. 저에게는 찰톤 헤스톤 주연의 '끝없는 지평선'과 '300'의 원조격이랄 수 있는 '스파르타 총공격'으로 기억되는 감독입니다. 그 역시 여러 다른 영화인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어권 출신(독일, 헝가리-오스트리아 제국)으로 미국으로 망명하여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인물입니다. 감독으로 A급은 아니지요.
평범한 영화지만 저에게는 알란 랏드의 작품 하나하나는 소중합니다. 그의 출연작들이 게리 쿠퍼나 존 웨인의 영화들만큼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설정상 무리한 부분과 작위적 부분은 넘쳐난듯한 영화지만 당시의 감수성으로는 받아들여질 만한 권선징악 상업 서부극입니다.
ps1 : 영화보다 12부작 미니시리즈 정도로 만들면 더 흥미로울 내용이지요. 25년만에 아들을 찾는, 출생의 비밀 이야기는 훨씬 길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뭐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대신 지겹도록 울궈먹은 셈이지만.
ps2 : 주연 배우는 연기보다 존재감이라는 걸 더 느끼게 해주는 배우 중 하나가 알란 랏드 입니다.
ps3 : 감초 노역 찰스 빅포드가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그는 할리우드 여러 영화들에서 완고해 보이는 노역으로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었죠.
[출처] 낙인 (Branded, 50년) 셰인 주인공이 앞서 출연한 서부극|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