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1262일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식종목에서 빠진 바둑을 다시 넣기 위한 바둑계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바둑종목 채택을 위한 공청회’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각계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웅규 4단, 진시영 4단, 김세동 3단을 비롯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인 이슬아 3단 등 프로기사들도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공청회는,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첫 정식종목을 채택되어 금 3개를 한국에 안긴 바둑이 우리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빠진 이유를 진단하고 다시 바둑이 정식 종목에 추가 채택되기 위한 방법을 바둑계가 함께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는 36개 종목이 정식종목으로 들어가 있는데 그중 28개가 올림픽종목이고 볼링ㆍ야구ㆍ크리켓ㆍ가라테ㆍ카바디ㆍ세팍타크로ㆍ스쿼시ㆍ우슈 등 8개 종목이 추가됐지만 바둑은 제외됐다. 바둑이 처음부터 리스트에 없었고 추가 후보조차 되지 못한 사실에 바둑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공청회는 대한바둑협회 조건호 회장, 이종구 국회의원, 이미경 국회의원이 축사한 후 한국바둑학회 정수현 회장의 ‘아시안게임 바둑종목 채택의 필요성과 효과’라는 제목의 발제부터 토론, 질의까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패널로는 최종준 대학체육회 사무총장, 엄민용 경향신문 기자, 김효정 여류프로기사 회장, 황병돈 대한체스연맹 부회장까지 4명이 참가했다.
발제에서 정수현 학회장은 인천 아시안게임에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야 하는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 바둑과 더불어 체스, 브리지 등 마인드스포츠는 점차 그냥 스포츠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 바둑은 한국의 특징적인 문화이지 국기(國伎)로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바둑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 인천 고유의 이미지로 바둑이 적합해 격조 있는 문화 아이콘이 될 것이고 △ 지속적인 금메달 획득이 기대되며 △ 포스트이벤트효과(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열기가 전환된 형태로 지속되는 것)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토론은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막을 열었다. 최 총장은 “바둑이 세계적으로 입지를 다지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하면서 “세계에 바둑은 아직 생각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운동경기 종목에 비해 프로가 되는 과정이 어렵고 글로벌화에 난점을 갖고 있다”며 “바둑은 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지만 정작 종목 결정에 큰 역할을 하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국 중 동양 3국은 강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바둑종목이 힘을 가져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려면 더욱 세계적인 스포츠로 커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것을 위해 “△ 국제기구와 접촉하기 위한 단일화된 창구 마련이 시급하므로 행정 체계의 통일을 이뤄야 하고 △ 국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바둑리그 같은 국내 대회를 더욱 활성화하고 전국민이 인지하는 스포츠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 최종 정식종목입성이 실패하는 최악의 경우에 아시안게임 실내스포츠에라도 포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둑을 스포츠토토 종목으로 넣는 작업이 활발한데 스포츠토토에 들어가면 인지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며 “바둑이 최종적으로 정식 종목에 확정되는 순간까지 대한체육회와 더불어 바둑계가 힘을 합쳐 투쟁해 줄 것”을 당부했다.
▲ 대한체육회 최종준 사무총장은 바둑을 글로벌화하는 게 보다 우선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엄민용 기자는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측이 바둑이 갖는 브랜드 가치에 주목하지 못한 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개최국은 그 나라가 잘하는 종목을 채택하기 마련”이라며 “바둑은 금메달을 따내는 데도 ‘효자’, 한국 고유 문화를 알리는 데도 ‘효자’인데 개최국 프리미엄을 펴지 못할 망정 그 종목을 포기하는 것은 판단 미스”라고 지적하는 한편 “외려 정식 종목 채택과 더불어 바둑종목 금메달을 수를 더 늘리는 방안도 고려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자프로기사회 김효정 회장은 바둑 보급이 전보다 활발해진 정황을 전했다. “여자바둑이 병영 보급을 시작한 이래 현재 15,000여 명에 이르는 장병이 바둑을 배운다. 이젠 국방부에서 정신강화훈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해 예산을 지원하기에 이르렀다.”며 “인천 아시안게임에 바둑이 정식종목 채택되는 것에 관한 천만인 서명운동에 한국기원과 여자기사회가 앞장서고 있는데 장병들도 바둑을 지지하는 데 한 몫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체스연맹 황병돈 부회장은 바둑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입성이 아주 어려운 상황임을 직시하자고 했다. “OCA 45개국 중 체스가 들어 있지 않은 국가는 북한과 사우디 뿐이다. 발언권이 강한 OCA회원국은 대개 체스 강국이다.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체스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바둑은 체스 종목의 하나로 들어갔었다).”면서 “바둑이 국제기구를 향한 접근 측면에서 체스보다 뒤늦은 것은 사실이어서 바둑이 체스와 발맞춰 OCA에 설득작업을 벌이는 것이 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 종목 하나가 추가되는 데 많은 예산이 드는 게 문제였을 것이란 항간의 견해에 대해선 “예산 문제 중 거론 되는 큰 건으로는 대회장을 마련하는 것이 있는데 바둑의 경우 300평~400평 정도만 있으며 대회를 치를 수 있어 문제 없다.”고 말했다.
▲ “광저우 아시안개임 당시 금메달을 따낸 후 선수들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새롭다"며 "인천에서도 감격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바둑이 아시안게임에 들어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초 35개 종목만으로 대회가 개최되는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2010년 12월에 볼링이 추가되었다. 볼링이 추가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으나 금메달 수가 많다거나 대외적 후원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결정된 것이라면 기회의 균등 측면에서 볼 때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 이런 기회를 바둑에게도 줘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둑도 어느 정도 채택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대한체스연맹은 인천 아시안게임에 바둑을 포함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바둑협회 조건호 회장은 지난 2월 송영길 인천시장을 만나 바둑계의 입장을 전했다. 대한바둑협회는 인천에서 별도의 서명운동, 기자간담회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한체스연맹도 세계체스연맹회장을 상대로 협조를 요청해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 현 아시아체스연맹회장은 아랍에미리트의 왕자로 OCA회원국 이사들과 친밀한 관계에 있다.
대한체스연맹 황병돈 부회장은 “주최국이 어드밴티지를 가지므로 한 번의 기회는 더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으며 대한체육회 최종준 사무총장은 “현재 종목은 확정된 상황이다. 이 같은 공청회를 통해 각계의 관심을 모은다면 희망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 있을 평의회 집행위원회에 민의를 전달하는 기회를 갖고, 바둑계의 국제 보급계획을 OCA에 확신시켜 나가는 게 좋겠다. 바둑의 우수성이 의심받거나 예산ㆍ비용 때문이 아니라 국제 정치적인 힘의 불균형, 정략적인 이유로 바둑이 제외된 것임을 감안할 때 바둑이 정식 종목에 도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체스 브리지 등 마인드스포츠계와 체육회가 힘을 합쳐 노력하면 불가능할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올림픽위원회 헌장 68조 3하에는 ‘OCA는 경기종목을 삭제 또는 추가할 수 있으며 그 경우 대회 개최 2년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바둑계에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은 약 2년인 셈이다.
▲ 발제자 정수현 한국바둑학회장.
▲ “프로기사들도 적극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바둑이 아시안게임에 들어가는 데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규병 기사회장.
▲ “언론도 동참하겠습니다.” - 엄민용 경향신문 기자(바둑기자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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