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남쪽바다에 곧 도착한다는 뉴스가 있던 어느 늦은 여름 날, 소포가 하나가 도착을 했습니다.
저와는 전혀 연고가 없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온 거였습니다. 의아해 하면서 포장을 뜯어낸 순간, 너무나 놀랐습니다.
단 호박 두개와 마른 옥수수 두 개였습니다.
이곳에서도 손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산물이 왜 서울에서 왔을까?
그것도 별로 먹고 싶지도 않게 생긴........바짝 마른 모습으로......왜? 왜?왜?
의아함은 불안함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단호박 속에 어떤 물질이? 테러? 정신병자?
상자 바닥에 편지 하나가 들어 있었습니다.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저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고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들이 죽다니! 그들이, 그 착한 사람들이......딱 한번 본 사람들이었는데...........늦은 밤 이곳 금진항까지 찾아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셨는데......
그들은, 내가 후원금을 내고 있는 환경단체의 일꾼들이었습니다.
노총각들이었고, 시골로 내려가 몸소 농부가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 단체의 모든 일을 기획하고 심부름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아침밥도 마다하고 새벽 같이 사라지면서, 문자 하나 남겼었는데.......
그들 두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그들이 농사 지었던 주인 잃은 호박과 옥수수를 대신 보낸 거였습니다.
눈물 방울 하나가 호박에 뚝 떨어지고, 나는 5 년 전에 끊었던 담배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그리고는 한숨 소리와 함께 또 한번 절망감이 몰려오는 겁니다.
세상을 바꿔보려고 발버둥 치던 사람들을 어떻게 이렇게 무참히 데려가 버리는가.
그들의 착한 희망을 왜 세상은 몰라주는가.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몇 개의 시민단체와 녹색정당과 환경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제, 그것 마저도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습니다.
세상은 아마 바뀌지 않을 겁니다. 그냥 이대로 미련하고 폭력적으로 진행이 될 겁니다.
약자는 늘 희생이 될 겁니다.
그들의 죽음은, 마치 도로에서 무참히 살해되어 시신 마저도 자동차 바퀴에 산산 조각이 나서 아스발트에 말라붙어 버린 야생동물 만큼이나 억울한 일입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명문화된 역사는, 늘 이랬습니다.
강자의 역사였고 그들의 논리였습니다.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제 곧 잊혀질 것이고 역사 어느 구석에서도 찾을 수도 없을 겁니다.
제가 믿고 있었던 진보정당에서 조차 강자의 논리를 쫒아 갑니다.
진보정당에서 조차 폭력적으로 당원들을 규제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고 배신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이곳에서는 진보의 가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약자들을 위한다는 진보당에서 강자의 논리를 따라합니다.
힘없는 사람들이 역사의 뒤안길에서 사라지면서 그들을 대변하는 정치적 목적도 실종이 되고, 이제 우리는 갈 곳이 없습니다.
태풍이 곧 올라온다는데, 사람들은 또 고스란히 그것을 감수 할 수 밖에 없겠죠.
약자는 늘 이렇게 살아가는가 봅니다. 당하고, 감수하고, 잊혀지고.......
진정한 道란, 못나고 약하고 거칠고 투박하고 못생긴 곳에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