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아 소박한 학급에서도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일단 매주 제출하던 일기와 독서록 숙제가 면제되었고 꼼꼼한 안전교육도 했다. 안전 담당 선생님께서 가정통신문을 만들어주셔서 재미나게 읽고 이야기 나누기를 했다. 추석에 안전사고의 다양성에 소박한 교사도 놀랐고 가끔 뉴스에 나왔던 사고들을 예방하는 방법을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흥미로웠다. 먼저 `벌쏘임 사고` 용어가 귀여운데 생각보다 위험한 사고이면서 흔한 사고라고 한다. 벌집을 건드리거나 야외에서 탄산음료나 과일 등 단 음식을 가까이 둘 때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소박한 학급의 개구쟁이들이 탄산음료 이름을 하나씩 들면서 그건 괜찮으냐고 묻는다. 한 3개 정도 친절하게 답하고 소박한 교사가 정색을 한 번 했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선생님을 본다. 조심하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면서 장난을 친다. 아이들의 마음이 들떠서 벌써 추석 할머니 집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른들에게는 고향이겠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다. `할머니 집`이라는 표현을 오늘 가장 많이 들었다. 급식을 선생님 앞에 앉아 먹던 친구도 할머니 집까지 가는 과정을 모두 이야기 해 주었다. 소박한 교사는 한 번 갔다 온 듯해 재밌다. 아이들의 기억과 추억의 중요한 부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 어른들은 교통 체증도 불만이고 명절의 다양하고 복잡한 일들이 수월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데 아이들에겐 정말 좋은가 보다. 소박한 교사는 명절에 실천과제를 냈다. 첫째는 즐거운 추석보내기이고 둘째는 부모님 심부름하기이다. 첫째 실천과제를 내면서 `즐겁게 명절을 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중간에 짜증내거나 울거나 해도 안 되는데 이 어려운 것을 할 수 있겠어?`라고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쉽다고 큰소리를 친다. 소박한 교사는 아무 걱정도 없는 아이들의 명절에 응원을 보낸다. 부모님 심부름 과제는 명절에 당연히 하게 될 우리 친구들의 활약을 자랑거리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낸 소박한 교사의 아이디어이다. 명절을 지내고 나서 소박한 학급에서는 `내 심부름 자랑대회`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부모님을 돕고 친척들을 돕는 일을 저축처럼 모아오는 것을 상상한다. 귀찮은 일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딱 한 번만 해서 오는 친구도 있을 것이고 엄마가 부르면 웃으면서 매 번 도와 드린 친구도 있을 것이다. 소박한 학급에서는 추석지낸 이야기로 무르익은 가을 보내기를 하게 될 것 같다. 가을이 되니 날이 너무 좋다. 교실의 오른쪽과 왼쪽의 창을 모두 열어 바람 길이 막 통하여 상쾌하다. 덕분에 교실로 곤충 손님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들은 벌을 무서워 하는데 제법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벌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큰 소리를 치면서 이리 저리 벌을 피해 몰려다닌다. 잠자리 정도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시선 따라가기 정도로 수업이 진행될 수 있지만 벌 손님은 조금 분답다. 아이들에게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이런 이야기를 했다. 벌 입장에서 너희들은 수십 배도 넘을 만큼 큰 존재인데 그렇게 소리 지르고 뛰어 다니면 무섭지 않겠니? 우리 교실만한 공룡이 너희를 보고 큰 소리를 지른다면 어떨까?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이제 벌이 들어오면 조용히 나갈 수 있도록 돕고 무서운 친구들은 소리를 내지 않고 피하는 것까지 이어졌다. 선생님은 가장 높은 창문도 열어 주기로 약속했다. 벌이 높은 곳의 창으로 더 잘나갔다는 우리 반 관찰쟁이의 아이디어 덕분이다. 이제 우리 교실로 들어오는 손님은 그대로 맞이하는 방법을 찾았다. 물론 안전하게 말이다. 소박한 교실은 길게 뻗은 복도의 맨 가 쪽 교실이다. 소박한 교실의 칠판 쪽 벽을 투명하게 만든다면 척과천 강이 흐르는 것이 다 보일만한 위치이다. 이 가을 풀도 좋고, 물도 좋고, 하늘도 좋다.
아이들과 칠판 쪽 벽이 투명하다면 무엇이 보일까? 했더니 아이들은 보이는 것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 들이 학교 오는 길이기 때문이다. 소박한 교사도 쉬는 시간에 복도로 나가 칠판 쪽 벽에 난 창을 내다보았다. 맨 가 쪽 복도에만 난 창이다. 소박한 학급의 환경적인 보너스 이다. 그 창으로 아이들이 이야기 해 주기 전에는 유심히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보인다. 이 건 아이들이 소박한 교사에게 준 보너스 같다. 소박한 학급의 몇몇 친구들이 가을을 타는 것인지 사춘기를 여는 것인지 궁금한 행동들을 한다. 이제 4학년 2학기이면 사춘기를 여는 것일 수도 있고 그냥 선선한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소박한 교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성장통 없이 성장하기가 어렵듯이 아이들의 성장의 과정이 딱 가을과 맞아지는 저 친구들은 행운이다 싶다. 관찰하고 도와주고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면서 소박한 학급의 가을도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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