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열두셋 때의 시골 초등학교 동창생으로부터 문득 걸려온 전화 저녁 식탁에서 홀로 매실주 한잔 마시고 있을 때 그것도 여자의 목소리 이름 밝히기를 머뭇거리면서 내 시를 읽고 전화를 했다는, 어렸을 때 공부도 잘했는데 출세해서 반갑다는 문안의 전화 시인이 무슨 출세인가 반문했지만 행복도 해라 시인을 아끼는 옛날의 친구가 있으니 시인이 된 것은 40년도 넘은데 얼마나 망설이다 이제야 전화를 했을까? 남자들 모임이 있으니 서로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더니 대답을 하지 않는다 둘이만 만나자고 했더라면 혹 허락했을까? 하기사 이제는 다 늙어빠진 두 늙은이가 만나서 무엇 하리 희미한 기억들을 더듬어 가며 친구들의 근황을 서로 묻고 배우자와 자손들을 묻고 좋아하는 음식을 묻고 그리고 돌아가는 길을 묻고 서로 손을 흔들며 더 쓸쓸한 가슴들이 되어 헤어질 것을
길 없는 길 / 임보
강물 위에 앉았다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비상해 오르는 수천 마리 철새 떼들의 일사분란 그들은 길 없는 허공 길을 평화롭게 날아 그들의 고향에 이른다
바다 속을 헤엄쳐 가는 수만 마리의 어군들 어떠한 암초와 수초에도 걸리지 않고 수만 리 길 없는 물길을 거슬러 그들의 모천에 닿는다
그러나 이 지상에 수천만의 길을 만들어 놓고도 제 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해 좌충우돌 피를 흘리며 주저앉는 사람들 그들은 고향도 모천도 못 찾고 허둥댄다
길이 없으면 세상이 다 길인데 길을 만들어 일만의 길을 다 죽인다
******
죄송하고 불경스러운 일입니다만 시인님의 위 시를
읽으며 저의 자작시를 덧붙입니다
초정리에서 57 - 내용증명
모처럼 날아온 편지 한 통. 갈까말까 망설이다 과감히 통과한 아슬한 순간의 신호위반 내용증명. 범칙금 60,000원+벌점 15점. 돈도 돈이지만 우길 일 없어진 것에 대한 화가 나다
빈틈없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다
이럴 땐 네팔王國이나 티벳으로 아직도 수신호를 하는 나라로 몰래카메라 없는 나라로 망명하고 싶다
이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열두셋 때의 시골 초등학교 동창생으로부터 문득 걸려온 전화 저녁 식탁에서 홀로 매실주 한잔 마시고 있을 때 그것도 여자의 목소리 이름 밝히기를 머뭇거리면서 내 시를 읽고 전화를 했다는, 어렸을 때 공부도 잘했는데 출세해서 반갑다는 문안의 전화 시인이 무슨 출세인가 반문했지만 행복도 해라 시인을 아끼는 옛날의 친구가 있으니 시인이 된 것은 40년도 넘은데 얼마나 망설이다 이제야 전화를 했을까? 남자들 모임이 있으니 서로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더니 대답을 하지 않는다 둘이만 만나자고 했더라면 혹 허락했을까? 하기사 이제는 다 늙어빠진 두 늙은이가 만나서 무엇 하리 희미한 기억들을 더듬어 가며 친구들의 근황을 서로 묻고 배우자와 자손들을 묻고 좋아하는 음식을 묻고 그리고 돌아가는 길을 묻고 서로 손을 흔들며 더 쓸쓸한 가슴들이 되어 헤어질 것을
길 없는 길 / 임보
강물 위에 앉았다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비상해 오르는 수천 마리 철새 떼들의 일사분란 그들은 길 없는 허공 길을 평화롭게 날아 그들의 고향에 이른다
바다 속을 헤엄쳐 가는 수만 마리의 어군들 어떠한 암초와 수초에도 걸리지 않고 수만 리 길 없는 물길을 거슬러 그들의 모천에 닿는다
그러나 이 지상에 수천만의 길을 만들어 놓고도 제 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해 좌충우돌 피를 흘리며 주저앉는 사람들 그들은 고향도 모천도 못 찾고 허둥댄다
길이 없으면 세상이 다 길인데 길을 만들어 일만의 길을 다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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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고 불경스러운 일입니다만 시인님의 위 시를
읽으며 저의 자작시를 덧붙입니다
초정리에서 57 - 내용증명
모처럼 날아온 편지 한 통. 갈까말까 망설이다 과감히 통과한 아슬한 순간의 신호위반 내용증명. 범칙금 60,000원+벌점 15점. 돈도 돈이지만 우길 일 없어진 것에 대한 화가 나다
빈틈없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다
이럴 땐 네팔王國이나 티벳으로 아직도 수신호를 하는 나라로 몰래카메라 없는 나라로 망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