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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는 프리만과 함께 서둘러 바람계곡마을에 들어서고 있었다. 밤에도 쉬지않고
긴 행군을 해온 그들이였다. 그가 데려온 병력은 그의 군사 오백과 오면서 만난 친구들의 군사, 그리고 왕의 군대까지 총 오천 정도였다. "영주님!!” 라이더는 루만을 발견하고 급히 말에서 내려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루만은 그런 그를 일으키고는 깊게 포옹을 하였다. "오래간만이오 라이더공” 라이더와 루만은 반가움의 웃음을 교차한 다음 군을 데리고 마을을 돌아 넓은 평지로 나아가 진을 쳤다. 그사이 루만은 라이더와 그 동안의 경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군이 진영을 차리고 휴식을 취할 때쯤에 둘은 서로에게 그 동안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은 뒤였다. "한달 뒤에 전하와 영주들의 군사들이 집결한다는 말이오?” "예, 그 동안은 우리만의 힘으로 다이안들을 막아야 합니다.” 루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문이 섞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다이안들이 왜 철수 하였냐는 것이오. 혹…… 나를 공격하였던 그 괴물을 남겨두고 간 것은 아닌지…… 그 괴물은 나의 군사 이백을 단 한 순간에 조각조작 찢어 죽였을 정도로 대단했소” 라이더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 가지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일단 내일 계곡으로 군을 이동시켜 조사를
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경비병들도 사방으로 풀어 적의 동태를 살피고 말입니다” 루만은 고개를 끄덕여 왔다. "그렇게 합시다.” 루만은 대충 라이더와 대화를 끝내고 나서야 저만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엘프를 발견하였다. 프리만은 라이더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 그를 따랐던 것이었다. "저자는……?” 인간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엘프들이라 루만은 신기한 듯이 프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이더는 곧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의 친구입니다. 소실적 먼 곳을 여행하다가 만났죠…… 원래는 사냥을 즐기던 자로…… 지금은 저와 함께 움직이고는 합니다.” "음……” 루만은 프리만과 눈만으로 서로 인사를 하였고 곧 프리만은 어딘가로 가 버렸다. "자, 일단 내가 기거하는 집으로 갑시다. 이 마을 소제사장의 집인데 가서 좀더 긴요한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예” 곧 그 둘은 군 진영을 빠져 나와 소제사장의 집으로 향하였다. 파야는 마을 소제사장인 다비드와 마주 앉아 있었다. 한참 말이 없던 다비드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로이체는 죽은 것이다. 그를 찾는 다는 것은 불가능해……” 파야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아닙니다, 분명히 그는 살아 있어요. 제가 직접 보았고 지금도 그의 생명을 느낄 수가 있어요. 저는 누구보다도 그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요” 다비드는 다시 말없이 천정을 응시하였다. 파야의 신비한 능력은 그도 그녀가 어렸을 적부터 보아온 것이라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어디 가서 그를 찾겠다는 것이냐?” 순간 파야는 얼굴에 심한 그늘을 드리워 갔다. "그것이 이상해요…… 예전에는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요” 다비드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우리 잠시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보자…… 로이체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으니……” 파야는 곧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혹, 경솔하게 혼자 그를 찾아 나설 생각은 하지 말거라. 그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니……” 그때 문이 열리며 루만이 들어섰다. 루만은 테이블에 파야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잠시 멈칫하였다. 루만은 파야로부터 치료를 받고 처음으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를 본 순간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이가 삼십이 넘도록 전장만을 누볐던 그는 파야의 단정한 모습에 크게 흔들렸던 것이었다. 라이더 역시 긴 검은 머리에 역시 짙다고 할 정도의 검은 눈동자를 가진 파야를 보고는 잠시 멈칫하였다. "치료 때문에 와 있었습니다.” 파야의 말에 루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았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지금…… 치료를 받으시겠습니까?” 루만은 라이더를 응시하며 양해를 구했다. "잠시 기다려 주시오” "예” 곧 파야는 주문을 외우며 루만의 상처부위를 치료하였고 한참 후 집에서 지어온 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저는 이만……” 루만은 인사를 하는 파야에게 입을 열었다. "나중이던 지금이던 나에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시오. 나는 그대에게 생명을 빚졌으니 말이오” 파야는 곧 가벼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닙니다. 치료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곧 파야는 소제사장에게도 인사를 하였다. 그때 라이더가 파야에게 말을 걸어왔다. "당신이 이 마을의 치료사라면 내일 우리와 함께 동행을 하여 주시겠소. 우리는 계곡으로 군을 이동시키고 다이안들의 동태를 살필 것이오. 그러니 군이 안정될 때 까지
잠시만이라도 영주님을 간호해 주시오.” 파야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곧 다비드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도록해라, 그곳에 가서 바람도 좀 쐬고” "예” 곧 파야는 인사를 하고 다비드의 집을 나섰다. 그리고 하늘을 보며 혼자 중얼 거리듯
입을 열었다. "저 혼자라도 떠나야 합니다. 소제사장님……” 다비드의 우려대로 파야는 이미 혼자라도 마을을 나설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이안의 교사 다이칸 쉬라는 교당건물의 맨 위층 테라스에 나와 있었다. 그는 회색
사제 복을 입고 팔장을 낀채 깊은 침묵 속에 어두워진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있었다.
그때 저 먼 하늘 위로 한때의 검은 무리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하나의 작은 점으로
보이던 그것들은 점점 교당으로 가까이 다가올수록 달에 비춰 그 모습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남부왕국을 치던 중 교사님의 부름을 받고 급히 날아왔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쉬라는 전혀 미동도 없이 조용히 두루마리 하나를 레인에게 던졌다. "이것은?” "교주님을 죽인 자를 찾아가는 마법의 지도다!! 절대로 그를 죽여서는 안된다. 산채로 내 앞에 잡아 와라!! 그리고 절대 그의 몸에 손은 대지 말고 잡아 와야 한다!!” 레인은 급히 두루마리를 자신의 갑옷 안으로 집어 넣은 뒤 쉬라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고는 급히 페리튼을 몰고 다시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페리튼의 무리들은 교당의 하늘 위에서 사라져 갔다. 그들이 사라지고 쉬라가 있던 방안의 어두운 부분에서 사람의 음성이 들려왔다. "레인과 저를 같이 부르신 겁니까?” 쉬라는 뒤도 안 돌아 본 체 입가에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이안의 두 충실한 군대 중 하나만 전멸 하면 되지 않겠는가?” "?” 곧 어둠 속에서 바스락 거리며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곧 그것은 쉬라의 근처로 다가왔는데 어두운 방안이었지만 창가로 스며드는 달빛에도 그것은 비추지 않았다. 순간 쉬라는 노기를 뛰고 지팡이를 뒤로 돌렸다. 그러자 쿵 하는 소리가 나며 무언가가 뒤로 나자빠졌는데, 쉬라가 마법력을 실어 날린 힘에 날아간 것이었다. "괘씸한 것 어느 안전이라고 모습을 감추고 있는가?” 곧 흐물흐물 하던 어느 몸체가 쉬라의 앞에 나타났는데 중년쯤 되어 보이는 모습의
사내였다. 곧 그는 쉬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그자가 대단한 자 입니까? 레인과 나…… 둘 중에 한명이 죽는다니……” 쉬라는 잔인한 웃음을 지어갔다. "크리스수도장…… 레인은 단지 교인들에게 보이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네가 그자를 꼭 잡아 와야 한다. 그 와중에 레인이 죽어도 상관없다. 내 말은 그런 말이었다.” 곧 크리스라는 인비저블 스토커의 지휘자는 입가에 교활한 웃음을 지어갔다. "그런 후…… 교사님께 비밀리에 데려오라는 말씀이시군요” 쉬라는 다시 테라스 밖을 응시하였다. "그대는 언제나 이해가 빠르다.” 크리스의 형체는 다시 흐물흐물해졌고 다시 그 형체가 사라져 버렸다. "그럼, 곧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곧 나의 시대가 온다…… 대륙의 영원한 지도자로서……” 쉬라는 조용히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이트기 전 파야는 되도록 가벼운 차림으로 자신의 집을 나서고있었다. 루만의 군대가 움직이기 전에 마을을 빠져나가려는 것이었다.
파야는 눈을 감고 로이체의 느낌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이마에 땀이 가득
맺힌 후에야 겨우 눈을 떴다. "분명 수왕국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어……” 곧 파야는 바람의 계곡을 건너갈 생각을 하였다. 숲에는 온갖 들 짐승과 괴물들 그리고 야만인들이 산다는 괴소문이 잔뜩 퍼져있는 그런 수왕국 밖이었다. 하지만 파야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으로 길을 잡고 있었다. "좋군…… 가을이라니……” 파야는 원래 이 가을에 로이체와 결혼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신은
두연인을 이렇게 갈라놓고 있었다. "이제는 어디로 가야하지?” 더 이상 로이체에 대한 느낌을 찾을 수 없었던 그녀는 잠시 암담해 하고 있었다. 또한 지도 한 장 없이 왕국 밖을 여행한다는 것도 힘겨운 일이었다. "로이체, 조금이라도 너의 느낌을 전해 줄 수는 없니……” 곧 파야는 서쪽으로 길을 잡았다. 비록 다이안들의 본거지와 가까워지는 길이었으나 알 수 없는 힘이 파야를 그곳으로 인도하고 있는 듯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