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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 결의(桃園 結義)
한편, 장비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유비의 마음은 한없이 기뻤다.
비록 얼굴 생김은 험상궂게 생겼어도 장비의 언행은 대장부답게 호탕하고 강직한 것을 다시 알게 된 것도 기뻤거니와,
소문으로만 듣던 하동 해량촌에 있는 지사 관운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더욱 기쁜 일이었다.
"어머니! 어머니가 애석해 하시던 보검이 오늘 제 손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유비는 사립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어머니께 보이며 말했다.
어머니는 가보(家寶)가 다시 돌아온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묻는다.
"장비라는 사람에게 주었다는 검이 어째서 너에게 다시 돌아왔느냐?"
그러자 유비는 검을 돌려받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한 뒤에,
"어머니... 오늘은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하동 해량촌에 관우라는 유명한 지사가 있다는 소문을 오래 전부터 들어왔는데, 조만간 그 사람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오오, 그래? 남자가 큰일을 하려면 동지가 많아야 하는데 그거 참 반가운 소리구나!
아마 올 봄에는 너에게 비로소 때가 돌아오는 모양이로구나."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그윽히 바라보며, 주름진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아침, 아침상을 물리고 났을 때였다.
"비야! 내가 오늘 새벽에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아마 오늘은 네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구나."
어머니가 아들을 보고 말했다.
"어머니, 무슨 꿈을 꾸셨길래 그러세요?"
"글쎄, 네가 친구 두 사람과 함께 용(龍)을 타고 하늘을 날지뭐니.
그때 하늘에는 오색 구름이 영롱하고, 땅에서는 수만 백성들이 너를 우러러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단다.
암만해도 이것은 예사 꿈이 아닌 것 같구나."
"제가 용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더라
구요?"
"그래! 용은 천자를 가르키는 것이니, 이 얼마나 기쁜 꿈이겠냐."
"글쎄요. 제가 천자가 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어요."
"그나저나 내가 꿈속에서 만나 본
네 친구 두 사람은 혹시나 장비와 관운장이라는 사람이 아닐까?
너는 조만간 두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면서?"
"꼭 만나자는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장비가 관운장을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올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네가 그 사람들을 먼저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떻겠냐?
사람다운 사람 한 사람을 구하기란 천하를 얻기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 제가 먼저 찾아가 보기로 할까요?"
"내 생각에는 그 편이 좋을 것 같구나.
큰일을 하려면 먼저 사람을 얻어야 하니까!"
"그럼 제가 해량촌으로 관운장이라는 지사를 찾아가 보기로 하지요!"
유비가 그렇게 대답하고 옷을 막 갈아 입고 있는데, 별안간 마당에서 자신을 찾는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이 댁이 유비 현덕 공의 댁이오니까?"
유비는 방문을 열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오오, 장 공이 오셨구려! 그러잖아도 내가 장 공을 막 찾아가려고 하던 길이었소."
유비는 마당으로 달려나가 장비를 반갑게 맞았다.
장비는 뒤에 서 있는 삼각수염의 관운장을 가르키며,
"내가 관 공을 모시고 왔지요. 자, 두 분은 서로 인사하시오. 이 분은 관운장, 이 분은 현덕 공이오."
하고 장비가 인사 소개를 시키자, 관운장은 유비에게 허리를 정중히 굽혀 보이며,
"선성은 많이 들어 왔습니다. 그러잖아도 한번 만나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반나게 되어 반갑소이다."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유비도 관운장의 손을 정중히 마주 잡았다.
"이렇게 누추한 곳을 찾아 주셔서 감개무량하오."
세 사람이 수인사를 하는 동안에 어머니는 손님을 알아보고 방안을 부산스럽게 치우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은 방안으로 들어와서 어머니께 깍듯이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세 사람은 좁은 방안에 마주 앉아 나라의 어지러움을 걱정하며 천하 대세를 논하였다.
"우리 세 사람이 합심하면 천하를 바로잡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오."
장비가 유비와 관운장을 돌아보며 큰소리로 외친다.
"장 공의 말씀이 옳은 말씀이오.
우리 세 사람이 합심 협력한다면 천하에 안 될 일이 없을 것이오."
관운장의 말이었다.
"그러면 오늘을 기해 우리는 천하 대세를 일으킴에 생사를 같이하는 결의형제를 맺으면 어떻겠소?"
유비가 결의형제를 제안하였다.
"그거 참 좋은 말씀이오!"
장비가 즉석에서 응락했다.
"그렇지않아도, 나 역시 아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소이다.
우리 세 사람이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면 천하 대사는 우리의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없을 것이오."
관우장은 근엄한 얼굴로 유비와 장비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두 분이 뜻을 같이해 주신다니 기쁘기 한량없소이다. 그러면 내가 노모께 우리들의 뜻을 말씀드려 보기로 하지요."
유비는 어머니를 방안으로 모셔다 자기네 세 사람이 결의형제를 맺기로 약조한 사실을 알려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관운장과 장비의 손을 좌우에 하나씩 붙잡고 목메인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천하의 영웅호걸인 두 분께서 내 아들 비와 형제의 의를 맺고 천하를 평정하겠다고 하니, 이 늙은 몸은 고대 죽어도 유한이 없도록 기쁘오이다.
우리 집안은 한나라 종실의 후예로서 이 늙은 것이 미거한 비와 더불어 산중에서 돗자리나 짜 먹으면서 목숨을 이어 온 것은 한나라 종실을 다시 일으켜 어지러운 세상을 올바로 잡아 보려는 큰 뜻이 있었기 때문이었소.
그런데 비가 이제 뜻을 같이하는 영웅호걸 두 분을 만났으니, 세 사람의 뜻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나 무엇이 다르겠소.
합하면 천하를 얻을 수 있고, 헤어지면 초야에서 썩어 버릴 영웅호걸들이 이제 생사의 의를 맺는다니, 이 늙은이는 여러분이 다스릴 천하가 눈에 보이는 것만 같구려!"
평소에는 말이 없던 어머니였건만, 이때만은 감격에 넘친 어조로 장강유수와 같은 열변을 토하였다.
(아! 그 아들에 그 어머니시구나!)
관운장과 장비는 어머니의 의미
심장한 설화에 새삼 탄복해 마지
않았다.
유비도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니! 그러면 우리들은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형제의 의(義)를 맺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맹세를 하려면 정중한 의식(儀式)이 필요하니, 내일 아침에 우리 복숭아 밭에서 천지신명께 약속드리는 의맹(義盟)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냐! 그런 준비에 대해서는 이미 내가 생각해 둔 바가 있으니 걱정말고 세 사람은 천하 대사나 상의하여라!"
어머니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밖으로 나가자, 관우와 장비는 제각기 유비를 쳐다보며,
"유 공의 어머니는 천하에 두 분도 있기 어려운 어머님이시구려!
우리도 이제부터는 그 어른을 어머님으로 모시게 된 것이 무한한 영광이오" 하고 말하였다.
곧이어 어떻게 마련한 것인지, 어머니는 세 사람을 위한 술상을 방안으로 들여놓았다.
유비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우리 집에 무슨 술이...?"
"이럴 때가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되어 준비한 것이 있단다.
걱정말고 두 분께 대접하도록 하거라. 그리고 사내 대장부는 큰뜻을 품고 일어서야 할 때, 떨치고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는 법이다. 어미의 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이튼날 아침,
제철을 만나 아름다운 꽃을 함빡 피우고 있는 유비의 집 뒷편에 있는 복숭아 밭에는 유비의 어머니와 동네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여 제단을 만들고 술과 고기와 과일들을 가지고 몰려왔다.
그리하여 세 사람은 오우(烏牛),
백마(白馬)등 갖은 제물을 차려 놓은 제단 앞에 나란히 서서 일제히 분행
재배를 하고 다음과 같은 맹세의 제문을 각각 읽어내렸다.
"저희들 세 사람은 비록 성이 다르오나 이미 형제가 되기로 의를 맺어 오늘 부터는 동심협력하여 서로 곤람함을 구해 주고, 위태로움을 붙들어 주며,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편안케 하되, 동년 동월 동일에 나아가기를 원하지 않으며, 다만 동년 동월 동일에 죽기를 원하오니,
천지신명께서는 이 세 사람의 마음을 살피시사 의리를 배반하고 은혜를 잊삽거든 하늘과 사람이 일체가 되어 그를 죽여 주소서."
이것은 어젯밤 관운장이 밤을 새워 가며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천지신명께 올리는 의례를. 행하고
※ 삼국지(三國志)제11편 ※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유비, 관우, 장비 등 세 영웅호걸은 도원결의를 맺음으로써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굳게 뭉쳤다.
그러나 천하를 얻으려면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일이다.
거기에는 군대도 있어야 하고, 무기와 식량등의 막대한 물자도 필요하다.
그러나 세 사람은 마음만 뭉쳤지 모두가 한결같이 적수공권이 아닌가?
"어떻게든 될 거요. 우리 세 사람이 힘을 합하면 천하에 안 될 일이 어디있단 말이오!"
장비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덮어놓고 안 될 일이 없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유비와 관우는 그런 막연한 말에는 수긍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큰일을 하려면 우선 군대가 있어야 하고, 군대를 유지하려면 무기와 군량은 물론이고 말까지 필요하오.
그것을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조달하느냐가 큰 문제요."
관운장이 조목조목 따지고 나오자 유비가 말한다.
"그렇소! 무엇보다도 군대의 체계를 갖추려면 먼저 병력과 무기를 갖추고 군량등의 준비가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이오.
지금 유주 태수께서 모병을 하는 중이므로 우리가 태수를 찾아가서 우리의 뜻을 알리고, 모집 중인 병력과 장비등을 우리가 인수해 오도록 하는 것은 어떠할지 상의해 봅시다."
그러자 장비가 손뼉을 치며 찬성한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오. 그러면 지금이라도 당장 유주 태수를 찾아갑시다!"
이리하여 세 사람은 그 길로 유주 태수 유언을 찾아가, 그들의 뜻을 전했다.
유주 태수는 크게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을 한다,
"정의에 불타는 귀공들의 충심을 높이 치하하는 바이오.
그러나 의병을 양성하는데, 재정을 털어서 계속하여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웁고, 우선 급히 필요한 약간의 지원을 해 줄테니 앞으로는 자체적으로 군비등의 제반을 스스로 갖추도록 하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궁여지책으로 유주 태수로부터 일백 여명의 의병을 거둘수 있는 무기와 식량등을 지원받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대로 의병 모집의 방(榜)을 다시 써 붙이기로 하였다.
장비가 유비에게 물었다.
"우리가 의병을 모병(募兵)하면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될것 같소?"
"많이는 몰라도 모두 사오백명은 모여들 것이오.
내가 평소에 생각한 것이 있어서 우리 고을 청년들을 정신적으로 훈육을 해 두었기 때문에 그 청년들도 이번 기회에 기꺼이 동참하리라 보고, 또 그들을 비롯한 인근 청년들이 의병 모집에 달려올 수 있도록 근사한 격문 하나를 지어봅시다."
"그런 격문이라면 형님이 한번 지어보십시오."
관우가 유비에게 말하자 유비는,
"글을 짓는 데는 역시 관공이라야 할 것이오."
"아닙니다. 형님이 쓰세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장비가,
"여보시오 관우 형님! 유비 형님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어쩔 것이오?"
하고 나무라는 바람에 관우는 껄껄 웃으며 말한다.
"자네 말이 옳으이! 그러면 형님의 분부대로 모병 격문은 내가 쓰기로 하겠네."
관우는 즉석에서 격문을 새로 지었다.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지정과 정의를 수호하려는 충정을 담은 의협지심이 담긴 명문이었다.
이 격문이 탁현 일대에 살포되자, 열혈 청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여들었다.
장비는 모병관의 자격으로 그들을 한사람씩 면담하였다.
"자네들은 격문을 보고 달려왔겠지?"
"네, 그렇습니다. 세 분께서 도모하시는 의거(義擧)에 기꺼이 참여하겠습니다."
"네, 저도 황건적 무리를 소탕하는 데 신명을 바쳐 싸우겠습니다."
"저는 황건적에게 가족을 잃은 원수를 갚겠습니다."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청년들의 의협심 만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음 ... 좋은 생각과 결심을 해 주었다. 우리는 황건적 모양으로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해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도둑의 무리를 제압하여 나라의 질서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이니까, 그 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강력한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들 자신의 군율(軍律)을 확립해야 한다."
장비는 모병에 동참해 온 열혈청년들 앞에서 이런 훈시를 내린 뒤에,
"군율을 세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가지 실천사항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내가 읽어 줄 테니 잘 들어 보고 철저히 이행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역시 장비는 한 고을의 부장(副將)을 지내며 군사를 거느렸던 옛날 실력이 나왔던 것이었다.
첫째, 우리는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둘째, 우리는 자기 자신보다도 항상 국가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셋째, 우리중에 남의 재물을 약탈하거나 백성을 괴롭히는 자가 있다면 엄벌에 처한다.
넷째, 우리중에 군기를 문란케 하는 자가 있게 되면 그 또한 엄벌에 처한다.
장비는 의병 군율을 모두 읽어 준 뒤에,
"이만한 군법을 지킬 자신이 있는 자는 그대로 남아 있고, 자신이 없는 자는 지금이라도 주저없이 돌아가라!"
하고 말하였으나 모집에 응한 의혈청년들은 아무도 돌아가는 사람이 없었다.
장비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모두가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다니, 매우 믿음직스럽다.
그러나 당분간은 월급을 못 주겠으니 그래도 좋은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은 누구나 있는 대로 공평하게 나눠 먹고 나눠 입힐 것이니 그래도 불평이 없겠는가?"
장비가 호쾌한 고함을 질르는 바람에 모두가 찔끔 놀랐지만, 이내,
"옛 ! 알겠습니다!"
하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것이었다.
이렇게 격문을 보고 유비의 집으로 찾아오는 열혈청년의 숫자는 오 일 동안 오백 명이나 되었다.
식구가 갑자기 많아지고 보니, 당장 곤란한 것은 식량이었다.
유주 태수로부터 지원받은 무기와 군복등 군사들의 숙소로 쓸수 있는 천막도 불과 백 여명 분이 아니던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차에, 외곽 보초가 헐레벌떡 뛰어 오며 장비에게 보고한다.
"장 장군님! 지금 저기 큰길에 말을 오십 여 필이나 끌고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뭐? 말을 오십 필이나 끌고 가는 사람이 있다구?"
장비는 말만 들어도 물건이 탐이나 주먹 같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자기의 입으로 백성의 재물을 약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대적인 군율로 만든 만큼 그것을 약탈해 올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장비는 얼른 관우에게 달려가 그 소식을 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풍채가 좋으신 형님이 가셔야만 그 말들을 얻어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 ... 그렇다면 내가 말 주인을 만나서 교섭을 해보도록 하지."
관우는 부하 몇 명을 데리고 말을 몰고가는 사람을 찾아갔다.
과연 말 장수 두 사람이 오십여 필의 말을 끌고 언덕을 넘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말 장수는 중산고을(中山邑)의 거상인 장세평(張世平)과 그의 조카인 소쌍(蘇雙)이었다.
관우는 두 사람을 만나 자기네가 의병을 일으키게 된 사연과 장래의 계획을 웅변조로 설명을 한 뒤, 지금 자기네를 도와 주면 후일에 그 은혜를 잊지않고 반드시 갚아 주겠노라고 간곡하게 호소하였다.
"만약 우리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면, 백성들의 삶은 황건적들의 발굽에 짖밟혀 쑥밭이 되고 말 것이오.
그러니 우리네가 싸울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소."
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부탁을 하였다.
그러자 장세평과 소쌍은 관우의 당당한 풍채도 풍채려니와 그의 웅지와 말을 신뢰를 하면서, 두 사람은 뒤로 돌아서서 무엇인가 한참 의논을 하였다.
그러더니만,
"좋습니다. 우리들의 말이 그런 중대한 의거에 사용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거저 드리겠습니다.
지금 곧 가져가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관우는 너무도 간단한 승낙에 오히려 어리둥절하였다.
"허어.... 너무도 간단히 승낙해 주시니 오히려 제가 어떤 오해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절대로 귀공의 의사에 반하여 말을 빼앗아 가려는 것은 아니올시다."
관우는 혹시나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아니하면 강제로 말을 빼앗아 가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 하자,
"실은 우리도 황건적에게 재물을 많이 빼앗긴 사람입니다.
게다가 여기 있는 내 조카 소쌍은 그놈들에게 아내와 딸까지 빼앗긴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놈들에 대한 원한은 뼈에 사무칠 정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말을 끌고 가기는 하지만, 언제 어디서 그놈들에게 말을 모조리 빼앗겨 버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장군께서 우리 말을 가져다가 황건적을 토벌하는데 유용하게 쓰시겠다니, 우리로서는 어찌 장군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들이 선뜻 말을 주겠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말씀을 듣고 보니, 고맙기 한량없습니다. 그러면 이 말들을 끌고 마을까지 함께 들어갑시다.
고마운신 두 분을 우리의 명주이신 유현덕 장군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장세평은 유비를 만나기 위해 소쌍과 함께 말을 몰고 관우를 따라오며 묻는다.
"이런 큰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에 밝은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실 텐데, 그런 사람도 있습니까?"
관우는 그 소리를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자기네 도원결의 삼 형제는 백만 대군을 지휘하는 데는 자신이 있었지만, 군비와 군량등 병참을 조달하는 점에 있어서는 마땅한 재간은 없지 않은가?
"그것 참, 좋은 말을 깨우쳐 주었소. 명주를 만나시거든 그 말씀도 여쭈어 주시오."
잠시 후에 장세평과 소쌍은 유비를 만났다.
그들은 유비를 첫대면 하자 남모르는 예감을 느꼈다.
유비는 장사꾼이 말 오십여 필을 거저 주겠다는 말에 감사해 마지않았다.
"장차 우리의 세월을 만나거든 오늘의 신세를 잊지 않고 두 분께 오늘의 신세를 반드시 갚도록 하겠소.
오늘의 고마움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소이다."
장세평은 그 말을 듣더니,
"그러면 우리가 지금 말에 싣고 가던 금은(金銀) 오백냥을 비롯하여 빈철 일천 근과 수피(獸皮) 직물 백 필도 모두 드리고 갈 테니, 이것도 군비에 보태 써 주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유비는 장세평의 호의에 크게 감동하며 물었다.
"장사꾼이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법인데, 어찌하여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요?"
그러자 장세평이
"그건 제가 철두철미한 장사꾼이기 때문입니다.
장사꾼은 상대하는 사람의 얼굴만 보아도 그 사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오늘 만난 세 분의 눈은 아주 맑습니다.
그러니 장군들의 계획은 성공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또 한가지, 병사를 일으키기에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입니다.
그렇게 큰일을 하시려면 말 뿐만 아니라 칼과 식량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내어 드리는 물자로 어느 정도 준비를 갖추실 수 있을 것입니다.
10년 30년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세 분이 이름을 떨치고 천하를 평정한 뒤에 오늘 드리고 가는 물자의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알겠소이다 그러면 장 공께 이 말들과 재물을 후일 돌려드리는 조건으로 기꺼이 빌리기로 하겠소이다."
유비는 장비에게 지물과 먹을 가져오게 하여 즉석에서 말 오십 필과 금은 오백 냥, 빈철 일천 근에 수피 백 필의 차용증서를 만들어 장세평에게 건네 주면서,
"그렇다면, 귀 공께서 우리 삼 형제와 손을 마주잡고 천하의 대세를 같이 도모하며 우리 군의 군수 병참을 맡아 주시면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부탁을 하였다.
그러나 장세평은 그 말에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나는 장사꾼이므로 전쟁에 가담할 용기는 없습니다.
그러나 금후에도 도와 드릴 수 있는 데까지는 힘써 도와드릴 것이니, 돈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우리를 찾이와 주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장세평과 소쌍은 다시 만날 기회가 있기를 기약하며 길을 떠나갔다.
그리하여 그들이 남기고 간 재물은 유비, 관우, 장비 등 삼형제가 처음 의병을 일으켜 군대의 모습을 갖추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군마가 오십 필에 빈철이 천 근, 직피가 백 필에 현금이 오백 냥!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는 돕는다더니, 이것이야말로 천지신명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요!"
삼형제는 그렇게 말하며 용기를 크게 얻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빈철 천 근을 가까운 대장간에 갖다 맡겨서 창과 검을 만들게 하였는데, 특히 유비는 쌍고검(雙股劍)을 만들게 하였고 관우는 무게가 팔십이 근이나 되는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만들고 장비는 장팔사모(丈八蛇矛)를 만들게 하였다.
그때에는 이미 모여든 의병의 규모도 오백 여명이나 되었는지라, 장비는 이들을 주야로 훈련시키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날이 갈 수록 모여든 의병은 사기가 왕성한 군대가 되어가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다음 제1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