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등대

[이준황n]

런던에 있는 로열 독(Royal Dock)은 대영제국의 산실이자 출발점이었다. 이곳에서 출발한 대형 선단

이 대영제국의 동맥인 템스강을 따라 대서양으로 나간 뒤 세계를 정복했다. 대영제국은 한때 전 세계

의 ¼을 영토로 차지했으며, 세계 인구의 ¼이 대영제국의 신민이었다. 근대 양식의 등대 시스템이 기

획되고 생산되던 곳도 로열 독이었다. 제국의 모든 항구를 밝혀주던 다양한 종류의 등대는 세계의 부

를 제국으로 운반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했다.

현재 런던에 남아있는 유일한 등대는 바우강이 템스강에 합류하는 지점에 서 있는 바우크릭등대다.

1864년 당대 제일의 설계자 제임스 더글러스가 세운 바우크릭등대는 단아한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등대는 상굿도 말짱하게 유지되면서 오가는 선박의 밤길을 밝혀주고 있다. 대영제국의 황금기에는

이곳에도 여러 개의 대형 조선소와 독이 건설되어 있어 수많은 선단이 세계로 나가서 부와 영화를 가

득 싣고 돌아왔다. 바우크릭 지역은 증기기관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의 증기선이 여기서

생산되어 오대양을 누비며 제국의 황금기를 꽃피웠다. 그러나 제국의 몰락과 함께 이 지역의 번영도

저물어 지금은 폐허로 변해 있다.

대영제국의 모든 등대는 1514년에 창립된 등대 전문회사 트리니티 하우스에서 설계‧제작‧관리를 도

맡았다. 15세기까지만 해도 이웃 아일랜드보다 등대의 숫자도 적고 제작기술도 뒤쳐져 있었지만, 트

리니티 하우스가 설립된 이후부터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한때 세계 최대 등대 및 항로표시 회사로

서 제국과 함께 오래도록 영광을 누렸다. 트리니티 하우스는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지만 제국의 최성

기에 비해 1%에도 못 미치는 등대를 관리하고 있다.

영국의 등대는 18세기 후반까지 촛불과 석탄불을 대형 반사경에 비춰 뱃길을 안내했다. 19세기에 접

어들어 광학렌즈와 회전기구가 발명되면서 등대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왔다. 트리니티 하우스는 1836

년까지 모든 사설등대를 사들여 등탑을 높이 짓고 광도를 크게 밝힘으로써 세계 최고의 등대회사 지

위를 확보했다. 1998년 마지막 유인등대인 켄트지방의 노스포랜드등대를 자동으로 전환함으로써 등

대지기는 전설과 동화 속에만 존재하게 되었다.

웨이머스는 영국의 작은 항구도시다. 43년 로마제국의 선단은 이곳에 정박하여 영채를 설치한 뒤 영

국을 정복했다. 787년에는 바이킹족이 웨이머스에 상륙하여 내륙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한때 버려

져 있던 웨이머스는 1310년 양털 수출기지로 사용되면서 다시 번성하기 시작했다. 선박 내왕이 빈번

해지자 가까운 포틀랜드섬에 올드 로어 등대, 올드 하이어 등대, 포틀랜드 빌 등대 등 세 개의 대형

등대를 세우고 항로를 인도하기 시작했다. 포틀랜드의 세 등대는 대영제국이 아메리카대륙으로 진출

할 때도 대형 함대의 앞길을 밝혀주었다. 제국이 기울면서 등대 불빛도 모두 꺼졌다가 현재는 포틀랜

드 빌 등대만 가동되고 있다.

플리머스의 에디스톤등대는 세계 최초로 지은 콘크리트 등대다. 플리머스는 1620년 102명의 청교도

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아메리카대륙으로 이민을 떠난 도시로 유명하다. 청교도들이 아메리카에

플리머스식민지를 세우고 본국과 활발하게 교류를 시작하면서 항구에 물동량이 폭증하자 1793년 등

대전문가 존 레니가 에디스톤등대를 세웠다. 이때 영국에서는 현재 사용되는 것과 같은 시멘트가 개

발되어 있었는데, 레니는 이 시멘트를 사용하여 세계 최초의 콘크리트 등대를 축조했던 것이다. 등대

는 항구에서 14㎞ 떨어져 있는 에디스톤 암초 위에 세워졌는데, 암초의 대부분이 물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만 고개를 빠끔 내밀기 때문에 바이킹시대부터 수많은 선박이 좌초한 위험천만한 장소였다.

플리머스 주변에는 이 밖에도 스타트 포인트 등대, ‘리헤드등대, 더글러스등대 등 여러 기의 등대가

축조되어 있다.

리버풀은 영국 제2의 항구도시로서 식민지 개척기인 18세기 초까지는 해마다 수백 척의 선박이 아메

리카를 비롯한 세계 각국을 드나들며 활발하게 상업 활동을 했다. 상품 수출입은 물론이고 수많은 흑

인노예도 이곳에서 거래되었다. 현재 리버풀 항구에는 해양박물관과 함께 노예박물관도 축조되어 있

다. 선박의 내왕이 빈번했던 만큼 리버풀에도 강을 지키는 비드스톤 힐 등대, 만을 지키는 뉴브라이

턴등대, 운하를 비롯한 수로를 지키는 엘즈미어등대 등이 축조되어 있다. 이들 등대에는 1763년 세계

최초로 반사경이 일제히 장착되었다.

1703년 잉글랜드와 합병한 북부의 스코틀랜드는 한때 남부지역보다 더 발전해 있었기 때문에 등대기

술도 더 먼저 발달했고 등대의 수도 더 많았다. 그 중 가장 압권은 1807~1810년 해상교통량이 가장

많은 앵거스 앞바다에 축조된 벨록등대다. 이곳에는 수많은 암초가 썰물 때만 간간이 고개를 내밀었

기 때문에 예로부터 온갖 전설이 전해올 정도로 난파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스티븐슨이 60명의 기술

자를 딜고 축조한 벨록등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견딘 ‘바다 위의 등대’로 유명하다. 육지에서 18㎞

떨어져 있는 암초 위에 세워진 벨록등대는 당시의 기술로는 세계 최악의 난공사였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축조된 35미터 높이의 벨록등대는 60㎞ 밖에까지 불빛을 보내 상굿도 스코틀랜드를 찾아오

는 선박들을 안내한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서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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