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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라곤 (시인. 전 행정자치부 온천담당 서기관) |
| 흔히 겨울을 ‘온천의 계절’이라고 한다. 추운 겨울날에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 모습을 한번 생각해보라. 그 곳이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면 더욱 좋겠고 눈이라도 내린 산속 풍경이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요즘 신문에서 보면 일본온천 관광이 어떻고 하는데 국내 온천도 좋은 곳이 많다. 굳이 비싼 돈 들이지 않고 일상에서 시간을 내어 풍광 좋은 곳을 찾아들어 온천욕이라도 하고나면 어렵고 힘든 시절의 세상 시름이 잠시라도 잊혀지고 심신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맛볼 수 있으리라.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온천을 좋아하는 편이다. 크게 목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체험이기에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온천을 즐겨 찾기도 하는데 적당한 온천욕은 인체의 혈액순환과 피부보호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전국에는 온천 아닌 곳이 온천인양 위장하고 선전하는 곳이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중앙기관에서 오랫동안 온천업무를 담당하였는바 많은 사람들이 ‘어느 온천이 좋으냐?“고 자주 물어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진짜 온천은 다 좋다‘고 답해 주었다. 그렇다면 가짜 온천을 어떻게 아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온천수가 아닌 일반 지하수를 사용하는 곳은 ’온천‘이란 명칭과 간판 표시를 할 수 없으니 조금만 신경 쓴다면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지하수 목욕장은 대개 외국어 이름이나 유황천, 게르마늄천, 광천수 등의 표시를 하여 온천인양 둔갑을 한다. 예를 들어 유황성분이 있는 온천이면 당연히 ‘유황온천’이라는 명칭을 쓸 것이다. 그리고 온천영업장에는 입장요금을 받는 곳에 당해 지방자치단체장이 허가한 ’온천이용허가증‘을 반드시 게시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면 된다.
언젠가 라디오 선전에서 지하수를 사용하는 대형목욕장이 홍보하는 내용을 들었다. 그 내용은 “아직도 멀리 온천에 다니십니까? 서울 인근의 ○○지하철에서 가까운 ○○○ 랜드‘ 이렇게 선전하고 있었는데, 시청자들이 그 선전을 들었을 때는 십중팔구가 온천이구나 생각하지만 사실은 온천이 아니고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다.
우리나라 온천법은 일본 온천법을 근거로 하여 1981년도에 제정되었다. ‘온천’이라 함은 ‘지하로부터 용출되는 섭씨 25도 이상의 온수로서 그 성분이 인체에 해롭지 아니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온천의 기준은 온도와 성분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특이하게 양수량(1일 적정양수량 300톤)을 규정하고 있는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통상적으로 온천수 1톤의 물로 성인 너 댓 명이 사용한다. 필자가 온천업무를 담당하면서 온천운영실태를 점검하다보면 양수량이 문제가 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어느 해에 서울 근교에 유명 온천이 개발되어 손님들이 최고로 많이 왔을 때에는 하루에 1만명 정도라고 했다.
그 온천장의 온천공에서는 24시간 풀가동하여도 1.000톤 가량 온천수를 뿜어 올릴 수 있는 데 물탱크에 저장하여 사용한다고 해도 5천명이 한계다. 나머지 손님들은 대체 어떠한 물로 공급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또 온천의 인근지역에 지하수를 사용하는 일반목욕장이 있어 손님들이 온천으로 알고 많이 찾아가지만 그 곳 지하수공에서는 최대량이 1일 200톤이었다. 수량(水量)으로 보아 하루 천 명 정도밖에 영업을 할 수가 없음에도 손님들이 자꾸 몰려오다보니 쓴 물을 다시 정수하여 재탕 삼탕으로 사용하여 적발되기도 했다.
이러한 비위생적인 면과 온천으로서 적정한 운영을 위해 정책적으로 1일 적정 양수량이 300톤 이하일 때면 설령 천온(泉溫)이 25도 이상이라 하더라도 온천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온천 성수기였고 한창 붐이 일었던 90년대 말 이야기로 지금은 그 지역이 성수기에도 500명을 넘기지 못한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있다.
제도라는 것은 실정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고 상황에 따라 정책적 판단을 합리적으로 해야 하므로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적정양수량(適正揚水量) 조사가 엄격하여 실제로 500~600톤이 양수되어져야 법정 기준 300톤 정도를 맞출 수 있으므로 온천으로서 인정되는 양수량 문제는 200톤 정도로 낮추어도 충분히 될 일이라고 본다.
그건 그렇고 요즘은 전국에 지천으로 깔린 게 목욕장이고 사우나며 온천이라서 그런지 옛날만큼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다. 이제는 과거처럼 단체로 놀러 와서 먹고 놀고 유흥하는 온천욕이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들 끼리 조용히 쉬면서 휴양하고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배려하는 온천 행차로 탈바꿈하고 있으니 바람직한 온천문화이다.
외양만 화려하고 장사 잇속에 눈속임을 하는 사이비 온천에서 혼잡을 맛볼 것이 아니라 제대로 온천욕을 맛보려면 도시의 숲을 떠나 옛부터 명성이 났고 전통 있는 유명 온천을 한번 찾아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