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갓겜만 하는 Highsis입니다.
제가 이 게시판에서 소개한 RPG 중 가장 동접자가 낮았던 게임이 Ember였는데, 그때 150명 정도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갓겜 Heads Will Roll은 나온 지 1년 반 된 따끈한 신작인데, 오늘 동접자 최대 64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갓겜이 왜 안 알려졌는지 의문입니다.
영어 게임이지만 대사가 많지 않고 전투 위주라 메뉴만 읽을 줄 알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하드코어 로그라이크 중세 RPG입니다. 쉬운 난이도도 있지만, 이 게임의 핵심 재미는 **로그라이크 모드(HWR 난이도)**에서 나옵니다. 그냥 스토리 따라가는 게임이 아니라, 정말 시궁창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게 핵심입니다.
게임오버 될 때마다 캐릭터 포인트를 줘서 점점 쉬워지는데, 저는 너무 맛들려서 그거 전혀 안 쓰고 랜덤 스탯으로만 도전 중입니다. 벌써 50시간 넘게 했는데 초반도 못 넘겼지만 몰입감이 정말 강합니다.
검을 잡을지도 모르는 무지렁이 농부로 징집되어 백년전쟁에 나가 살아남아보세요.
Age of Decadence 이후로 거의 10년 만에 이렇게 생존에 몰입하게 만든 RPG는 처음입니다. 명예도 친구도 양심도 포기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겁니다.
저는 원래 꿈이 있었습니다.
백년전쟁에 나가 기사도 정신을 높이 세우고, 아름다운 레이디에게 구애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영웅이 되어 서사시에 기록되는 위대한 기사가 되는 꿈이요.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가장 최근에 플레이한 내용:
시작하자마자 동료들과 작당해 허술한 아군 무기고를 습격하고, 경비병을 기절시키고 무기를 탈취해 무장했습니다.
사기 주사위를 사서 도박판에서 돈을 땄고, 사람을 믿지 않는 대장장이를 안심시키는 척하다가 물에 약을 타 기절시키고 대장간을 싹 털어 상점에 팔았습니다.
굶주린 마을에 가서는 마을 사람들을 구타해 보급품을 빼앗았습니다.
동료가 위험에 처했지만 굳이 도와주지 않고 다른 동료의 등 뒤에 숨었습니다.
공을 가로채 승진했고, 야바위로 급료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농민을 약탈하러 갔는데, 다른 용병단이 제 몫을 가로채고 부하들 앞에서 모욕했습니다. 화가 나서 용병대장에게 1:1 도전했다가 그대로 뚜껑이 따였습니다.
그 전에는 완전히 반대 스타일로 플레이해 봤습니다.
캐릭터 이름을 ‘조운’으로 하고 양손 창술가로 키우며, 불명예스러운 일은 하지 않고 약자를 보호하며 전투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군 초소에서 뇌물을 받은 병사들이 적군 보급품을 그냥 눈감아 주는 걸 보고 항의했다가, 동료들에게 다굴을 당했습니다.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나중에 아군 지원군이 도착하자 오히려 그 배신자들이 **"저놈이 배신자다"**라고 거짓 증언을 했습니다.
결국 저를 신뢰하지 않은 백작이 재판에서 제가 배신자라고 잘못 판단했고, 억울하게 자살 특공대로 성벽을 오르다 포위당해 죽었습니다.
참고로 백작과 관계를 잘 쌓으면 재판에서 이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선택과 변수가 많아 정말 재미있습니다.
시스템 & 전투
무기는 한손/양손으로 검, 창, 메이스, 도끼까지 총 8종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손검이라도 바스타드 소드 같은 경우 양손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무기마다 특수 능력이 있어 전투 스타일이 많이 달라집니다.
아이템 종류별로 차별화된 것이 아니라, 비싼 고급 무기일수록 고유한 특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사가 쓰는 고급 무기 "기사의 희망" 검은 쿠데그라스 피니시로 적의 목을 날릴 때마다 성공하면 신앙심이 오르고 피로도가 줄어들지만, 실패하면 신앙심이 깎이는 특성이 있어 마무리할 때 고민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석궁과 투척 나이프도 사용할 수 있으며, 재료 조합으로 무기나 아이템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갑옷을 조합해 하이브리드 갑옷을 만들거나, 무기에 독을 바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게임은 절망적이라기보다,
"현실적이다", "조금만 하면 될 것 같다", "아 아깝다", "거기서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들게 만드는 난이도입니다.
현재 동접자 64명이니까 여러분이 오면 65명입니다.
지금 스팀에서 55% 할인 중(본편 7천 원)이니 DLC 빼고 찍먹해 보시고, 맛있으면 추가 구매를 추천합니다. 전 그냥 풀 DLC 추천드립니다.
이런 게임 좋아하신다면 그냥 갓겜입니다.
Age of Decadence에서 네러티브를 빼고 전투에 집중한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제 취향에는 완벽하게 맞았습니다.
아, 그리고 성인 컨텐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존에 집중하느라 아직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역시 하드코어 게임은 러시아와 독일이 제일 잘 만듭니다.
첫댓글 오... 에이지 오브 데카당스를 정말 재밌게 해서 끌리긴 하는데, 전투집중이라고 하시니 던전 랫츠 같기도 해서 약간 고민 되네요. 싸니까 일단 사고 생각해봐야겠네요(..)
아니 왜 갓겜인가요; 어제 약속 때 빼고 하루종일 했네요.
인디게임이다보니 인터페이스적인 면에서 번거로운 면도 많고, 요즘 게임 같지 않는 느낌도 많긴 하지만 게임 컨셉이 마음에 듭니다. 바그루스처럼 비운의 갓겜이 될 예정...
@통장 공감합니다. UI나 단축키는 정말 최악이지만 전투 보면 진짜 이외로 깊어서 하드코어하게 도전하는 맛이 있더라고요. 바그루스는 뭔가요 한번 체크해봐야겠네요.
심지어 여태 제가 한 캐릭 중 가장 오래 살아남은 건 레벨0 HWR때 50포인트 가지고 시작한 첫 캐릭이었습니다 ㅋㅋ
@Highsis 와... 이거 진짜 재밌네요. 원래 휴가 쓰고 여행이나 가볼까 했는데, 이거 하느라 시간이 다 갔습니다.(..)
저는 좀 힘든 게임을 좋아하긴 해도, 힘든 고비를 넘기면서 왕귀하는 느낌을 좋아하다보니 받는 포인트를 전부 다 쓰고 진행하고 있는데요, 전투도 전투지만 이후 스토리들의 선택지들이 정말 하나하나 극적으로 갈립니다.
이제야 무난한 엔딩을 하나 봤는데, 수십번은 더 플레이해야겠네요.
에오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인데, 에오데가 능력이 있긴 해도 평범한 프라이토르(?) 등 인물들의 선택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건 세상이 바뀌는 격동의 시기에 인물의 인생이 휘말리는 느낌에 비슷합니다. 예전에 나온 로드 오브 아스윅이 더 디테일해진 느낌이네요. 갓겜...
아 영어가 문제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