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양양교육청은 지난 달 25일 ‘속초관내 교육경쟁력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가칭)교육발전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엔 속초시장, 속초시의회의장, 교육장, 학원연합회장, 중고등학교장, 학교운영위원장, 총동창회장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회의의 관심사는 속초관내 중학생들이 타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일이 해마다 늘고, 우수인재들이 다른 지역으로 많이 빠져 나가 교육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우려가 크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3월 31일자 설악신문에 소개된 회의 참가자들의 주요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문직종 자녀들의 외지 유출이 심각하다. 학원에도 인재 유출의 원인이 있다. 학교별로 성적 상위 3%(전교 10등 정도)이내에 드는 학생이 지역내 고등학교에 진학할 경우, 3년 동안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관내 4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우수학생 외지유출을 막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주자. 교육경비조례의 기본 취지가 시설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력 신장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 있으므로 학습능력 제고사업에 집중하고, 시설엔 일부만 지원할 계획이다.’ 등. 지적한 대로 전문직종 자녀들이 외지로 많이 나가는 게 사실이다. 의사, 법조인, 교수, 교사 등의 자녀가 주로 외지의 고등학교로 나간다. 그런데 그들에게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게 얼마만큼의 유인책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고등학교 수업료, 학교운영비 합해서 한 해 120만원이 든다. 3년이면 360만원 정도인데, 외지로 내보내는 학부모들은 우리 지역에서 그런대로 잘 사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게 360만원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푼돈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마음먹고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 온 사람들에게 이런 정도의 혜택은 매력적인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 그럼,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태백시처럼, 매년 30명씩 우수 학생을 선발해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보내고 성적 향상에 힘쓴 중·고교 교사 12명을 뽑아 유럽 연수라도 보내주어야 하나? 학기 중에 6개월씩 또는 방학을 이용해서 호주, 캐나다 아니면 필리핀에라도 이미 어학연수를 다녀 온 아이들한테 말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분들의 자녀는 어느 고등학교로 진학했는지 묻고 싶다. 학벌로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우리 현실에서, 중학생들의 외지유출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닐 게다. 누구나 일류대를 꿈꾸는 이 마당에 학부모와 학생이 자신들의 수준과 욕구대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현상에 대해 이런 처방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괜한 헛수고다. 지방세가 무엇인가? 속초시민 모두한테서 걷은 돈이다. 교육경비에 보조하기로 했다면, 속초시민 모두의 자녀를 위해 귀하게 쓰여야 한다. 그러니 그 아까운 돈을 일부 특수학생을 위한 엉뚱한 사업에 헛되이 쓰지 말라! 속초시는 지방세수의 5%인 13억을 교육경비로 세웠는데, 일선 학교에서 34억원의 요청이 들어왔고, 이중 94%가 시설투자비 요청이었다고 한다. 왜 이렇게 각급 학교에서 시설투자에 많은 요청을 했는지 한 번쯤 학교 시설들을 돌아보기 바란다. 냉난방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찜통교실에서 여름을 나고, 한겨울엔 두꺼운 외투를 입고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아는가? 그나마 냉난방기가 있어도 전기료 아낀다고 제대로 가동하는 날이 손꼽아 며칠이다. 좁아터진 급식소 탓에 점심 급식하자고 40분 이상을 기다렸다가 겨우 밥 먹고 나면, 곧바로 5교시를 맞아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운동부에 밀려 운동장이며 체육관을 저들 마음대로 쓸 수도 없는데, 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학생용 휴게실 하나 없는 공간에서 살고 있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이런 외지유출은 생각이나 해 본 적이 있는가? 속초 지역의 학생들이 관내 고교정원에 밀려 고성이나 양양지역 학교에 가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비싼 버스비를 내고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상황. 이런 외지유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왜, 그냥 두어도 뭐든 알아서 잘 하는 일부 상위권 학생에만 관심을 두는가? 관심의 대상을 저소득층 자녀, 그리고 앞으로 속초에서 살아갈 보통의 평범한 아이들한테로 돌려야 한다. 교육경비 보조금은 학생들이 속초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사업에, 그리고 모든 학생들을 위해 두루 쓰여야만 한다. 속초시는 일선 학교의 시설 투자 요청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속초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안’이 가결(07년 6월 1일)되었을 때, 학교급식 무상제공,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배치, 숲이 있는 자연학교, 청소년을 위한 문화복지회관 건립, 교복 무상공급 등은 어떠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제안하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 지역의 학부모들이 지켜보고 있다. 교육경비보조금 집행계획, 여론 수렴부터 제대로 하고, 그 방향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