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4주간 토요일(루카21,34-36) 반영억 라파엘 신부 |
복음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깨어 있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34-3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4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35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36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늘 깨어 기도하여라」
톨스토이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를 말했습니다. 첫째,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둘째,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입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입니다. 그는 깨어 있는 삶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만남, 하는 일’이 우리 삶의 모습을 드러내 줍니다. 지금 누구와의 만남을 이루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하겠습니다.
때로는 풀어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루카21,34)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간곡히 당부하셨는데 그 말씀을 외면한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저의 마음을 꿰뚫고 계시니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음은 참으로 흔들비쭉입니다. 사실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로마7,15).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 하여라”(루카21,36) 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육체적인 것에 마음을 쓰고 육체를 따라 삽니다.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어야 하며 언제나 대낮으로 생각하고 단정하게 살아가야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살아갑니다.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들은 영적인 것에 마음을 씁니다”(로마8,5). 그러나 우리 삶의 현실은 영적인 것보다는 육적인 것이 더 매력적이고 가까이 있습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들이 번쩍이며 유난히 빛나는 빨간 십자가를 등지고 유혹합니다. 한 잔술에 몸을 맡길 수 있는 그곳에 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후회할 것입니다.
“늘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을 되새겨야 합니다. 유혹은 일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광야에서 유혹받으셨고 말씀으로 물리치셨지만, 악마는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예수님을 떠나갔습니다(루카4,13). 하물며 연약한 우리에게는 얼마나 자주 접근하겠습니까? 그러니 회개의 삶도 한 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생을 통해 죽음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 여러분은 믿음을 굳건히 하여 악마에게 대항하십시오”(1베드 5,8-9).
주님께서 오시는 그날과 시간을 모르니만큼 언제나 깨어 기도하고 잠시라도 방심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분명 방심하는 순간이 심판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늘 성령 안에서 온갖 기도와 간구를 올려 간청하십시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인내를 다하고 모든 성도들을 위하여 간구하며 깨어있으십시오”(에페6,18).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 출처: 신을 벗어라 원문보기▶ 글쓴이 : raph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