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답변서 A Brief for the Defense
잭 길버트 Jack Gilbert.1925-2012
어디에도 슬픔. 어디에도 죽음.
어디선가 아이들이 굶어 죽지 않으면
다른 곳의 아이들이 굶어 죽는다. 콧구멍에 파리만 가득한 채로
그러나 우리는 삶을 향유한다. 그것이 신이 원하는 것이기에.
그렇지 않으면 여름 새벽의 떠오르는 해가 그토록 아름다울리
없다.
벵갈 호랑이가 그토록 멋들어지게 차려입었을 리 없다.
우물가의 가난한 여인들이 다 같이 모여 웃고 떠든다.
그들이 받은 고통을 나누고, 다가올 두려운 미래를 말하면서도
마을의 누군가가 몹시 아픈 와중에도 웃고 떠든다.
콜카타의 참혹한 거리에도 매일 웃음소리가들리고,
뭄바이 빈민촌의 여인들에게서도 웃음이 있다.
만약 우리가 행복을 부정하고 자족함에 저항하려 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박탈당한 것의 가치를 얕보는 것이다.
우리는 기쁨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우리는 쾌락없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기쁨 없이는 즐거움 없이는 살 수 없다.
이 세상의 무자비한 용광로 속에서도
기쁨을 수락하려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
얼마나 부당한지에 대해서만 우리의 관심을 쏟는다면
악마를 찬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신의 기관차가 우리를 들이받아 끝내려 한다면,
그 장엄한 최후를 주심에 감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음악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늦은 밤, 조그마한 항구에 우리의 작은 배를 정박시키고,
뱃머리에 다시금 서서 잠들어 있는 섬을 바라본다.
해안가의 세 카페는 문을 닫았고, 덮개 없는 등불 하나가타오른다.
고요함 가운데 작은 보트 하나가 느리게 오고가는
그 희미한 노 젓는 소리를 듣는 것이
지금까지, 또 앞으로 올 모든 슬픔의 세월에 견줄만한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잭 길버트
Jack Gilbert. 1925-2012
미국 동부 피츠버그 태생인 잭 길버트는 그의 고향 피츠버그와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학교를 다녔다. 1962년 첫 시집을 출판하자마자, 구겐하임 펠로우쉽에 선발되어 유럽으로 건너가 오랫동안 머물렀으며, 대부분을 그리스에서 살았다. 그의 두 번째 시집 《모놀리토스》가 첫 번째 시집 이후 20년 만에 출간되었을 정도로 길버트는 작품의 성공이나 인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대도시 뉴욕의 야망보다는 그리스 외딴 섬에서의 삶의 진정성을 더 선호하는 삶을 살았다. 시인 제임스 디키는 언젠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잭 길버트는 평안함을 느낄 정도를 넘어 더 깊숙한 곳으로 스스로를 숨겨버린다. 그 지독하게 조용하고 통제된 곳으로부터 야성 가득한 동정심의 시를 가지고 우리에게 돌아온다." 길버트의 시집 《천국을 거절하다》는 2005년에 출간되었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