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절
부처님이 일생에 행하신 방편
1 어느 때 부처님은 덕중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보살(부처님의 因行 때를 가르킴)의 본원력本願力으로는 도솔천궁에서도 능히 보리를 얻고 법륜을 굴릴 수 있다. 염부제 사람들은 이 도솔천궁에 올라와서 법을 들을 수 없지마는, 도솔천 사람들은 능히 염부제로 내려가서 법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보살은 생각하시고, 도솔천을 버리시고 염부제에 내려와 보리를 이루었으니, 이것이 보살의 방편을 행한 것이다. 보살의 본원으로는 모태母胎에 들지 않고도 보리를 이룰 수 있지만, 만일 모태에 들지 않으면 중생들은 이렇게 의심할 것이다. '이 보살은 어디서 왔는가? 하늘이나 용이나 또는 귀신ㆍ건달비나 혹은 화작이 아닌가?' 그래서 법도 듣지 않고 수행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입태하신 것이다. 이것도 보살의 방편을 행한 것이다.
선남자야, 보살이 실지로 모태에 들어갔다고 생각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보살이 무구정無垢定에 들어서 도솔천에서 내려와 보리 나무 밑에서 성도하였기 때문에 도솔천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보살은 여기서 목숨을 마쳤으니,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했다. 그러나 실로는 보살은 도솔천에 여전히 있으면서, 방편으로 입태ㆍ출생ㆍ출가ㆍ고행을 하신 것이다. 그러나 일체 중생들은 실제로 알지마는, 보살에 있어서는 입태ㆍ출생ㆍ출가ㆍ고행을 하나의 변화로써 보인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의 몸이 흰 코끼리처럼 되어 모태로 들어가는 것을 보였던가? 이 세계에서는 보살이 가장 높으시고 맑고 깨끗한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흰 코끼리를 나투었고, 다른 하늘이나 사람이나 또는 귀신이나 용이 아니라는 것을 보인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태중에서 열 달이 찬 뒤에 출생하였던가? 만일 열 달을 채우지 아니하면, 다른 중생들은 혹 이런 마음을 낼 것이다. '이 아기의 몸에는 혹 부족한 데가 있으리라'고. 그래서 보살은 열 달을 태중에 있었으나, 모든 하늘들은 항상 어머니의 신변에 와서 예경하면서, '보살'이 높은 칠보 누각에 계시는 것으로 보았으니, 이것이 보살의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어머니의 오른편 옆구리로 출생하였던가? 중생들은 '보살이 부모의 정혈精血의 화합으로 났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니, 이것도 보살의 방편이다. 또 어째서 한가로운 동산에서 탄생하시고, 집안이나 성중을 피하였던가? 보살이 원래 한가로운 곳을 좋아하여, 산림이나 고요한 곳을 찬탄하시고 적멸을 행했기 때문이니, 이것도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의 어머니가 나뭇가지를 붙잡고 보살을 낳았던가? 중생들은 '마야 부인이 보살을 낳을 때에, 다른 여자와 같이 모든 고통을 받았는가?' 의심할 것이므로, 그것은 고통이 아니었다는 것을 중생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니, 이것도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오른 옆구리로 탄생했던가? 보살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났으므로써 여근女根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근으로 나오지도 않아서, 다른 범행인梵行人과 다른 것을 보인 것이니, 이것도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탄생하자 곧 칠보七步를 걸었던가? 보살은 큰 신력神力으로 부지런히 정진하는 대장부상大丈夫相이 있는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붙드는 사람도 없이 칠보를 걸은 것이니, 이것도 보살이 방편을 행한 것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칠보를 걷고는 '이 세계 중에는 내가 가장 높고 뛰어났다. 나는 노ㆍ병ㆍ사를 여의었다'고 말씀했던가? 그때 모인 범왕ㆍ제석 등 모든 천자들은 교만이 있어 스스로 세계 중에 내가 제일 높다 하여 공경심이 없었으므로, 긴 밤을 삼악도에 떨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보살이 그렇게 말씀할 때에, 그 소리는 대천세계에 두루 들려서, 오지 못한 모든 하늘들도 그 소리를 듣고 모두 모이어 합장ㆍ공경ㆍ예배ㆍ찬탄하였으니, 이것도 보살이 방편을 행한 것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칠보를 걷고는 크게 옷었던가? 보살은 이렇게 생각했다. '저 중생들은 원래부터 탐욕ㆍ진에ㆍ우치 및 번뇌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구나. 저 중생들도 나와 동시에 보리 마음을 발했는데, 나는 이미 보리를 성취했으나 저 중생들은 게을러서, 부지런히 정진하지 아니했으므로, 아직 생사ㆍ고뇌의 바다 속에 있으면서 하열 중생되어, 도리어 내게 예경ㆍ공양하겠구나.' 하고 웃었으니, 이것도 보살이 방편을 행한 것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동산에서 바로 도량(보리나무 밑)으로 가지 않고 궁중으로 들어갔던가? 그것은 모든 근이 구족하기를 위한 것이요, 궁중에서 오욕락을 즐기다가 천하를 버리고 출가하는 것을 보이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오욕락을 버리게 한 것이니, 이것도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이 탄생한 지 칠 일 만에 마야 부인은 세상을 떠났던가? 이것은 마야 부인의 명이 다한 것이요, 보살의 허물은 아니다. 보살이 도솔천에 있을 때, 하늘눈天眼으로 관찰하여, 마야 부인의 명이 열 달 위에 칠 일이 남아 있는 것을 알고, 내려와서 입태한 것이니, 이것도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글과 글씨ㆍ장기ㆍ바둑ㆍ활쏘기 ㆍ말 타기 등, 가지가지 기예技藝를 배웠던가? 그것은 세상 법도 배운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보살은 대천 세계 중에서 한 가지도 모르는 것이 없었지마는, 다른 사람을 권한 것이니, 이것도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비妃와 채녀 및 권속을 가졌던가? 그것은 오욕을 위한 것이 아니니, 보살은 오욕을 떠난 대장부인 까닭이다. 그러나 만일 남녀상을 보이지 않으면 '남자가 아닌가?' 하고 중생들이 의심하면, 그들은 무량한 죄를 지을 것이므로 석종녀釋種女를 받은 것이니, 이것도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밤중에 출가했던가? 그것은 백정법을 위한 까닭이다. 오욕을 버리고, 권속에게 고하지 않고 출가하여, 모든 욕락을 여의면 백정법白淨法을 여의는 까닭이니 이것도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차닉과 흰 말 및 보의ㆍ영락을 집으로 돌려보냈던가? 그것은 권속으로 하여금, 보살은 세속과 좋은 의복 ㆍ영락을 탐하지 않는 것을 알게 한 것이요, 또 나는 이렇게 배우니 다른 사람들도 나를 배워, 모든 소유를 버리고 불법 중에 출가하라고 권한 것이다. 이것도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이 육 년이나 고생을 하였던가? 그것은 보살의 남은 보가 있어서 그런 고를 받은 것이 아니요, 중생으로 하여금 악업을 겁을 내어, 보살도로 돌아오게 한 것이니, 이것도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 또 어째서 보살은 보리 나무 밑에서 마왕 파순의 시달림을 받았던가? 원래 마군은 보리 나무 근처에 오지 못하는 법이라, 보살이 부르지 않으면 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 보살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四 천하에서 누가 제일 높으며, 이 사 천하는 누구에게 속한 것인가? 악마 파순이 욕계에서 제일 높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악마와 싸워 이겨야 하겠다. 이때에 모든 하늘 대중들은 보리 나무 밑으로 모여 왔다. 보살은 눈썹 사이에서 광명을 놓아 대천세계를 비추니, 마군의 궁전은 어두워지며 이런 소리가 났다. '석종자가 도를 배워 지금 보리를 성취했다. 앞으로는 마군이 없어질 것이다. 지금 보살이 일체 마군과 싸우려 한다.' 마군은 이 소리를 듣고 매우 두려워서, 곧 네 가지 병력을 동원하여 보리 나무를 둘러쌌다. 그때 보살은 큰 자비, 큰 지혜로써 금색의 손을 한 번 들어 땅을 치니, 여러 마군은 일시에 흩어졌다. 그래서 천ㆍ용 팔부들은 보살의 위력을 알았다. 이것이 보살이 행한 방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