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변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가축 떼를 먼저 보내고, 자기는 맨 뒤에 있었는데, 어느틈엔가 야곱이 맨 앞에 섰습니다. 얍복 나루에서 하나님과의 시간을 가진 이후로 절뚝거리는 다리고 서둘러 자리를 옮겨 자기 무리의 가장 앞에 서서 에서를 맞닥뜨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야곱이 보니 에서가 장정(壯丁) 400명을 이끌고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1절). 그렇지만 뒤로 빼지 않고 맨 앞에 섭니다. 그리고 자기의 아내들과 여종들, 자식들을 자기의 뒤로 보냅니다. 여종들과 그 아들들을 자기 바로 뒤에 두고, 그 뒤에는 레아와 그 아들들과 딸, 그리고 그 뒤에 라헬과 요셉을 두었습니다.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인 라헬을 맨 뒤에 서게 하여 가장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야곱은 형 에서 앞으로 나가 몸을 땅에 굽혀 일곱 번 절하여 인사합니다(3절). 에서는 그러한 야곱을 달려와서 안고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반가이 맞이합니다(4절). 아마 에서는 야곱에게 복수하기 위해 야곱을 향해 출발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에서의 마음을 바꾸신 것입니다. 물론 야곱이 먼저 예물로 보낸 여러 가축 떼들로 인해 에서의 마음이 누그러졌을 수도 있지만, 힘으로 야곱을 치려고 했다면, 그 가축 떼들도 차지하고, 야곱도 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에서의 심경(心境)을 바꾸셔서 야곱을 향해 용납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하신 것입니다.
에서는 야곱과 함께한 여러 여인들과 자식들을 보며 그들이 누구인지 물었고, 야곱은 자기의 아내들과 자식들이라고 소개하고, 야곱의 아내들과 자식들도 에서를 향하여 절하여 예의를 갖춥니다(5절~7절). 이어서 에서는 야곱이 먼저 보냈던 그 가축 떼들에 대해 야곱에게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8절). 야곱은 형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답하였는데, 에서는 자기에게도 충분한 소유가 있으니 괜찮다고 답했지만 야곱은 에서가 받아주길 간절하게 간청하였고, 에서는 그 선물을 받습니다(8절~11절). 그 당시에 서로 대적의 관계에 있어서 예물을 받아주는 것은 서로 화해하고 용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에서는 예물을 받지 않아도 화해하겠다는 의미를 야곱에게 전달한 것이지만, 야곱은 에서가 예물을 받아서 확실한 화해로 마무리하길 원했을 것입니다. 야곱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 때문에 이룰 수 있는 것이었음을 형에게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형의 얼굴을 뵈온 것이 마치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처럼 느낀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10절). 이러한 야곱의 말은 에서를 향한 아부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을 용서하시고 받아주시는 하나님처럼 에서가 자신을 용서하고 용납한 것을 빗댄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에서는 야곱에게 함께 가자고 이야기했지만(12절), 야곱은 자기의 식구들과 가축들이 많이 지쳤다는 이유를 대면서 형 에서에게 먼저 가라고 말하면서, 나중에 에서가 사는 세일(Seir)로 가서 인사를 드리겠다고 말합니다(13절, 14절). 그러자 에서는 자기의 종 몇 사람을 야곱에게 두어 길도 안내하고, 다른 이들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그것도 야곱은 완곡하게 거절합니다(15절). 아마 에서는 진심으로 야곱과 야곱의 일행을 보호하고 지켜주겠다는 의미로 제안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정 400명의 행보에 맞추어 가려면 어린 아이들과 많은 가축 떼들이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으로 야곱이 거절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에서와 함께하는 것이 아직 껄끄럽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에서와 에서의 일행은 먼저 세일로 돌아갑니다(16절).
야곱은 숙곳(Succoth)이라는 곳에 이르러 그곳에 집을 짓고 가축들을 위해 우리를 지었습니다(17절). 숙곳, 히브리어로 숙코트(סֻכּוֹת)는 “우리”(Pen, Stall), “오두막”(Booth)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아마 야곱은 숙곳에 오래 머물 생각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꽤 오랫동안 머물게 됩니다. 약 10년 정도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가나안 땅의 세겜(Shechem)이란 성읍까지 와서 그 성읍 앞에 와서 장막을 쳤고, 야곱이 장막을 친 땅을 세겜의 아버지 하몰(Hamor)에게서 백 크시타에 구입을 하였습니다(18절, 19절). 크시타(Qesitah)는 히브리어로 “케시타”(קְשִׂיטָה)는 은이나 금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값을 주고 구입함으로 그 땅을 공식적으로 자기의 땅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리고 야곱은 그곳에 하나님 앞에 단을 쌓고 “엘엘로헤이스라엘”(El-Elohe-Israel)이라고 부릅니다. “엘엘로헤이스라엘”(אֵ֖ל אֱלֹהֵ֥י יִשְׂרָאֵֽל)은 “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란 뜻입니다. 이제 가나안 땅에 돌아와 정착하게 되면서 하나님께서 언약하신 대로 야곱을 돌보시고 돌아오게 하신 하나님을 기념하는 마음을 담아서 그렇게 고백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야곱과 야곱의 가족은 일단 가나안 땅으로 완전히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야곱은 비로소 고백하게 됩니다. 얍복 나루에서 하나님을 깊이 만난 야곱은 이제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향해 단을 쌓고, 하나님을 경배하는 삶을 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야곱이 본격적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늘 하나님과 함께 행하려는 삶을 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나님을 깊이 만날 때, 우리의 삶은 제대로 된 신앙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을 더 구체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깊이 만난 경험이 있으신지요?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귀한 시간이 있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