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팔던 스타벅스, 괴물이 된 재벌 3세의 공포를 마주하다...고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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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일 1일
<공감을 팔던 스타벅스, 괴물이 된 재벌 3세의 공포를 마주하다>
커피가 아니라 ‘공간과 문화’를 판다던 기업, 전 세계 어디서나 균등한 환대와 맛을 보장한다던 스타벅스의 명성이 박살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스타벅스를 향한 대규모 불매운동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세계적인 파급력과 사회적 충격을 기준으로 보면 크게 세 가지의 결정적 분기점이 존재한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타벅스 잔혹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기이하고 모욕적인 궤적을 그리는 중이다.
2023년 가자전쟁 관련 불매운동이다. 스타벅스 노동조합(Starbucks Workers United)이 팔레스타인 연대 메시지를 SNS에 올리자, 본사는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이들을 고소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 전말은 SNS를 통해 ‘친이스라엘 기업’이라는 프레임으로 급속히 확산되었고, 중동을 넘어 전 세계적인 불매 매출 폭락으로 이어졌다.
미국 사회 내부를 뒤흔든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2018년 필라델피아 인종차별 사태다.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일행을 기다리던 흑인 남성 두 명이 매장 매니저의 신고로 경찰이 체포한 사건이다. 이 명백한 ‘인종 프로파일링(인종 기준 표적 단속)’ 현장이 담긴 영상은 전 세계의 공분을 샀고, 스타벅스는 미국 내 8,000개 매장의 문을 일시에 닫고 반인종주의 교육을 실시해야만 했다.
글로벌 스타벅스의 불매운동사(史)는 이처럼 인권, 인종, 전쟁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아이덴티티가 충돌하며 발생한 결과물이었다.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앞선 세계적 사례들과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는데 있다.
기업의 시스템적 오류나 정치적 포지셔닝의 문제가 아니다. 오롯이 한 인간, 권력을 쥔 재벌 3세의 유래를 찾기 힘든 ‘패악질’과 오만함에서 비롯된 비극이기 때문이다. 한국 스타벅스가 보여준 행태는 눈을 의심케 한다. 민족의 비극이자 민주주의의 상징인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탱크 데이’ 행사를 강행하고, 온 국민의 가슴에 피멍을 남긴 4·16 세월호 참사 추모일에 맞춰 ‘사이렌 행사’를 기획한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도발이다.
사태가 커지자 실무진의 실수라거나 총수는 몰랐고, 아랫사람이 독단적으로 처리한 일이라는 해명이 흘러나온다. 비겁한 거짓말이다. 철저한 상명하복과 고도의 브랜드 관리가 생명인 대기업 유통망에서, 총수의 가치관과 승인 없이 이러한 반사회적 기획이 세상에 나올 수는 없다.
정용진은 말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고. 이 또한 기만적인 궤변일 뿐이다.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고 역사의 비극을 마케팅의 수단이자 도발의 도구로 삼는 행위는 ‘다양한 의견’의 범주에 들어설 수 없다.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일찍이 “기업은 사적 폭정(Private Tyrannies)체제이며, 이들은 대중에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통제 불능의 권력기구”라고 일갈한 바 있다. 자본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역사와 공동체의 가치를 난도질하면서도 어떤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재벌 3세의 오만함이 바로 촘스키가 경고한 '사적 폭정'의 생생한 민낯이다.
기업의 영리 활동은 공동체의 최소한의 상식과 인간 존엄을 존중하는 틀 안에서만 허용된다.국민의 피와 눈물로 일궈낸 역사적 기억을 조롱하는 자본은 이미 경제적 주체가 아니라 공동체를 파괴하는 암세포일 뿐이다. 그들의 유려한 말장난 속에는 일말의 반성도, 사회에 대한 미안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돈과 권력 뒤에 숨어 대중을 비웃는 오만함만 가득하다.
소비자는 단순히 커피 한 잔의 값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대변하는 가치를 구매한다. 대한민국 스타벅스를 독점하며 자신의 비틀린 영웅주의와 일탈을 배설하는 재벌 아들의 폭주를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이제 우리는 불매를 넘어, 자본이라는 권력으로 공동체의 상식과 존엄을 짓밟는 이 오만한 독재를 타도해야 한다.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고 민주주의의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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