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여행] 만경강 예술열차 낭만카페.......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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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만경강 예술열차 낭만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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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이 시작되는 삼례읍 후정리 남쪽 언덕에 정자 하나가 서 있다. 1573년(선조 6년) 무인 최영길
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비비정(飛飛亭)이다. 비비정 옆에는 호남서원, 비비정예술열차, 그리고 비비정
이야기카페, 만경강,호남평야,등 이렇게 다양한 아름다운 풍경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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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자는 호산서원을 보고나서 바로 만경강을 가로 지르는 애수의 전라선, 호남인들의 희로애락(喜
怒哀樂)이 철로에 배어있는 삼례가 자랑하는 카페예술 열차를 찾았다. 마을의 이름이 될 만큼 오랜
세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비비정 아래 흐르는 강을 한내(寒川)라고도 하는데 40~50년 전만 해
도 흰 모래 반짝이는 백사장이 강가에 펼쳐졌다고 한다.
이 강가를 물들인 기러기떼가 화폭에 그려내고 담아낸 비비낙안(飛飛落雁)이 있다. 비비낙안(飛飛落
雁)은 비비정에서 한내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를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을 일컫는데 예로부터
비경중에 비경으로 꼽혔다. 혹시 초겨울 금강 하구둑을 가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가창오리떼의 군무
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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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오리떼의 현란함은 말로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그 자체가 황홀경이다. 여기 만경강 역시
그 아름다움에 취해 시인묵객들이 찾아 올 정도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풍광(風光)이 빼어난 곳
이다. 비록 이젠 기러기 떼도, 백사장도 예전만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비정에서 바라보는 풍
경은 여전히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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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열차 카페는 바로 이 아름다움을 무기삼아 만경강을 가로지르는 구 만경강 전라선 폐 철교 위에
만들어진 이색적인 철교 카페다. 유랑자의 발길은 철교 카페위에 들어섰다. 어디선가 달려 올것만 같
은 철길의 굉음이 들리는 듯 하다. 아~ 몇 년만인가 철길에 발을 올려놓은. ....젊은시절 참 겁도없이
칭구들과 내기를 하면서 철길을 걸어 다닌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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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안전문제 때문에 철길 주변이 다 막혀있어 철길로 무단 횡단을 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유랑
자가 젊음을 불태우던 시절 기차가 지나가지 않으면 수시로 철길을 무단 횡단 했다. 어디 그뿐인가 철
길에서 잠도 자면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철로 위에 양쪽으로 둘이 올라가 누가 떨어지지
않고 멀리가나 시합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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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에서 이웃동네 칭구들과 싸움이 벌어져 철길보행법 위반으로 파출소에 끌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
던 그 시절, 지금 생각하면 모두 위험한 일들이었는데, 그 때는 참 겁들도 없었다. 암튼 올만에 이 철길
을 밟다보니 유랑자의 젊은 시절 철길에서의 놀았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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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은 이곳에 4량의 새마을호 폐 열차를 구입해 리모델링하여 비비정예술열차로 개장하였다. 1량
은 레스토랑, 1량과 2량 사이의 공간은 음악 공연이 있으며, 2량은 특산품 판매점, 3량에는 편의점과
갤러리, 4량에는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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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자는 카페 옆 만들어진 데크 통로 길을 걸으면서 옛 만경강 철교(등록문화재 제579호)와 비비정
예술열차(063-211-7788) 너머로 펼쳐진 만경강 위로 석양이 질 때 그 하이라이트를 그려본다. 삼례가
자랑하는 풍경 그림이다. 시간마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어졌다 푸르게 변하는 하늘과 강의 풍경이
그림 같다며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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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만경강 철교는 삼례 양곡 창고 와 마찬가지로 일제 수탈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철마는 더 이상
달리지 않지만 폐철교를 없애는 대신 예술 열차를 설치해 활용하고 있다. 기차 여행의 추억과 설렘을
잠깐이나마 느껴볼 수도 있다. 비비정에서 바라보는 풍경만큼이나 비비정예술열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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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차창이 액자처럼 시시때때로 변하는 만경강의 풍경을 담는다. 커피한잔을 시켜놓고 잠시 앉
아 있으려니 ‘애수의 호남선’이라는 옛 노래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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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의 호남선열차 / 안다성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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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서도 떠나야할 정거장에
아 아 아 기적소리 울리는구나
서러운 마음 아쉬운 마음 오고가는 프랫트홈
시그낼 불빛도 안개에 흐렸는데
시름속에 미련속에 떠나가는 호남선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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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를 말자해도 쏟아지는 눈물속에
아 아 아 잘있거라 나는 떠난다
몸은 떠나도 마음은 남고 돌아보고 또 보면서
밤차에 떠나는 이심정 누가 아나
슬픔속에 추억속에 떠나가는 호남선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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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님 손을 잡고 이별 슬픈 차창가에
아 아 아 참아보리 떠나가리
하고싶은 말 듣고싶은 말 목이메어 다못하고
쌍갈래 철길에 이가슴 짓찌는데
안개속에 어둠속에 떠나가는 호남선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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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으면서 전라선 옛 철길 이야기를 좀더 이어가 보자, “칙칙폭폭. 빠아앙!" 기적 소리가 들려
오면, 구불구불한 철길을 따라 전라선 기차가 달려온다..전라선은 오랜 시간 고향을 오가는 호남 사
람들을 태워 나르는 철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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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라선 옛 철길은 구 전라선의 일부 구간으로 익산과 여수를 잇는 곳이었다. 이제 기차는 옛 철길
옆으로 조성된 새로운 호남선 위를 달린다. 수많은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실어 나르던 전라선 기차는
이제 사라졌지만 남아있는 전라선 철길은 이곳을 오가던 수 많은 사람들과 그 많은 이야기를 기억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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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들은 오늘날 이 철길 위를 따라 걷고 사진을 찍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고있
다. 전라선 1914년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그런데 일제 기준에서 일본 본토 방향(한반도의 경우 부산
역 방향)을 상행으로 잡아 호남선은 대전역에서 현재의 대전선을 타고 나가는 지선 형태로 놓였고 서
대전에서 대전조차장 방향으로 직결하는 노선은 70년대 초중반에야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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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까지 서울을 오가는 호남선 열차는 대전역에서 기관차 방향을 바꾸어야만 했다. 1939년에 일
찌감치 전 구간이 복선화된 경부선과 달리 호남선 전 구간의 복선화는 2003년 말에야 완료되었다. 경
부선과 호남선의 이러한 위상 차이는 호남 차별의 상징적인 사례처럼 거론돼 왔으며, 역대 대선에서
도 호남선 복선화 공약은 단골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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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노태우, 김영삼과 같은 영남 출신 후보들도 예외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선화가 완
료되기까지는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제일 먼저 복선화된 구간은 1978년에 완공된 대전조차
장 - 이리(익산) 구간으로, 이 때부터 기관차를 돌리지 않고 경부선에서 호남선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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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한민국 제5공화국 때 호남 민심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복선화가 적극 추진되어
익산(이리) - 정주(정읍) 구간은 1985년에, 정읍(정주) - 장성 구간은 1987년에 복선이 완성되었으며,
1988년에 이르러서야 광주광역시의 송정리역까지 복선화가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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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송정리에서 목포시에 이르는 구간의 복선화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인
21세기에 들어와서야 완성되었다. 송정리에서 목포 교외의 임성리역까지는 2001년 12월에, 목포 시
내 구간은 2003년 12월에 각각 복선화 및 이설이 완료되면서 호남선 복선철도가 모두 완전개통하면
서 호남선의 단선철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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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랑자가 방문한 예술열차 카페는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과 전주시 덕진구 화정동을 잇는 철
교다, 일제는 만경평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반출하기 위해 1912년 전북 경편철도주식회사를 설립
하고 이리[현 전라북도 익산시]~전주 간 경편철도[폭이 좁은 762㎜의 협괴철도]를 개통하면서 목교
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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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27년 호남 지방의 농산물 반출의 중요성을 인지한 일제가 경편철도[대도시권에서 중간급 규
모의 역내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철도망]를 국유화하고 일반철도로 광궤화[레일 간격이 762㎜에서
1,435㎜로 확장]하면서 1928년에 만경강 철교로 준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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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만경강 철교는 스틸거더(Steel-Girder)형식의 철도교량으로 교량 상부구조와 교각[교량 몸체를 받
치는 구조] 및 교대[교량 양 끝 하부구조]는 일반적인 교량 형식이다. 구 만경강 철교 길이는 476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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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농산물의 반출을 위한 목적으로 건축된 구 만경강 철교는 2011년 10월 전라선 복선화 사
업으로 교량이 새로 건설되면서 폐쇄되었다. 현재 동쪽으로는 전라선이 지나는 만경강 철교가 신설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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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만경강 철교는 2013년 12월 20일에 등록문화재 제579호로 지정되었다. 구 만경강 철교는 건립 당
시에는 한강 철교 다음으로 긴 교량으로, 일제강점기 때 호남평야의 곡물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
는 증거로서 그 역사적 가치가 높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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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애수의 호남선 열차.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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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자 여행기 이어보기
http://cafe.daum.net/b2345/9t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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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길 73-21(영업시간:12: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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