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 되었군요.
깨비 님이 저 세상으로 간 지가, 참 빠릅니다.
유족의 요청에 따라 시하늘시집발간준비위원회가 엮었습니다.
고인이 써 놓은 시를 모아 유고집으로
시집『들풀의 목소리』, 시조집『노을빛 그리움』(그루, 2011)을 엮었습니다.
고인이 시 세상에서 절규하듯 외친 노래인 만큼
함께 모여 고인을 추모하며 시 낭송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일시 : 2011년 9월 1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 수성구 수성유원지, 레스토랑 '케냐'
-회비 : 없음. 식사와 음료는 직접 구매하셔야 합니다.
-제공 : 2011 시하늘 가을호, 유고시집 2권
*연락처 : 가우 010-3818-9604
늙은 시인의 가을은
-백형석
하늘을 베껴 쓰다 절필한 늙은 시인
외출한 점을 불러 골골이 성을 쌓네
명치끝
숨은 강 위에
울며 읽는 연서로
너와의 싸움에서 백기를 들 때까지
이마에 솟는 피로 청춘을 쓰다 보면
지나온
발자국까지
가을빛이 되는가
토하는 선혈보다 객기가 눈부시다
내 너와 어우러져 어깨로 취할 것을
산 하나
옮겨 논 뜰엔
온종일 술이 익네
울어도 눈물 없는 가을의 시인처럼
안으로 울고 있는 가을의 여인처럼
겉으로
늙어 가는가
목이 쉬는 하늘아
짝사랑
-백형석
선 채로 굳어 버린
발이 닿지 못하여
바라만 보고 싶은 사랑이라 여기소서
가다가 날려 버린
마음이 가벼워서
빗속을 걷고 있는 사랑이라 여기소서
허공 중에 피고 지다
재가 된 그리움은
죽어도 살고 싶은 사랑이라 여기소서
바람은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다
-백형석
바람 같은 인생
바람같이 살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바람의 정점에서
바람의 향기를 느끼기까진
바람의 시간들이
바람처럼 흘러간 뒤였고
바람을 삼킨 하늘엔
바람만 한 구름이 웃고 있다
바람은 또다시 일 것이라며
늪
-백형석
맨몸으로 꽃을 피웁니다
맨몸으로 꽃을 지웁니다
맨몸으로 열매를 키웁니다
맨몸인 채로 길을 갑니다
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굴렁쇠 삼아
시간이 잠든 사이
맨몸으로 시작한 오늘을
내일처럼 가고 있습니다
귀의
-백형석
이제 가야 합니다
수만 갈래로 남겨진 길들을 버리려
우리가 남긴 길에 나를 맞추고
또 그 길이 조금은 맞을지라도
설령
되돌아갈 길이 있을 것 같아 보여
그 길로 가야 한다면
우리는 손을 놓듯
가야 합니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라는 테두리 안에서
얼마나 많은 방황과 갈등을 하였던가요
길의 모양새에 따라
길이 갈리고
또 합쳐지고
때로는 등을 밀며 끌며
지나온 혼돈의 시간들
그 수많은 길들을 과감히 버리려
이제 가십시다
해가 뜨는 언덕을
바라보는 붉은 눈들이
그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듯
나를 버리는 것 또한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길을 바라보는
어린 눈들을 볼 수 없는
그런 날이 오고 있지는 않나 하는 조바심에서
스스로 벗어날 때가 된 것을 알아야 하듯
우리를 존중하기에
봄비
-백형석
적막을 가로질러 온
봉인된 언어가
한숨보다 무거운
수선된 시간을 지나며
엄마의 젖가슴 같은
정분을 쌓을 때
빗줄기 속을 헤매는
구겨진 얼굴 하나
저격된 바람처럼
안으로
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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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생
-백형석
대보름 달불밝혀 비녀꽂아 새집짖고
이월에 바람올려 머리위로 두손빌다
춘삼월 꺽인목숨 네손가락 받쳐드네
불혹도 서러운데 자식농사 헛농사라
쉰목에 봇짐싸고 줏은영감 따라가서
회갑이 서럽도록 호의호식 누렸느뇨
깨어진 칠순들녘 어깨마저 시렵구나
팔자가 사납기로 하늘이야 없겠냐만
구곡에 못지은집 극낙왕생 하옵소서
독수공방
-백형석
군불로 데운 구들
하마 벌써 식었는가
솜이불 원앙침도
시린 어깨 못 데우네
데워도 데워지지 않는
동지섣달 독수공방
긴긴밤 동지섣달
문풍지 슬피 울매
귀 세워 뒤척이다
타 버린 검댕 가슴
임인가 등불 밝히고
옷고름 여미었소
주안상 차려 놓고
기다린 임이어라
오실 임 기척 소리
사립문 지났을꼬
반가워 미는 봉창문
무심한 달 그림자
밤의 노래
-백형석
달빛도 무거워라
길섶에 풀어 앉아
별들이 타종하는
풍경 소리 듣는다
고요에
구르다 걸린
길 잃은 바람 소리
춤추는 안개 길에
술래 잡힌 달 그림자
풀섶에 도란도란
별 소리 주워다가
살얼음
옹달샘 위에
연서를 쓰고 있다
흰머리
-백형석
새치가 아니라며 빈 하늘 가리키는
너 보기 부끄러운 희미한 유통 기한
까맣게 물들이기로 세월이 비켜 갈까
안경을 쓰고 봐도 흐릿한 글자들은
벗어도 쓴 것인 양 하늘이 노랗구나
지천명 끝자락 잡고 날숨으로 쉬는 게
별들이 빚어 놓은 혼줄을 부여잡고
하 많은 가락 속을 유영하는 허물이여
퉁기는 삶의 굴레가 한숨처럼 꺼진다
어머니 2
-백형석
더 높은 하늘이라
구름도 비켜가지
더 깊은 물속이라
물결도 맴을 돌지
열 목숨
베어낸 자리
응고되는 핏방울
동이로 피를 쏟아
피워 낸 꽃이라며
뭇 벌레 비바람을
몸으로 막아내는
그을린
주름마다에
투사되는 한이여
석별
-백형석
너 앞에
부끄러운
나신으로 살기보단
나 없는
너를 위해
맨몸으로 떠나마
찢어진
가슴 가슴에
한이 되든 몫이 되든
이력서
-백형석
입김이 녹인 세월
정이야 있건 없건
피멍 든 가슴속을
백발이 찢건 말건
황혼에
부서진 사랑쯤은
길 떠난 되돌이표
수취거절
-백형석
터지고
헤진 속살
한 땀 한 땀 기워 가며
탈고한
반성문을
등기로 부쳤는데
끼워 준
이력서까지
수신인 수취 거절
그리움
-백형석
얼마나 더 비워야
소리 낼 수 있을까
그 품 찬 속가슴을
무시로 두들겨도
되새겨
울지 못하고
토해 내는 새김질
긴긴밤 너를 잡고
울었던 기억쯤은
혼줄로 엮은 살에
더께져 붙혀 놓고
열풍이
쓸고 간 빈방
구들목에 각인된
첫댓글 회원님, 시하늘이 일시적으로 해킹을 당해 시 낭송회에 댓글 다신 것이 사라졌습니다. 다시 올렸으니 댓글 다시기 바랍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울 가는 날 낭송회가 있습니다 첨석해서 낭송도 하고 뵙고싶은 분들도 보고오면 좋으련만 아쉽습니다 .
고인을 추모하는 유고시집이라 그런지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시하늘시집 발간위원회가 참 큰일을 하셨군요
그날 반갑게 인사 드리겠습니다
<귀의>, <석별> 두 시조가 목에 가시처럼 걸려, 확 뚤고 싶은데 더 목청을 여미는 시조라 안타깝습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사 주시던 다금바리!, 무엇이 그리 급하던가요. 저는 느리게 느리게 살고싶은데....
참석하여 자리를 함께 할랍니다
시조향에 남기신 16쪽의 글자취를 따라 함께 자리합니다
시사랑,주사랑,인사랑 출발 할것입니다.
안개비 도경님이랑 함께 자리 하겠습니다^^
아~ 짠하네요...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월초라 참석은 못하고 대전에서 그날 밤은 술 한잔 해야 겠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한 사람' 중에서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오랫만입니다.
마음은 늘 함께라는 것 기억합니다.
주소 알려주시면 시집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예 늘 함께 합니다. 고맙습니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1506 대광빌딩 8층 하정철
대전에서 대구는 이제 30분대 인데 왜 그리 무정 하나이까?
하모님 없는 빈자리가 왜 이리 큰지.송별식 한잔 하러 오이소.
늘 기다리겠습니다.
꼭 갈게요 길손님..
송별식 하면 못가기 땜시 안하고 왔소이다
짜잔~ 하면서 불시에 가리다
회원가입 후, 시낭송회에 처음 가 볼 생각입니다.
시한부 삼십대를 지내며 살과 고집만 늘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소심해집니다.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오시면 정말 좋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