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277 --- 무엇이 그렇게 두렵습니까
그해 겨울은 무척 따뜻했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긋지긋한 그해 겨울이었다고 하면 곁에서 듣기에도 거북스럽다. 그렇지 않다고 애써 변명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있을 때 잘 하라고 한다. 평소에 잘하면 좋은 이미지를 간직할 수 있다. 내 세상처럼 지나치게 권위적이거나 분수 넘치게 까불거리다 눈총받으면 좋을 리 없다. 끝까지 항의받게 되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어찌 사람 사는 동네인데 대충대충 얼버무리랴. 끝내 비밀은 없다. 감출 곳이 더는 없어 드러난다. 잘 모른다고 적당히 은근슬쩍 넘어가거나 회피할 수는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딘가 흔적이 남아있다. 곳곳에서 수많은 눈초리가 지켜보고 귀가 듣고 있다. 조목조목 까발리며 응징하려 한다. 잘한 것은 당연하지만, 못한 것도 뿌렸으면 거두어야 한다.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방적으로 위협하거나 덮어서 될 일이 아니다. 내 몫이 있듯 남의 몫도 있다. 앞가림도 못 하며 남의 몫까지 마구잡이로 탐하다가 일을 크게 그르친다. 하늘의 수많은 별이 할 일 없어 반짝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마무리는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일은 때마다 올곧게 매듭지어야 한다. 한가하게 꺼내 돌아볼 겨를이 없다. 한번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삶의 법칙이다. 한번 새겨진 문신은 후회한다고 지워지지 않는다.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내려놓아야 한다. 다음 사람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계하여야 한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간 수고했다는 말의 진가를 알아야 한다. 그보다 더 큰 칭찬은 없다. 간질간질 목에 걸려 남은 삶을 절뚝거릴 수는 없다. 저녁노을이 아름답듯 우리의 삶도 그런 노을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누군가 붙잡혀 갔다고 한다. 뭐가 그리 두렵습니까? 최선을 다하였으면 된다. 양심이라는 게 있고, 도리라는 게 있고, 인정이라는 게 있고, 배려와 용서와 화합이 있고, 이웃이 있고, 나눔이라는 게 있다. 이 아니 좋은가. 이런저런 말이 많아도 살아 볼 만한 세상이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