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에게는 모든 것에 대한 권리가 있다." 토마스 홉스(1588~1679)는 천성적으로 선하고 악한 것, 옳고 그른 것, 또 정의롭고 그렇지 못한 것의 구분은 없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쾌락과 고통과 욕망에 대한 굶주림에 몸부림치고 무자비함의 마력에 지배당하면서 오로지 쾌락과 욕망만을 좇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그의 영향력이 바로 홉스가 자신의 기념비적인 저서 “리바이던(Leviathan)”을 통해 세상에 전달하고자 한 가르침이다.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 홉스는 이 괴물을 통해 당시 영국의 내란과 혼란이 주권의 소재가 명확치 않는데 있다고 생각하고 자연 상태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야기된다는 독자적인 인간분석을 바탕으로 절대주권의 필요성을 확립함으로써 인민의 안정과 평화에 달성하고자 했다.
“리바이던”은 마치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우리를 현혹하여 악의 구렁텅이로 안내하는 것처럼 우리 눈을 가려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여기게 한다. 완전히 윤리의식이 없는 상태란 옳고 그름, 선과 악, 그리고 밝고 어두움의 구분이 없어진 상태를 뜻한다. 새로이 의미가 부여된 선은 단순히 당신의 욕구가 무엇이든지 간에 충족되는 것을 의미하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바로 악이 된다.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드러나는 인간 본성이야말로 인간의 근본을 탐구하는데 가장 훌륭한 밑거름이 아니던가! 그래서 홉스도 문명의 겉치레를 벗겨내고 험악한 상황에 놓였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이 인간의 참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야만스러움을 목격하면서 “리바이던”은 전쟁(1618~1648)직후 그리고 17세기 중반 영국에서 내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집필 했다. 홉스는 전쟁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며 평화야말로 가장 인위적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홉스의 주장에서 가장 허구적인 부분은 "인간의 상태는 서로가 서로에게 적인 전쟁 속에서 오직 개인의 이유를 바탕으로 통제되므로 서로의 적들에게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그래서 그런 조건일 때 만인은 심지어 타인의 육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권리를 가진다“는 말이다.
홉스는 인간의 권리와 욕망의 충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각자가 누리는 권리들 간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개인과 정부의 임무는 위험하고 야만적인 죽음의 위협을 억제하고 각자 욕망을 추구하는 개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도록 보장하는, 즉 홉스가 생각하는 행복한 자연 상태를 새로이 창출해 내는 것이다.
비록 홉스가 주장한 혼돈과도 같은 자연 상태가 애초에는 허구였다지만, 만약 사회가 정말로 홉스의 생각대로 개개인의 권리를 보장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각자 원하는 바를 쟁취하고자 맹렬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다툼을 벌일 것이다. 그러면 결국에는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사회의 자멸을 초래하게 되리라. 그래서인지 홉스의 “리바이던”을 읽노라면 왠지 데자뷰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