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이달 들어 8% 넘게 급등… 주요국 통화 중 최고
美물가 전망치 밑돌자 환율 급락
美금리인상-수출 감소 등 변수 여전
당국, 기관투자가 환헤지 상향 요청
원화 가치가 이달 들어서만 미국 달러화 대비 8% 이상 상승(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면서 주요국 통화 중 가장 가치가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에 환헤지 비율 상향을 요청함에 따라 앞으로 환율의 추가 하락 요인이 생겼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미 달러화 대비 8.03% 급등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31개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기간 일본 엔화가 7.07% 오르며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고,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6.34%), 스위스 프랑(6.24%), 스웨덴 크로나(6.03%) 등도 가치가 가파르게 뛰었다. 31개 통화 중 브라질 헤알(―2.75%), 아르헨티나 페소(―2.38%) 등 2개 통화만 달러화 대비 가치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급격한 긴축 등의 요인으로 급등세를 이어가다 최근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밑돌면서 11일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59.1원)으로 내린 1318.4원으로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국민연금 등 주요 공적 투자기관들에 대해 기존 해외 자산 대비 환헤지 비율을 높이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주무 부처를 통해 관련 기관에 요청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관투자가의 환헤지 비율이 높아지면 이들은 은행에 선물환 매도(특정 시기에 고정된 환율로 달러화를 팔겠다는 계약)를 하게 된다. 이때 은행이 리스크 분산에 나서면서 궁극적으로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고 환율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 등 공적 투자기관의 전체 해외 자산 규모를 약 40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의 환헤지 비율을 10%포인트만 높여도 시장에는 400억 달러의 추가 달러 공급이 이뤄지게 된다. 다만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내 자금시장 경색, 수출 감소 등 원화 가치 하락 요인도 여전해 환율의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많다.
세종=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