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국
자, 그럼 오늘은 <파친코> 2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2권은 1953년부터 1989년까지 한 세대가 넘는 기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만큼 속도감 있게 전개된단다.
그러나 그로 인해 좀 다 자세히 다뤄졌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이 소설의 조금 아쉬운 점이었단다.
책의 앞 표지에는 이 책의 부제가 적혀 있지 않아 눈 여겨 보지 않았는데,
책 차례에 보니 부제가 적혀 있더구나.
2권의 부제는 ‘조국(motherland)’더구나.
음, 1권의 부제는 뭐였지?
1권의 차례를 열어보니 1권의 부제는 ‘고향(hometown)’으로 되어 있더구나.
고향과 조국.
모두 그리움의 대표적인 말인 것 같구나.
<파친코> 2권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조국의 의미는 서로 달랐을 것 같구나.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 와서 정착한 이들.
일본에서 태어난 그들의 아이들.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이제 완전히 일본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아빠는 생각했어.
하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그들은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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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일본은 절대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내 사랑, 넌 언제나 외국인으로 살아야 할 거라고. 절대 일본인이 되지 못해. 알겠어? 자이니치(조선인)는 여행을 떠날 수 없는 거 알지? 하지만 너만 그런 게 아냐. 일본은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도 다시 받아주지 않아. 나 같은 사람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지. 우리는 일본인인데도 말이야! 난 병에 걸렸어. 오래된 무역회사를 운용하는 어떤 일본이 남자한테서 옮은 병이야. 그 남자는 죽었어.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 여기 의사들도 내가 떠나버리기를 바라고 있어. 잘 들어, 솔로면, 넌 여기 머물러야 해.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안 돼. 네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야 해. 부자가 되면 무엇이든 원하는 걸 할 수 있어. 하지만 아름다운 솔로몬, 저들은 우리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나가 솔로몬을 노려보았다. “내가 말한 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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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습성상 외국인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을 보고,
요즘 올림픽에서 일본인들이 외국인을 대할 때,
배려하지 않는 장면들을 영상으로 보고 이상했던 느낌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들에게 올림픽을 위해 자신의 나라에 온 외국인 선수들이,
손님이 아니라 그냥 귀찮은 외국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
그러니 올림픽 선수촌 시설이 그 모양이지…
1. 노아
자, 그럼 <파친코> 2권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꾸나.
1953년 오사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노아는 성실한 청년으로 자랐어.
열심히 일하면서도 자신이 목표로 한 와세다 대학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와 반해 노아의 동생 모자수는 전형적인 문제아가 되었어.
십대 중반이었던 모자수는 사고도 여러 번 치고 결국 학교도 그만두었어.
그리고는 파친코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적성에 맞았는지 모자수는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단다.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파친코 사장도 그를 신임하고,
모자수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파친코의 한 지점을 운영하게 했어.
모자수는 같은 동포 유미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도 했단다.
어렸을 때 방황하고 사고만 치던 모자수였는데,
파친코라는, 남들이 보기에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업이지만,
잘 정착해서 다행인 것 같구나.
노아는 결국 와세다 대학에 합격을 했어.
식구들 모두 큰 기쁨이었고, 고한수도 무척 기뻐 했어.
사실 노아가 고한수의 아들이었잖아.
그 내막은 1권에서 이야기 해주었으니 오늘은 생략.
고한수는 자신이 노아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했어.
와세다 대학에서 노아는 행복했단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키코라는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어.
고한수와는 한 달에 한번씩 만나 같이 식사도 했단다.
자신을 지원해주는 고마운, 돈 많은 동포라고 생각하면서
나중에 그 은혜를 갚겠다고 생각했지,
그가 자신의 아버지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어느날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만 한데 노아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당황했어.
엄마와 가족들에게도 모두 속았다고 생각했어.
결국 노아는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그렇게 좋아했던 와세다 대학교도 그만두고, 잠적을 했단다.
어디에 정착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엄마인 선자와 고한수에게 돈을 보냈어.
고한수에게 보낸 돈은 자신이 지금까지 받은 돈을 갚은 것이라며 보내고 있었어.
노아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나가노라는 곳에 갔고,
그곳에서 노아도 파친코 게임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단다.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
노아가 조금만 마음을 열었어도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망가뜨리려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말이야.
좀 안타깝더구나.
….
노아와 모자수의 큰 아버지인 백요셉 생각나지?
나카사키로 갔다가 불구가 되어 돌아온 백요셉.
불구로 돌아온 백요셉은 10년 넘게 병마와 싸우고 있었고,
그를 위한 치료비가 무척 많이 들어가고 있었단다.
인생사 쉽지 않구나.
2.
1965년 유미는 몇 번 유산을 하고 나서 드디어 첫 아들을 낳았단다.
아들의 이름은 솔로몬으로 기었어.
모자수의 아버지 백이삭이 목사였고 다들 신실한 기독교도였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름은 성경에 나오는 이름에서 따와서 지은 것이란다.
노아, 모자수, 솔로몬…
모자수는 행복했어. 사랑하는 아내 유미가 있고, 아이도 생겼고….
그리고 파친코 게임장도 잘 되고 있었어.
그런데 그의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단다.
솔로몬이 세 살 남짓 되었을 때, 유미가 그만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어.
지은이께서는 너무 슬픈 에피소드로만 이야기를 만드는 것 같구나.
꼭 유미를 그렇게 죽게 만들었어야 했나.
솔로몬은 그 이후 할머니 선자가 키웠단다.
선자는 여전히 고한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어.
수십 년 전 자신에게 배신감을 준 것이 아직 마음의 앙금으로 남아 있었거든.
그런 고한수의 나이도 어느덧 일흔.
전립선암도 생겨서 고생하고 있었지.
선자는 완전히 마음을 열어 준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만나고는 했단다.
그리고 사라진 노아를 찾는데 고한수에게 도움을 많이 부탁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끔씩 노아로부터 편지가 온다는 사실.
노아는 자신의 과거를 모두 버리고
일본인 행세를 하면서 나가노에 정착을 했단다.
결혼도 하이고 아이도 생겼어.
그러던 어느날 한수와 엄마 선자가 찾아왔어.
이제 세월이 어느 정도 흘렀으니 마음의 짐을 덜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수와 엄마가 자신을 찾아온 날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부분은 다 받아들 수 있지만,
노아의 계속된 극단적인 선택들은 공감을 할 수 없더구나.
지은이가 노아에 대한 캐릭터 설정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화해와 사랑의 아이콘으로 설정해도 괜찮을 법 한데 말이야.
….
유미를 교통사고로 잃은 모자수.
여전히 파친코 사업도 번창했어.
모자수는 세금도 잘 내고, 모범적으로 사업을 운영했단다.
그것이 어쩌면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일본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은 다행히 올곧게 잘 자랐단다.
공부도 잘 해서 뉴욕으로 유학을 갔고,
공부를 마치고는 일본 지사의 미국계 은행에 취업을 했어.
미국에서 만난 한국계 여자 친구 피비도 함께 왔어.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사는 듯 했지만,
사소한 실수, 그것도 솔로몬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그는 해고당하고 말았단다.
도쿄에 있는 은행이긴 했지만, 이 은행은 미국계 은행인데
일본의 다른 기업처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일어난 거야.
솔로몬은 일본에서 태어났는데도 말이야.
솔로몬은 현실을 받아 드리려고 했지만, 친구 에쓰코는 일본의 이런 차별을 비난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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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328)
“솔리, 솔리. 그러지 마. 변명할 필요 없어. 조선인들에게는 일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너희 아버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파친코를 선택한 게 분명해. 아마 훌륭한 사업가겠지. 네 포커 기술이 무에서 나왔다고 생각해? 네 아버지는 후지나 소니에서 일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회사에서는 조선인을 고용하지 않잖아. 알지? 어이, 컬럼비아 대학생 청년, 사실 너도 고용해줄지도 의심스러워. 일본의 많은 곳에서는 아직도 조선들을 교사와 경찰, 간호사로 고용하지 않아. 넌 돈을 많이 버는 데도 도쿄에서 방을 빌릴 수도 없잖아. 빌어먹을 1989년! 뭐, 네가 그 모든 것을 공순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잘못된 거야. 난 일본인이지만 멍청하지 않아. 미국과 유럽에서 오랫동안 살았어. 일본인들이 이 땅에서 태어난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에게 하는 짓은 미친 짓이야.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야. 너희들은 혁명을 일으켜야 해. 그런데 그다지 항의를 하지 않잖아. 너와 네 아버지는 이 나라에서 태어났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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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미국에서 온 피비의 눈에도 이상하게 비쳐졌어.
피비도 어떻게 보면 솔로면과 비슷한 입장이었거든.
부모님이 미국으로 건너왔고, 피비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인으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솔로몬은 일본인으로 살지 못하고
한국인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고
심지어 남한 여권을 가지고 다닌다고 말이야.
뭐, 누군가는 그것이 문화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일본의 그릇이지 않을까 싶구나.
그런데 문득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속이 불편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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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15)
“미국에서는 강꼬꾸징(韓國人)이니 조센징(朝鮮人)이라는 게 없었어. 왜 내가 남한 사람 아니면 북한 사람이 돼야 하는 거야? 이건 말도 안 돼! 난 시애틀에서 태어났어. 우리 부모님은 조선이 분단되지 않았을 때 미국으로 갔고.” 피비가 그날 하루 동안 편협한 대우를 받았던 일들 가운데 하나를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왜 일본은 아직도 조선인 거주자들의 국적을 구분하려고 드는 거야? 자기 나라에서 4대째 살고 있는 조선인들을 말이야. 넌 여기서 태어났어. 외국인이 아니라고! 이건 완전 미친 짓이야. 네 아버지도 여기서 태어났는데 왜 너희 두 사람은 아직도 남한 여권을 가지고 다니는 거야? 정말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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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솔로몬은 은행에서 해고 당한 이후
그는 아버지를 도와 파친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단다.
모자수와 솔로몬의 가족은 그런 속에서
가족끼리 의지하면서 행복과 희망을 찾으면서,
소설은 줌 아웃 하듯 끝을 맺게 된단다.
이 책은 1989년에서 끝이 났고,
그로부터 또 30년의 시간이 흘렀구나.
그 사이에 일본은 많이 변했을까?
최근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내는 것을 보니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더구나.
그런데, 그 기사들에서 아빠는 열등감마저 보이더구나.
아이처럼 떼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안쓰럽기까지 하더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는 군자처럼 그런 떼쓰기를 받아주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하더구나.
….
1권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야기했지만,
또 하나의 아픈 우리 역사이자 현실을 본 것 같구나.
슬픔을 더 크게 하려고 몇몇 소설의 설정들이 아쉽긴 했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미국에 있는 재미 교포 이민진 님이 영어로 쓴 소설..
미국 사람들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이상.
PS:
책의 첫 문장: 돈 걱정에 잠을 못 이루던 선자는 내다 팔 설탕과자를 만들려고 한밤중에 일어났다.
책의 끝 문장: 경희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책제목 : 파친코 2
지은이 : 이민진
옮긴이 : 이미정
펴낸곳 : 문학사상사
페이지 : 400 page
책무게 : 506 g
펴낸날 : 2018년 03월 23일
책정가 : 14,500원
읽은날 : 2021.07.12.~2021.07.14
글쓴날 : 2021.07.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