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불에 가마솥밥…"전원이 좋다"
심코호수 인근 커크필드 거주 한인부부
42만 불에 118에이커 땅 사들여
장작불로 밥 짓고 채소 등 가꿔
시골체험 수련장 7월 개장 예정

심코호수 인근 커크필드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최태수(왼쪽)·최기옥씨 부부.
우편공사(Canada Post)에서 25년 간 함께 근무하고 은퇴한 후 전원생활을 만끽하는 한인 부부가 있다.
주인공은 최태수(71)·최기옥(70)씨 부부다.
최씨 부부는 1989년 딸 셋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왔다. 한국에서는 기계부품 만드는 공장을 운영했다. 자녀교육 등을 고려해 처음 토론토 노스욕(영/셰퍼드)에 정착했다.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남편 최씨는 편의점 알바 등을 하며 다섯 식구 생계를 꾸렸다. 부인도 샌드위치가게 등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보탰다.
그러다 편의점 손님으로 찾아온 우체국 직원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평소 부지런한 모습을 눈여겨 봤다며 우편공사 근무를 권유한 것.
덜컥 우편공사에 입사한 최씨 부부는 공무원으로서 만족하며 살았다.
부인 최기옥씨는 “둘이 합쳐 연봉이 12만 달러였다. 2015년 65세로 은퇴하기까지 25년을 근무했다”며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은혜가 너무 많아 은퇴 후 베푸는 삶을 살자고 남편과 다짐했다”고 말했다.
평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꿔왔던 최씨 부부는 5년 전부터 주말마다 전원생활 장소를 물색했다. 토론토 북쪽 심코호수 인근의 커크필드(Kirkfield) 지역에 나온 매물을 42만5천 달러(118에이커·14만4천평)에 계약했다.

최기옥씨가 밥을 짓기 위해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있다.
최씨 부부는 “10년 전 한국 방문 때 김진홍 목사가 설립한 두레마을을 갔는데 자연생활이 너무 좋았다”며 “캐나다서 한국 시골을 느낄 수 있는 농장을 만들고 싶었는데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최씨 부부의 전원생활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함께 도우며 살자는 의미로 ‘우리 농장’이란 한글이름을 지어 입구에 달았다. 황무지에 가까운 땅을 딸·사위들과 함께 터를 닦고 건물을 올렸다. 2천 달러를 들여 한국에 주문한 가마솥을 설치하니 시골 분위기가 완성됐다.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가마솥에 밥과 누룽지, 청국장 등을 해먹는다.
지금은 주말마다 손님으로 붐빈다. 지인을 통해 입소문이 퍼져서다. 1인당 10달러를 내면 푸짐한 한끼와 함께 농장 체험을 할 수 있다. 깻잎·상추·부추·쑥·고추·무·호박·방울토마토·미나리·아스파라거스·오이 등 유기농 채소를 키워 반찬으로 만든다. 반찬이 너무 맛있다며 돈을 내고 사가는 한인들도 있다.

아이들 놀이터와 산책길도 조성돼 있다. 잉어·미꾸라지·자라 등이 사는 작은 연못도 있다.
최태수씨는 “한인들이 시골체험을 하며 숙박도 가능한 수련장을 7월께 개장한다. 그 때 오시면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기옥씨는 "저는 예전부터 시력이 안 좋고 관절염이 심했는데 지금은 안경도 벗고 관절도 좋아져 너무 가뿐하다"며 "유기농 한국 반찬과 함께 고향의 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