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Drum)
1976년 미국영화
감독 : 스티브 카버
제작 : 디노 드 로렌티스
원작 : 카일 언스토트
출연 : 켄 노턴, 워렌 오츠, 이젤라 베가
야펫 코토, 팸 그리어, 피오나 루이스
존 콜리코스 , 폴라 켈리, 쉐릴 스미스
브렌다 사익스
1976년 영화 '드럼이 우리나라에 개봉된 것은 7년이나 지난 1983년 신년특선 영화로 상영을 한 것입니다. 왜 이리 지각 개봉이 되었을까요?
사실 197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서 '뿌리' 열풍이 불지 않았다면 '만딩고'나 '드럼'은 아마 개봉이 안되었을 겁니다. 12부작 미니시리즈 '뿌리'는 흑인 노예제도에 대한 적나라한 실상을 다룬 내용이었고, 실제 흑인 노예 쿤타 킨테의 후손인 알렉스 헤일리 라는 작가가 쓴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미니시리즈는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미국 흑인 노예제도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일어나는 분위기였죠. 12부작 '뿌리'는 노예제도하에서 고생하는 흑인들의 이야기였고 이후 속편이 14부작으로 제작되어 노예해방 이후 20세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프라카 쿤타 킨테 부터 7대 후손 알렉스 헤일리의 이야기까지를 담아냈죠.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마치 '뿌리' 이후 만들어진 작품처럼 인식되어 들어온 영화가 1975년 작품 '만딩고' 였는데 우리나라에서 '뿌리'의 열풍이 높았던 1980년 개봉되어 서울 단성사 극장 단관에서만 97일 상영에 36만명이 넘는 관객들 동원하는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만딩고'의 흥행에 힙입어 개봉한 영화가 마치 '만딩고 속편' 같은 느낌을 주는 '드럼' 이었습니다. 여러가지로 '만딩고'와 유사성이 많은 영화입니다. 우선 '만딩고'와 마찬가지로 흑인 노예의 처절한 삶을 담고 있다는 내용이 비슷합니다. '만딩고'가 만들어진 후 1년 뒤인 1976년에 발표되었고 주인공 흑인 역할은 전문 배우가 아닌 인기 헤비급 현역 복서 켄 노턴이 주연한 것도 동일합니다. 그리고 노출장면이 많은 성인영화라는 점도 일치하고. 물론 '만딩고' 속편은 아닙니다. 그 영화에서 켄 노턴은 비참하게 죽었기 때문에 속편이 나올 수는 없죠. 하지만 유사영화가 1년 주기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독특하지요. 감독, 주연 등은 켄 노턴을 제외하고 많이 바뀌었지만 조연 일부, 스탭진, 제작자 디노 드 로렌티스 등 많은 인물이 다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만딩고' '드럼' 모두 카일 언스토트 라는 동일 작가의 원작입니다.
흑인노예를 운영하기 위해서 좀 똑똑한 흑인이 노예들을 관리하고 길들이는 일명 '사육사' 역할을 하는데 아프리카 왕 출신이라는 탬부라는 그런 사육사였고 건장한 노예인 탬브라와 주인의 정부 마리아나(이젤라 베가)는 몰래 육체적 관계를 가졌는데 마리아나는 탬브라의 아이를 임신합니다. 흑인이 백인 여자와 관계를 갖는 건 금기시된 일이라 탬브라는 본보기로 처형되었고, 마리아나는 충실한 흑인 하녀 레이젤을 데리고 뉴올리안스로 도피하여 그곳에서 환락가를 운영하여 크게 성공합니다. 그렇게 마리아나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드럼(켄 노턴) 입니다. 드럼은 레이첼의 아이로 자라납니다.
여기까지가 오프닝의 나레이션으로 펼쳐진 내용이고 이후 건장한 청년이 된 드럼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드럼은 마리아나의 성공 덕분에 매음굴에서 백인 손님들을 시중드는 웨이터로 일하는데 드럼의 건장한 모습을 본 게이이자 악덕 부유층인 드마리니 라는 악당에 의해서 강제로 주먹싸움을 하게 되고 블레이즈(아펫 코토)라는 건장한 노예와 사투를 벌여서 간신히 승리합니다. 싸움에 패하고 드마리니에게 버려진 블레이즈를 드럼이 거두어주고 드마리니는 드럼에게 선물로 캘린더 라는 어여쁜 흑인 노예를 주는데 이게 화근이 됩니다. 드럼은 캘린더와 행복한 첫날 밤을 보내려 하는데 드마리니가 들이닥쳐 드럼을 유혹하려 하고 화들짝 놀라 이를 거부한 드럼에게 드마리니는 앙심을 먹습니다. 이로 인하여 둘의 끊을 수 없는 악연이 시작됩니다.
드럼과 블레이즈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데 드마리니가 흑인 자객들을 이끌고 와서 드럼을 죽이려 하고 드럼을 필사의 사투를 벌이고 부상을 입지만 블레이즈의 도움으로 살아나는데 이 와중에 싸움을 말리려고 한 레이첼이 사망합니다. 어머니처럼 키워준 레이첼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드럼과 블레이즈는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마침 마리아나의 매음굴에 단골로 드나들던 노예상인 해먼드(워렌 오츠)가 드럼을 탐내하자 마리아나는 드럼을 살리기 위해 그에게 블레이즈까지 끼워서 팔지만 해먼드가 캘린더는 거부하는 바람에 드럼은 사랑하는 캘린더와 슬픈 이별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해먼드의 농장으로 온 드럼은 일단 목숨을 부지합니다.
영화의 중반부 이후는 해먼드 농장에서의 내용입니다. 어느 정도는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죠. 해먼드는 노예상인이지만 다른 백인에 비해서 심한 악한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18살 난 딸 소피가 문제였습니다. 해먼드는 소피를 교육시키고자 마리아나의 추천으로 어거스타(피오나 루이스)라는 여자를 데려오지만 피오나를 길들이지 못합니다. 소피는 드럼과 블레이즈를 유혹하고 옷까지 벗어던지며 집요하게 달라붙습니다. 드럼은 강력하게 소피를 제지하지만 블레이즈는 그러지 못하고 소피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노예가 강간을 하려 했다고 일러바치겠다며 협박을 합니다. 결국 이런 소피의 행동이 큰 화근이 됩니다. 아무리 노예에게 관대한 백인이라고 하더라도 딸을 건드리는 건 용납을 못하는 것, 이로 인하여 블레이즈는 죽을 운명에 처하고 그런 와중에 해먼드와 결혼하게 된 어거스터가 축하 파티를 열자 해먼드의 손님이 찾아오고 드럼과 앙숙인 드마리니, 드럼의 친모인 마리아나 등이 모두 한자리에 모입니다. 여러 백인이 모여 파티를 여는 와중에 블레이즈가 탈출한 흑인 노예 무리를 규합하면서 영화는 처절한 엔딩을 향해 갑니다.
모든 면에서 '만딩고'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주인공 흑인이 나름 덜 악독한 주인과 잘 지내지만 결국 백인은 백인이고 노예는 노예, 어차피 비극으로 달리 수 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만딩고'보다 좀 더 등장인물이 많고 조금 덜 처절한 느낌인데 노출장면 등은 더 많습니다.
'가르시아' '와일드 번치' '돌아온 황야의 7인' 등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보인 워렌 오츠가 큰 농장을 운영하는 노예상인으로 주연급 비중이며 체격이 좋은 흑인 배우 야펫 코토가 비중있게 등장하는데 백인들 보는 앞에서 켄 노턴과 살육같은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아련합니다. '날 왜 죽이려 하는데?'라는 켄 노턴의 물음에 '널 죽이지 않으면 주인이 나를 죽일거야'라고 말하면서 처절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잔혹합니다. 오프닝과 엔딩이 애절한 흑인 연가 같은 노래로 시작과 끝을 맺는 설정도 아련한 느낌입니다.
완성도가 그닥 높은 영화는 아니지만 오락적인 재미는 있고 나름 당시 사회성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만딩고'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히트를 했습니다. 83년 당시 서울 마이너 개봉관인 '명화' '코리아' 2개 관에서 개봉했음에도 두달 가까이 상영하며 총 16만명을 상회하는 관객을 모았습니다. 좌석수가 적은 마이너 개봉관 코리아 극장에서 두달 가까운 상영과 1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은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결국 '뿌리'의 열풍으로 인하여 그닥 고가의 미국영화가 아닌 '만딩고'와 '드럼' 모두 수입사에 아주 짭짤한 돈을 벌어준 영화가 된 것입니다. 80년대 개봉 흥행작임에도 DVD출시가 되지 않아서 국내에 희귀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ps1 : 켄 노턴은 현역 복서지만 참 순둥이 같은 외모가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알리를 이겼던 명복서이죠. 해머펀치 조지 포먼에게는 2라운드에 초살 당했지만. 그는 전문복서인데 야펫 코토와의 격투장면에서 주먹대신 발차기, 집어 던지기 물어뜯기 등의 기술을 쓰는 게 독특했습니다. 오히려 야펫 코토에게 복싱을 배우지요.
ps2 : 원래 버트 케네디가 감독으로 내정되어 상당 부분을 촬영했는데 제작자 디노 느 로렌티스와의 불화로 해고되어 스티브 카버가 교체된 감독으로 들어왔고 크레딧에는 그의 이름만 감독으로 등장합니다.
ps3 : 우리나라 개봉광고를 보면 '뿌리'는 '만딩고'를 낳았고 '만딩고'는 '드럼'을 낳았다고 되어 있는데 참 당시 정보가 어두운 것을 활용한 허위 광고죠. 우리나라에 개봉만 늦게 되었을 뿐, '드럼'과 '만딩고'는 뿌리보다 먼저 만들어진 작품이죠. 소설 '뿌리'를 기준으로 한다고 해도 이 두 영화의 원작이 훨씬 빨리 발표되었습니다.
[출처] 드럼 (Drum, 76년) 만딩고에 이은 흑인 노예의 처절한 이야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