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제45회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 극단 전망의 김나영 작 심영민 연출의 내 웨딩케이크는 누가 먹어버렸나
대학로 드림씨어터에서 극단 전망의 김나영 작 심영민 연출의 내 웨딩케이크는 누가 먹어버렸나 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결혼한 중년과 노부부의 이야기다. 전근대사회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에 과거 한국을 보더라도 본인의 의사와 관련없이 미신적인 요소 및 집안간의 성향을 맞춰 결혼했으며 권력층의 경우 정략적인 목적에서 강제로 결혼시키는 사례도 흔했다. 괜히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이 나왔던 게 아니다.
한국의 경우, 20세기에 들어서도 이러한 관념이 지배적이어서 2010년대 기준으로 중년층의 경우는 의외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한 케이스가 많았다고 할 수도 있다. 설령 집안끼리 결혼시키는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이 시기 중년층은 청년층 시절에 결혼을 못하면 사람구실 못하는 거다, 사람은 무조건 아이를 낳고 대를 이어야 한다라는 세뇌에 가까운 집단주의 사고가 깊게 심어져 있었기 때문에 연애결혼을 할 대상을 못찾으면 그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결혼하고 자식을 낳으려고 애를 썼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이 나오지 못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 또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데, 따라서 대중들도 전근대적인 인습의 결혼하는 풍조와 점점 멀어져 결혼과 결혼생활이 힘들어지고 있는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저조한 혼인과 출산 건수가 겹쳐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풍조가 늘어나 낮은 결혼률을 만드는데 한 몫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회적 관습이 결혼이라는 인위적 제도를 보편적 질서인 것마냥 착각하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고민 없이 남들 따라서 결혼하려고 하지 말고,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될 경우에만 결혼하는 것이 어떠하랴.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으면서 뒤에서 아내, 남편 대상으로 욕하고 혐오하는 것도 꽤나 불행한 인생, 혹은 추한 모습이다. 상대가 정말 잘못한 거라면 좀 얘기가 다르겠지만. 현대사회에서 결혼은 자기가 선택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극작가 김나영(1973~)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출신으로 희곡작가협회 부이사장, 극작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한 미녀다. 문화일보 신춘문예 <대역배우> 당선 (’98), (사)한국희곡작가협회 신인문학상 <오! 발칙한 앨리스> 선정 (’02), 제 1회 대전 창작희곡 공모 <밥> 당선 (우수상) (’09),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공모 선정 <당신은 아들을 모른다> (’20),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공모 선정 <달팽이여자> (‘22) 등이 선정되었고, 대표작으로는 <대역배우> <오! 발칙한 앨리스> <秋波를 던지다> <창작뮤지컬 파우스트> <소풍> <성교육뮤지컬 엄마는 안 가르쳐 줘!> <성순표씨 일내겄네> <매리지 블루> <여보, 비온다> <밥> <레드 카펫> <탱고 오 나다> <우찌니카에루> <꽃물 퍼질 때 당신 얼굴> <합창뮤지컬 오! 솔레미 오!> <화진포> <소풍혈전> <우연히, 눈> <당신은 아들을 모른다> 등이 있다. 단행본으로는 <밥> (한국 희곡 명작선 16, 평민사, 2019)<소풍혈전> (한국 희곡 명작선 80, 평민사, 2021) 그리고 새 희곡집 <당신은 아들을 모른다 2023.>를 출간했다.
심영민은 극단 전망의 대표이자 배우 겸 연출이다. 인천시립극단을 비롯해 많는 작품에 출연하고 연출을 한 발전적인 장래가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
내 웨딩케이크는 누가 먹어버렸나는 중년부부와 노부부가 공원에서 각기 차례로 소풍을 와서 벌이는 이야기다. 천정에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달아놓았고, 무대 바닥에는 녹색의 폭이 좁고 긴 카펫을 세로로 깔고 배경에는 카펫 넓이의 판을 세워놓았다. 탁자와 의자가 준비되고, 비닐 돗자리와 도시락 바구니가 소품으로 사용된다.
중년부부는 다정하게 함께 등장해 대화를 벌리지만 30여년을 살다가 3년전 이혼을 한 사이라는 설정이고, 부인이 화가였기에 결혼생활로 해서 그림그리기를 포기한 상태가 되자 남편이 아내의 재주가 안타까워 아내를 위해 이혼을 결심하고 화업을 계속하기를 바란다. 이혼 후에도 자주 만나 정다운 모습을 유지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두사람의 사랑은 자신들도 모르게 사라져 간다는서글픈 내용이다.
노부부는 결혼생활이 40여년을 지난 것으로 설정이 되고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30여년만에 처음으로 다정하게 소풍을 나와 음식을 들며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부인이 30여년을 감춰온 비밀을 남편에게 고백한다. 다른 남자와의 이야기다. 남편은 당연히 화를 버럭 내고 고함까지 지른다. 부인은 참아가며 남편을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런데 남편이 의처증을 일으킬만큼 언짢은 내용이 아니라 아름답고 깨끗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주경과 김윤태가 중년부부로 출연해 호연을 벌인다. 김윤태는 극의 내용처럼 실제로 좋은 인상을 지닌 배우이기에 화가인 아내로 출연한 조주경과 대비되어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성공적인 공연이 되었다. 노부부 역의 김종칠과 성경선은 경륜과 기량이 넘치는 연기로 시종일관 관객을 공연에 몰입시키며 역시 공연을 성공작으로 이끌어 갈채를 받는다.
기획 강영호, 무대디자인 장 호, 조명디자인 김민재, 음악 김철환, 영상제작 강영호, 조연출 주찬규, 홍보 조주현, 진행 김덕연 등 스텝진의 기량도 하나가 되어 극단 전망의 김나영 작 심영민 연출의 내 웨딩케이크는 누가 먹어버렸나를 관객의 가슴에 아로 새겨질 한편의 아름다운 연극으로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