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덕산.
물론 상주 곶감도 유명하고 함양, 악양 대봉 곶감도 있다.
하지만 난 왠지 덕산 곶감이 더 좋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곶감이 생각난다.
아직 곶감이 나오기엔 조금 이른 철이지만
그래도 단풍구경하러 지리산 산청에 가면,
중산리 못미쳐 덕산이 나온다.
행정구역상으론,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산리이다.
덕산에 이르면 집집마다 담을 넘는 감나무엔 감이 주렁주렁,
처마끝엔 말리고 있는 곶감이 또 주렁주렁.
주인장을 찾아 곶감을 말하면,
냉장고에서 얼음이 차악 깔린 몰랑몰랑한 반건시를 내어준다.
곶감은 역시 반건시가 최고다.
입에 넣으면 새악시 젖가슴처럼 말랑말랑한게 탐스럽기 그지없다.
곶감을 볼 때마다 참 신비롭다.
곶감은 떫은 감으로 만든다.
아직 덜 익은 떫은 감을 깎아 주렁주렁 매달아서 건조시킨다.
보름쯤 지나 반쯤 건조해져 말랑말랑한 것을 반건시라 하고,
한달쯤 지나 완전 건조해져서 딱딱해진 것을 건시라고 한다.
신기한 것은 떫은 감이 곶감이 되면 달디단 감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지리산에는 고동시가 많다.
원래는 고둥이란 말에서 유래했단다.
감의 모양이 꼭 고둥같아서 고둥시라 불렸던 것이 점차 고동시라고 이름되어졌다는데,
여기서 시(枾)라고 하는 것은 물론 감나무를 뜻한다.
고동시는 감 중에서도 유독 떫은 감이다.
너무 떫어서 그상태로는 도무지 먹을 수 없는 감이 고동시다.
그런데 이것을 껍질을 깎아서 줄에 매달아 처마끝에 달아서 한달 정도 말리면,
그 마르는 과정에서 점점 숙성되어 단맛이 배기게 된다.
그래서 고동시로 만든 곶감은 어느 곶감보다 당도가 높아서 인기가 최고다.
특히 지리산, 지리산의 함양, 산청, 하동 등지에는 고동시로 만든 곶감이 유명하다.
덕산은 산청군에 속한다는 건 다 아실테고.
고동시를 보면서 영감을 받는다.
영적으로도 그렇다.
가장 떫은 사람이 은혜를 받으면 가장 단 사람이 된다.
사도바울이 그랬듯,
가장 악하고 교만하고 문제투성이였던 바울이
예수를 믿고 은혜를 받으면 아주 달디단 바울이 된다.
성(性)적으로 아주 문란했던 사람이 은혜받으면 성(性)적인 부분에서 곶감이 되고,
물질적인 면에서 아주 떫었던 사람이 은혜받으면 물질적인 면에서 곶감이 된다.
곶감의 비밀이다.
고동시가 곶감이 되는, 물리적인 변화 뿐아니라 화학적인 변화,
갈수록 익어가는, 가만 두면 그대로 더욱 숙성되어지는 곶감처럼,
말씀과의 관계에 깊이 들어가면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무르익어져간다.
곶감의 계절이다.
곶감을 사러 덕산에 가고싶다.
이건 순전히 핑계다.
가만 앉아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는게 훨씬 빠르고 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몰고 굳이 덕산까지 가 보고 싶다.
산청군 시천면 덕산리..
오늘처럼 갑자기 찬바람이 완연해질 때면
덕산, 그 촌구석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감, 누우런 감들이 자꾸만 삼삼인다.
쌀쌀한 밤, 화롯불 앞에 앉아서 몰랑몰랑한 곶감 질근질근 씹고 싶은
긴소매가 생각나는 가을아침이다.
첫댓글 우연히 인터넷 검색하다가 발견한 글입니다.
지난 수행마치고 돌아올 때 자운선가에서 딸 아이가 덕산 반건시라면서 맛있다고 나에게 전해 주었는데,
그 곶감에 얽힌 아름다운 글이 있어 올려봅니다.
아무쪼록 관념 청산하여 은혜받는 사람이 되어야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곳감에 이런 깊은 의미가 있었네요.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거치는 곳감처럼
180도 반전되는 그 길을
굳굳이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곳감이 먹고싶어 집니다.
내 본성을 믿고 참 수행을 믿고 떫은 관념을 다 버리면 달디단 내 본성이 되어 지는것 같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가장 떫은 사람이 은혜를 받으면 가장 단 사람이 된다. 사도바울이 그랬듯 ...
신약을 쓴 사람이 바울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지만, 이 부분에서 마음이 쓰리고 눈물이 납니다. 자운선가를 만난 뒤 저에게도 볕들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