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과 그의 가족이 세겜에 머무는 동안 수치스러운 일이 발생합니다. 야곱과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디나(Dinah)가 히위(Hivite) 족속에 속한 하몰(Hamor)의 아들인 세겜(Shechem)에게 강간당하는 수치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1절, 2절). 세겜은 그 땅의 추장인데, 디나가 세겜 지역의 여자들을 보러 나갔다가 디나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억지로 강간한 것입니다. 디나가 그 지역의 여자들을 보러 나갔다는 것은 그 지역의 여자들이 풍습이나 행색, 그들의 생활 습관 등을 보러 나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나가서 살필 수는 있지만, 하나님의 백성만의 정체성을 흩트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는 평가를 하는 성경학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야곱과 그 가족들에게 이 사건은 매우 심각한 사건이었고, 하나의 위기이기도 했습니다. 자기의 딸, 자기의 누이동생이 강간당했다는 것은 야곱과 그의 가족들을 매우 우습게 여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야곱은 이 소식을 듣고 일단 그 일을 공공연히 떠들지 않고 침묵했습니다(5절). 야곱의 아들들은 가축을 치기 위해 들에 나가 있었기에 아들들이 돌아오기 전에 불필요한 잡음이 일어나지 않게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야곱이 하나님께 먼저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어려운 위기에 맞닥뜨렸는데, 하나님께 기도하였다면 하나님께서 그 길을 열어가 주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야곱의 아들들이 들에서 이미 디나가 강간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는데(7절), 세겜과 세겜의 아버지 하몰은 야곱과 야곱의 아들들에게 찾아와 야곱의 딸 디나를 세겜의 아내로 달라고 요청합니다(8절). 아마 세겜은 디나를 많이 사랑하게 되었나 봅니다. 3절과 4절, 8절 등을 보면 세겜이 디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겜의 사랑은 비뚤어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면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세겜의 아버지 하몰은 야곱과 야곱의 아들들에게 매우 달콤한 제안을 합니다. 디나를 세겜의 아내로 주면, 야곱과 야곱의 가족들이 세겜 땅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면서 기업을 이루도록 할 것이며, 야곱의 가문과 세겜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서로 결혼도 하면서 한 민족처럼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란 제안입니다(8절~10절). 세겜도 야곱과 야곱의 아들들에게 디나만 아내로 맞이하게 해준다면 어떤 혼수나 예물이든 다 주겠다고 말합니다(11절, 12절). 디나를 아내로 맞기 위해 세겜은 온 맘이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하몰과 세겜의 모습을 본 야곱의 아들들은 속임수를 써서 할례받지 않은 자들에게는 디나를 아내로 줄 수 없으니, 만약 세겜에 속한 모든 남자들이 할례를 받는다면 서로 통혼(通婚)도 하고, 한 민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13절~17절). 사실 이러한 말은 실제로 그들과 혼인관계를 맺고 한 민족이 되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들이 할례를 받게 하여, 그들이 고통받는 기간에 그들을 치기 위함 속셈이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사실 야곱과 그의 가족은 다시 세겜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야곱과 야곱의 가족들이 세겜에 계속 머물게 하시려고 하지 않으셨기에 이러한 상황을 통해 세겜을 떠나게 하신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우리 삶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수치를 당하는 때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께 먼저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행하시길 원하시는지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