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떠나기 전날 이곳 강릉에는 때늦은 봄눈이 폭설로 내렸다.
땅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대관령에는 20센티가 넘는
눈이 쌓인 그런 봄날 오후 차를 달려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제주 낚시를 다녀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해외여행이라니! 주위에는 미안스런 마음도 있었으나 몇 달 전부터 계획된 일정이었기에 여행을 감행하였다.
저녁 뱅기를 타고 쿤밍(昆明)까지 네시간 반의 비행.
애초 목적한대로 창가에 타고 서서히 어두워져가는 밤풍경을 감상하였다.
해는 서쪽으로 지고 있고 뱅기는 맹렬히 해를 추적하며 시속 8000km로 따라갔기에 해가 질 줄을 몰랐다.
고흥반도를 벗어나 중국 산동반도에 다다른 여덟시 반이 되어야 해가지는 묘한 경험을 하였다.
비행기가 서해안을 지나 중국 산동반도에 들어선 것은 담박에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은, 곳곳에 켜진 빨간 등불 때문이었다. 빨간색=중국색, 복을 발원하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었기에 줄지어 켜진 빨간 등불은 비행기에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였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산동반도 까지는 너무나 가까웠다. 채 십 분의 비행이나 될까?
쿤밍(곤명;昆明)은 중국의 서남쪽 윈난성(운남성)의 성도(省都)다. 인구는 약 9백만이라고 하나 이는 정확하지 못하다.
이것은 그들의 도시구역 획정방식이 우리와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예를 들러 성남시라 하면, 인근 다른 시와의 경계가 확실하여 그 인구도 확실히 측정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아서 쿤밍의 인구는 약 6백만이고, 그 인근(우리식으로 말하면 광역시)까지 합하면 9백만쯤 된다는 것이다. 충칭(重慶)의 인구를 약 2천만이라 하는데, 그 넓이는 충청북도 만하다 이런식이다. 즉 도심 인구와 변두리 인구를 얼마만큼 포함하느냐에 숫자가 달라진다.
그리고, 시와 시라는 것이 우리처럼 수원시 옆에 의왕시가 있고 하는 식이 아니라 쿤밍시에서 따리(大理)시 까지 가려면 버스로 다섯 시간은 가야한다는 식으로 시와 시의 거리거 떨어져있다.
이러한 위난성은 한반도 면적의 네 배쯤 되고 신장자치구는 이런 윈난성 면적의 네배가 된다니 중국의 크기는 나 같은 소국 출신으로는 가히 짐작하기 힘들다.
모든 것이 크고 많고 넓은 것이 중국이라는 사실은 갈 때마다 느낀다.
남쪽으로는 라오스 베트남 등과 맞닿아 있고 서북쪽으로는
티벳으로 향한다. 그래서 열대에서 한대까지 지구상의 거의 모든 기후를 다 경험할 수 있는 땅이 윈난이고, 꽃과 식물과 음식등이 다양한 곳이 윈난이다. 가장 많은 수의 소수민족이 사는 땅이기도 하다.
윈난은 차(茶)의 고장이다. 같은 산에서도 아랫 동네와 산정에 이르는 곳의 표고차가 크기 때문에 중턱부근에는 최고의 차 재배지가 된다. 대만의 아리산 (해발 3300미터)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중국은 茶의 나라이다.
우리도 설이나 추석 때 차례(茶禮)를 지내는데,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술로 주례(酒禮)을 지내지 차로써 다례(茶禮)를 지내는 예는 난 보지 못하였다.
우리도 전남지방을 중심으로 지금도 차 문화가 성하고 있지만 시간마다 식사 때마다 차가 주어지는 중국의 차문화에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그 역사 또한 이천년을 넘는다.
그럼, 중국은 왜 이렇게 차 문화가 발달되었을까?
왜 그렇게 차에 열광하는가?
한 덩이에 수백만원을 홋가하는 푸얼차는 어찌 생겨났나??
중국 귀주성 남부 어드메 촌에서 낳는 아이마다 기형아가 속출하였다. (이것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역학조사를 한 사실이다.) 육손이 정도는 기본이고 각양 각색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그 이유를 조사해보니 그들의 식생활 때문이었다! 즉 모든 것을 ‘익혀’먹기 때문이었다.
돼지고기등 육류나 생선을 익혀먹는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모든 청경채등 채소류도 다 웍에 기름을 두르고 ‘익혀’먹다보니 열에 약한 엽산(葉酸 Lipoic acid)이 파괴되고, 이렇게 해서 엽산이 결핍된 식사가 기형아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지금은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임신 초기에 엽산 섭취가 필수 코스가 되어있다.
그리고 우리는 ‘쌈“이라는 독특한 식습관이 있어서 엽산결핍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중국은 예로부토 생수를 그냥 마셔도 되는 곳이 드물었다. 이번에 다녀온 쿤밍산맥은 모두가 석회석이며, 그 때문에 쿤밍은 물론이요 계림이나 장가계등에 동굴이 발달된 것은, 우리의 단양지방이나 삼척 등지에 동굴이 많이 생겨있는 것과 같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에서의 물은 석회성분이 많아서 꼭 끓여 먹어야하고, 끓여 놓으면 침전물이 많이 생긴다. 그러면 단양이나 삼척물도 못먹는가 하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동굴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않으며, 두 지역 다 진흙 점토층에서 여과된 물을 섭취하므로 물맛도 성분도 좋기만 하다.
그러나 중국은 채소를 익혀 먹는 식습관과 물을 끓여야하는 필요성 때문에 비타민 B군과 C가 풍부한 ‘차’를 마시는 것이 ‘생활’이 되었다.
이렇게 ‘생활화’된 차는 오랜 세월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혹은 숙차(熟茶)라는 이름으로, 혹은 생차(生茶)로 혹은 우룽차(烏龍茶)처럼 발효차로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야크젖과 치즈, 거기에 양고기 등으로 연명을 해나가는 티벳 유목민은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하여 ‘차’를 필요로 하였고, 내륙 깊이 위치한 상그릴라 등지는 ‘소금’이 필요했기에 차와 소금의 교역으로 이루어진 길이 그 유명한 차마고도 2100km이다!!!
호기심과 눈물로 TV에서 보았던 차마고도(茶馬古道)와 호도협(虎跳峽) 그길을 찾아 풍강, 쿤밍에 갔다.
쿤밍은 위도상으로는 계림이나 홍콩과 대만 타이페이와 일치할 만큼 남쪽에 있으나, 그 해발이 1900미터!!
우리나라 한라산 정상보다 높고 지리산 꼭대기 같은 높이에 쿤밍이 있다. 그러니 여름에는 28도를 넘지 않고 아무리 추워도 영상 3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단다. 그래서 사계절이 꽃이다. 늘 봄의 도시다.
전국 화훼의 60%가 윈난에서 생산된단다.
우리나라 늦여름이면 송이가 나와서 동북 지린성 쪽으로 보내지고 그 송이는 10월 까지 이어진다.
열대 과일은 없는 것이 없고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태국 것 보다 달고 맛있었다. 가히 과일의 천국이었다.
오디며 포도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도 가는 곳 마다 넘쳐났다.
태양이 가까워서 자외선 땜에 모자나 선글라스가 필수품!
햇볕에 나가면 따갑고 그늘에 가면 추울 정도로 서늘했다.
거리는 깨끗하고 먼지 하나 없었다.
모든 차동차나 오토바이는 전기 배터리로 구동하기 때문에
미세먼지도 소음도 전혀 없었다.
하늘은 언제나 푸르르고 밤하늘에는 별알들이 무수히 빛났다. 지리산 정상에서 보는 밤하늘을 상상해 보라.
어릴적 평상에 누워 하나 둘 세던 별들을 쿤밍에서 제대로 보았다.
누구는 외국가서 5성(五星)호텔에서 잤다고 하나, 나는 천성(千星)호텔에서 보냈다.
그리고는 내일은 옥룡설산이 빛나는 따리(大理)로 간다!
To be continued.........
己亥 亡種節
豊江
첫댓글 '쿤밍'! 그야말로 지상낙원이구나! 빠른시일내에 나도 한번 가고 싶다~~ '차마고도'는 아슬아슬한 구간이 많다던데 지금도 그런 길인지?
어릴적 보았던 그 밤하늘을 다시 보았다니 축하할 일일세~~ 천성호텔에서 자면서 늦둥이를 만들수 있다면..... 꿈을 꾼다~~
풍강도 혁수도 대단 하니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