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경찰이 대대적으로 고래고기를 단속하고 압수했습니다. 밍크고래 불법포획이 줄어드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압수한 고래고기를 대부분 다시 업자들에게 돌려주었다는군요. 그 고래고기는 울산고래축제 현장에 풀렸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울산고래축제에 압수 밍크고래 풀렸나
2017-09-07
▲ 울산 중부경찰서가 지난해 불법 포획 밍크고래 유통업자들을 검거하면서 냉동창고에서 압수한 고래고기의 70%가 넘는 분량이 다시 업자들 손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 DB
지난해 울산고래축제(5월 26~29일)를 앞두고 경찰이 불법포획 혐의로 압수한 고래고기 70% 이상이 불법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포경업자들의 손에 다시 넘어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고래축제 기간 불법포획 고래고기가 대거 풀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문제의 고래고기는 지난해 4월 말 울산 중부경찰서가 불법 포경 소탕작전(지난해 5월 26일 자 13면 등 보도)을 통해 수거한 압수품. 당시 경찰은 울산시 북구 한 비밀 창고를 급습해 고래고기 전량을 압수하고 포획이 금지된 밍크고래를 잡아 시중에 유통한 혐의로 포경선 선장 A(56) 씨와 음식점 업주 B(37)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일당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압수된 고래고기 27t은 고래 40마리 분량으로 시가 40억 원어치에 달하는 역대 최대 분량이다.
작년 불법포획 혐의 일당 검거
고래 40억대 27t 압수했지만
불법성 입증 못해 21t 돌려줘
지역 식당가 유통 소문 파다
사건 수사를 지휘한 울산지검은 불법포경에 대한 경각심 고취 차원에서 방어진수협 창고에 보관한 고래고기 전량을 태워 버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당시 고래고기 행방을 수소문한 결과 27t의 고래고기 중 소각 처리된 고래고기는 6t에 불과했다. 나머지 21t은 지난해 5월 초 포경업자인 피고인들 손에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방어진수협 보관창고 관계자는 "지난해 4월 900여 상자(자루 포함)의 압수된 고래고기가 들어왔고 몇 주 지나지 않아 700여 상자는 다시 (피고인들에게) 돌려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이번 일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기소 과정이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경찰이 창고에 있던 고래고기를 전부 가져왔는데 피고인들이 고래고기유통증명서 등을 제시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불법 여부를 판단할 DNA 대조 과정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불법성을 입증하지 못한 고래고기를 되돌려 줬다는 것이다. 불법포획한 밍크고래를 주로 울산과 부산지역 고래고기 전문 식당에 공급한 피고인들의 행적으로 미뤄 소비자들에게 출처 불명의 고래고기 수십t이 공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에서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해 합법적으로 유통한 고래는 38건(38~40마리)에 불과했다. 이 38건도 밍크고래는 하나도 없고 전부 혼획된 돌고래라고 해경은 전했다.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밍크고래도 한 해 평균 76.4마리 정도다. 불법포경을 업으로 삼은 이들이 혼획된 밍크고래를 거의 독점하지 않는 이상 되레 풀린 21t의 고래고기가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울산시 남구 장생포에서 고래고기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고래축제 시기를 즈음해 불법 포획 고래고기가 다시 풀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업주들 대부분은 소문의 진원지가 지난해 4월에 경찰에 압수된 고래고기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부산일보 기사 원문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70907000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