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에서 우연히 <천사를 죽인 소년>이라는 만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후기에서 "희망은 거짓의 옷을 입고 있다"라는 015B의 노래 '21세기 모노리스'의 인트로를 인용한적이 있었는데, 오늘 이 만화를 보고 또 다시 그 문구를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1인 시위를 계속 하는가?
사람들의 침묵만이 가득한 현실 속에서, 침묵이 무관심을 부르고 있는 지금, 과연 희망이란 존재하는 것인가?
미래를 준비해야 할 지금, 나는 스스로의 인생을 너무 낭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세 가지가 요즘 제가 깊이 생각하는 화두입니다.
1인 시위를 하면서 늘 이 화두에 대한 생각을 끝없이 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동조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정식적으로 힘들어진 탓에,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약해지지 말자!'라고 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을 회상하며 희망을 품어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외롭고 고달플 뿐입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희망은...
'절망'이 '거짓'이란 가면을 쓰고 저를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 '희망'이란 달콤한 낱말로 저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왜 내가...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왜 내가 꼭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이렇게 하지 않아도 내가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데... 오히려 이렇게 생활하는 탓에 여가시간도 없고, 자기개발의 시간조차 제대로 가지지 못 하고 있는데... 1인 시위를 하는 것이 유명해지려는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매도까지 당하면서 무엇이 아쉽다고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1인 시위를 하는 것인지...
이런 제 생각이 지쳤기 때문에 생긴 변절의 싻인지, 아니면 잠시 흔들리는 것일 뿐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천사를 죽인 소년>에서 자신을 때린 친구들에게 몽둥이를 들고 복수를 하지 않은 소년에게, 친구들이 따스한 손길을 줬다면... 한평생 선량하게 살아온 소년에게 다른 사람들 역시 선량한 마음으로 대했더라면...
소년이 평생 동안 천사에게 속았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을까를 생각해봅니다.
요즘 시대에서는 착하게 살면 바보라고 손가락질 당합니다. 착하면 이용만 당하니까요.
곧고 선하게 살아가는 사람 역시 바보라고 부릅니다.
곧고 선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고집쟁이에 앞뒤가 꽉 막힌 사람으로만 손가락질 당합니다.
요령을 피우고, 남에게 들키지 않게 반칙을 쓰면서 사는 사람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좋은 과정에 나쁜 결과 보다는, 나쁜 과정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똑똑하다 말하며 선호합니다.
저도 똑똑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바보 노무현을 바보라 부르면서 존경한 것은, 그가 똑똑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점점 바보처럼 사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역시, 바보도 아무나 될 수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바보로 살아갈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으나...
부디... 지쳐서 변절한 뒤, 스스로에게 자기합리화의 최면을 거는 일만을 발생하지 않길 빌어봅니다... 자신을 합리화 시켜 추해지는 것은 싫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